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오행정학박사 청렴교육전문강사

牧民心書(목민심서) 제5부는 吏典六條編(이전육조편)이다. 제1조는 束吏(속리, 아전 단속)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그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束吏之本(속리지본), 在於律己(재어율기). 其身正(기신정), 不令而行(불령이행), 其身不正(기신부정), 雖令不行(수령불행)” 즉, ‘아전을 단속하는 일의 근본은 나 스스로를 규율함에 있다. 자신의 몸가짐이 바르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행해질 것이요, 자신의 몸가짐이 바르지 아니하면 비록 명령을 하더라도 행해지지 않을 것이다.’며 수령 자신의 몸가짐에 대한 스스로의 규율이 먼저임을 강조한다.

茶山(다산 정약용)은 이를 설명하면서 ‘백성은 토지를 논밭으로 삼는데 아전들은 백성을 논밭으로 삼고 있다. 백성의 껍질을 벗기고 골수를 긁어내는 것을 자신의 농사로 여기며, 마구 거두어들이는 것을 수확으로 삼는다. 이것이 습성이 되어 당연하게 여기니, 이러한 아전을 단속하지 않고서 백성을 다스릴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이 허물이 없어야 비로소 다른 사람을 책망할 수 있음은 천하의 이치이다. 자신의 소행이 다른 사람을 진실로 감복시키지 못하면서 오직 아전만 단속한다면, 명령을 해도 필시 행해지지 않고 금지시켜도 필시 그치지 않아 위엄이 없을 것이요 기강도 서지 않을 것이다. 수령 자신은 탐욕을 부리면서 아전만 단속한다면 이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수령 스스로가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필자는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최고책임자에서 중간관리자에 이르기까지 조직을 운영하는 지도자들의 수많은 리더십 행태를 경험했다. 리더십(leadership)은 공동의 일을 달성하려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지지와 도움을 얻는 과정으로 지도력(指導力)이라고 한다.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구성원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접어들어 리더십의 중요성을 감소시키는 고전적 리더십에 대한 대체이론이 등장하였다. 리더십 대체이론(Leadership replacement theory)은 리더의 통솔이나 지도 행위가 없더라도 조직 구성원들의 역할과 임무를 명확하게 하여 팔로워(Follower)들을 통제하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첫째, 셀프리더십(self-leadership)이다. 조직 내에서 리더만이 조직원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 모두가 스스로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이다. 현대의 조직은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 사회로, 집중화에서 분권화 시대로 가는 과정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조직을 실제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조직구성원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조직 구성원들을 이끌어 나가면서 조직의 유효성을 창출해야 하는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졌다. 기존의 전통적 리더십은 리더의 지시, 명령, 통제 등을 통해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강조 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강한 자율성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조직구성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조직원들이 자신의 잠재능력과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 새로운 관점의 셀프리더십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둘째는 슈퍼리더십(super-leadership)이다. 하급자들이 자신의 역할과 과업수행 방식을 고도의 직무훈련으로 스스로 터득하도록 리더가 배려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하급자가 셀프리더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프로세스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의 활용이 손쉬워진 다변화된 수평 계층 구조의 특성이 두드러진 정보혁명시대에는 전 세계에 걸쳐 다른 시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하급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리더와 하급자간의 의사소통은 정보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전자매체를 통하여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인 요인들에 의해서 기존의 리더십 이론 보다 슈퍼리더십 이론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셋째, 팔로워십(followership)이다. 개인이 자신의 속한 조직, 팀에서 맡은 역할을 뜻한다. 즉, 한 개인이 지도자를 능동적으로 따르는 능력을 말한다. 조직의 과업에는 조직원의 행동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직원들의 ‘열정적’, ‘지성적’, ‘자립적’ 역할이 필요하다. 조직이 유연하고 분화된 모양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현대 조직에서 팔로워십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정약용 선생의 주장은 적어도 200년은 앞섰던 것 같다. 20세기 초반의 전통적 리더십인 권위적, 민주적, 자유방임적 리더십을 넘어, 아전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율성을 갖춘 조직구성원으로서 수령의 정책에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束吏之本(속리지본), 在於律己(재어율기). 其身正(기신정), 不令而行(불령이행), 其身不正(기신부정), 雖令不行(수령불행)” 즉, 지도력의 근본은 나 스스로를 규율함에 있다. 지도자 자신의 몸가짐이 바르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행해질 것이요, 지도자의 몸가짐이 바르지 아니하면 비록 명령을 하더라도 행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지도자 자신의 몸가짐에 대한 스스로의 규율이 먼저임을 강조한 것은 팔로워십(followership) 등 21세기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과도 통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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