남도의 들녘은 지금 봄의 절정에서 화사한 꽃물결과 신록의 향연으로 술렁이고 있다. 2008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비롯 여기저기 축제가 벌어지고 자연과 역사·문화의 숨결을 느끼려는 외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북적거리고 있다.

남도의 풍경은 대자연의 생동감이 요동치는 이맘때가 가장 아름다운 실루엣을 펼쳐보이는 것같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정작 남도땅에 발을 내딛고 사는 사람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예전 보릿고개 시절도 아닌데 사람들의 얼굴은 민들레 꽃처럼 황달끼가 잔뜩 물들었다.
 
사료값 폭등으로 시름에 잠겨있는 전남지역 축산농가들에게 때아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덮친데 이어 설마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개방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작년말부터 시작된 사료 값 폭등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배합사료 가격은 올 상반기 중에 1-2차례 더 추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돼 축산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이달초 전북지역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 전남지역으로 번지면서 담양군 대전면과 나주시 다시면에서 각각 3마리와 5마리의 토종닭이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을 비롯 화순, 영암, 무안, 함평, 여수, 구례, 목포 등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정밀 검사 결과, 추가 감염이 단 한건이라도 확인될 경우 도내 닭·오리 농가의 30% 가까이가 살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이 전남지역 축산농가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현재 전남지역에서는 3만3천632개 농가가 33만9천여마리의 한우를 키우고 있다. 전국에서 두 번 째로 많은 한우 사육 규모다.

이번 한미 쇠고기협상타결로 빠르면 5월 중순부터 LA갈비 등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전남 한우농가의 2/3가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우울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벌써 양돈농가는 이미 20% 가까이 영농을 포기했다. 지난 3월말 현재 광주·전남 돼지 사육농가는 1천250가구로 지난해 말 보다 211가구가 줄었다. 불과 3개월 만에 14.44%가 줄어든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현실화되면 양돈을 포기하는 농가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최근 지방혁신도시 전면재검토 방침을 언론에 흘린 것도 지방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방주민과 정치권에서 강하게 반발하자 '없었던 일'로 잠시 덮어두긴 했지만 MB정부가 추진하는 '5+2' 통합경제권 구상과 맞물려 축소조정이 우려된다.

특히 한국전력이 이전하기로 계획된 나주 혁신도시는 정부가 한전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빈껍데기'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뿐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도시 등 참여정부가 지역균형발전차원에서 '대못질'해놓은 대규모 지방프로젝트를 어떻게든 재검토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에반해 정부는 수도권에 대해 '경제살리기'라는 명분으로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력 집중을 시도하고 있어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놓고 지역주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효율성과 경쟁력을 내세워 수도권만 살고 지방은 죽이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정부는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비수도권 주민들의 우려를 깊이 인식해 단순한 경제논리만을 내세우지 말고 장기적으로 국가미래를 생각하는 큰 틀에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방이후 줄곧 진행된 '친수도권 정책'으로 지방주민들의 삶의 질과 의욕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격차 심화로 상실감에 젖어있는 지방주민들을 7% 성장목표 달성을 위해 뒷전으로 밀쳐내서는 진정한 선진국이라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방에도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내일 똑같은 해가 비출 수 있도록 정책적 그늘을 거두어 주길 바란다. '경제살리기'가 자칫 '지방죽이기'로 귀결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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