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남 논설위원
정기남 논설위원

 

대나무가 속을 비우는 까닭은 제 몸을 단단하게 보호(保護)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속을 비웠기 때문에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어떤 강풍(强風)에도 쉬이 부러지지 않는 것처럼 마음을 닦고 비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이 들어 설 수 없기 때문이며, 나무는 씨앗이 떨어진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평생(平生)을 살아간다. 양지(陽地) 바른 옥토(沃土)에 떨어지기도 하며, 높은 산 바위틈에 떨어지기도 하고, 바람에 날리다 강과 바다에 떨어져 싹도 티워 보지도 못하는 나무도 있다.

그 어디에 심어졌건 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려 애를 쓴다. 꽃을 피우는 삶이란 모든 일에 감사하며 자신(自身)이 맡은 일에 최선(最善)을 다하는 것이다. 무리하게 꽃을 예쁘게만 피우려 애쓰지 말고,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면 오래도록 힘들게 피운 꽃이 더욱 아름답고 가치(價値) 있는 꽃이 될 것이다.

지금 내가 받고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내가 지은 업(業) 으로 연업(緣) 이라 할 수 있으며 낙엽 떨어져 새순 올라와 예쁜 꽃피우면, 그 누가 알 것이며.. 지나간 겨울에 눈보라 맞으며 떨어지는 낙엽에 스친 인연(因緣) .. 떨궈 낸들 그 누가 탓을 하며 원망(怨望)하겠는가, 다만 이듬해 봄!!! 예쁜 꽃망울 탐스럽게 꽃피우면 그저 아름답다 하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잠시 잠깐 머물다 어느 한순간 돌아가는 곳인 것을 그 험난한 인고(忍苦)의 세월을 이겨 낸 줄 그 누가 알리요. 삶을 과거 현재(現在) 미래(未來)로 나누는 것은 생각이 만들어낸 허상(虛想)이고 착각 일 뿐. 과거와 미래는 생각의 형태(形態)이며 정신적으로는 추상적인 개념(槪念) 일뿐. 과거는 오직 지금 현재에서만 기억될 수 있다.

오늘 우리가 고통(苦痛)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은 이다음에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함이기도 하다. 또한 인생에서 삶과 죽음도 다르지 않다고 보면 죽음으로 인한 공포도 살아 있으므로서 느끼는 행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 물과 흙, 햇빛이 필요하듯, 미움과 욕심이 찌들고 지쳐서 뒷걸음치는 일상의 삶에서 자유로움을 얻으려면 자신(自身)을 비우고 버릴 수 있는 용기(勇氣)와 결단(決斷)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젊었을 때에는 인생(人生)이 무척 긴 것으로 생각하나 늙은 뒤에는 살

아온 젊은 날이 얼마나 짧았던가를 깨닫는다. 오늘의 내 삶은 두 번 다시 오지 아니하며 시간(時間)이란.. 느끼기에 따라 길고 짧은 차이가 있다 , 즐거운 시간은 하루도 천년(千年) 같은 것이라.. 즐겁고 괴로움이 모두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무엇을 집착(執着)하고.. 무엇을 원망(怨望)하겠는가. 잠시 잠깐도 멈추어 머물지 않으며 어느 것 하나라도 변하지 않은 것은 없다.

인생 또한 그 과정(過程)을 보면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흐르는 세월 속에 모두가 지나가고 변한다. 세상일에 원인(原因) 없는 결과(結果)가 없듯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들고 고통스런 일도 지나고 보면 그때 그 나름의 이유와 의미(意味)가 있다. 제행(諸行) 무상(無常)이라 세상에 존재(存在)하는 모든 것은 나고 죽고 생겨나고 사라진다. 이 나라에 태어난 것도 현재의 부모를 만나고 부부가 되고 자식을 두는 것도, 즐거움을 누리는 것 모두가 인연(因緣)과 업(業)의 결과인 것이다.

무심히 흐르는 세월을 두고 어떤 이는 빠르다. 어떤 이는 느리다 말한다. 세월(歲月)의 흐름이 달라서가 아니고 서로의 삶이 다르기 때문이며 내 삶이 얼마나 짧은 것 인가를 알면 오늘 하루가 어찌 힘들다 길다 하겠는가. 그러나 무정(無情)한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아니한다.

“인생 모든 것이 잠깐인 것을 ,

그리 모질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바람에 말을 귀를 기울이며 그리 살아도 되는 것을

악쓰며 악착같이 안살아도 되는 것을

인생에는 잘살았다는 것도 없는데

그냥 흐르며 살아도 되는 것을

말 한마디 참고 물 한 모금 건네주며

잘난 것만 재지 말고 못난 것도 보듬으면서

거울속의 자신을 바라보듯이

서로 불쌍히 여기고 원망하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살 것을

세월의 흐름의 모든 것이 모든 게 잠깐인 것을

왜 나만 모르고 살았을꼬.

흐르는 물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왜 나만 모르고 살았을꼬.

낙랑장송은 아니더라도

그저 작목림 근처에 찔레 나무되어 살아도 좋았을 것을

근처에 도랑물 시냇물 졸졸거리는 물소리 들으며 살아가는

그냥 소나무 한그루가 되면 그만인 것을

무엇을 그리 얼마나 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동안 아둥바둥 살아왔다는 말인가

사랑은 예쁘게 익어야 한다는 것을

덜 익은 사랑은 쓰고 아프다는 것을

예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감나무의 홍시처럼

내가 내안에서 무르도록 익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프더라도 겨울 감나무 가지 끝에 남아 있다가

마지막 지나는 바람이 전하는 말이라도 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늘도 흐리다가 맑고 맑다가도 흐리고 바람 불고 비 오듯, 때로는 길이 보이다가도 없고 없다. 길을 가듯이 가도 열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지나고 나면 고통(苦痛)스럽고 힘든 날들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은 간다.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듯이 모든 것은 변해간다.

인생(人生)은 기차(汽車) 여행과 같다. 역(驛)들이 있고 경로(經路)도 있다. 우리는 인생이란 것이 태워준 기차를 타고 간다. 같이 오래도록 여행(旅行)을 할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인생 (人生)이란 것은 어느 역(驛)에서 우리를 남겨 놓고 내려 버린다. 또 한편으로는 오늘의 삶이 힘들다는 생각은 누구나 갖는 마음의 짐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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