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관령에 눈 좀 내렸습니다.
어린아이 허리춤 정도 되는 70cm의 눈이 쌓여 주차해 놓은 차가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 동네분들 기본적으로 눈하면 허리춤까지는 와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겨우내 먹을 식량을 집에 가득 채워 놓고 비상약도 준비해 눈이 오면 꼼짝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고립이니 뭐니 해서 조용히 도(?) 닦고 있는 독가촌 주민들을 귀찮게 찾아 다닙니다.
사서 생고생입니다.

"쌀이 떨어지지 않았나요?"
"불편한 게 뭡니까?"
눈이 내린지 겨우 3일 지났을 뿐인데 질문같지도 않은 질문을 쏟아 냅니다.

그런데 독가촌의 한 할머니.
여든여섯되신 이 할머니는 혼자 사시는데...눈 피해보다는 외로움이 많으셨는지 취재를 하고 나오는 저에게 마중나와 한참동안 손까지 흔들어 주십니다.
초코파이라도 사 가지고 갈 걸 그랬습니다.
지붕에 쌓인 눈때문에 집이 무너질까봐 장대로 받쳐 논 모습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눈의 본 고장 대관령은 사실 이번 눈으로 대관령 이름값을 제대로 한 셈입니다.
대관령눈꽃축제를 하는 데 눈의 본 고장이라는 데서 행사장 주변의 흙이 그대로 드러난 휑하고 썰렁한 곳에서 하는 게 좀 그렇지 않습니까?
외지에서 스키타러 오거나 놀러 오신 분들은 고생 세게 했지만 눈꽃축제장 주변의 설경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눈뿐이 아닙니다.
대관령은 이번에 추위에도 이름값을 했습니다.
며칠전 대관령의 아침 최저기온은 오줌을 누면 거의 그대로 얼어 버릴 것 같은 영하 26.1도까지 내려갔습니다.
이 동네분들 추위에도 이골이 나서 수도가 얼어터지거나 가게의 소주병이 얼어 터지는 일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겨울이 되기 전에 다 조치를 해 놨기 때문이지요.
처마밑에 길게 달긴 고드름 정도가 추위를 느끼게 하는 몇 안되는 소품(?)입니다.

영하 26도를 기록한 날.
어린아이 키보다 훨씬 긴 고드름을 취재하는데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장갑은 고사하고 외투도 입지 않은 채 눈을 치우고 계십니다.
"겨울하면 그래도 추위가 이 정도는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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