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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 문드러진 稅吏(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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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31  13: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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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오행정학박사          청렴교육전문강사

〈주민과 함께하는 지방자치이야기 67〉

牧民心書(목민심서) 제3부 奉公編(봉공편) 제5조 貢納(공납, 지역의 토산물을 거두어 바치는 일)에 나오는 글이다. “財出於民(재출어민). 不察吏奸(불찰리간), 則雖無益(칙수무익)” 즉, ‘재물은 백성에게서 나온다. 법을 범하는 아전을 살피지 아니하면, 비록 수령이 아무리 잘 하더라도 이로움이 없다.’는 문장이다. 제5조에는 이처럼 아전의 부정한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茶山(다산 정약용)은 말하기를 ‘옛날에도 이른바 催科(최과, 세금을 독촉하여 징수하는 일)는 각박하지 않았던바 이는 백성을 다스리는 수령으로서 마땅히 본받을 일이다. 어리석고 우둔한 수령들은 나라에 이바지하다는 명분으로 백성들이 뼈에 사무치도록 마구잡이식으로 빼앗는다.’며 세금을 거둠에 있어 너무 각박하지 않도록 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면서 政箴(정잠, 정치를 함에 있어서 주의할 사항을 기술한 글)에 대하여 소개한다. ‘세금 징수는 흔들리지 않아야 하지만, 어루만지고 돌보는 것이다. 형벌은 착오 없이 내려야 하지만, 교화하는 것이다. 봄에 구휼하기를 자식처럼 하고, 가을에 거두기를 원수처럼 해야 한다. 위엄은 청렴에서 생기고, 정사는 부지런함에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모든 행정의 근본은 애민과 위민에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茶山은 국가재정을 축내는 아전들의 횡령을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국가재정은 날로 줄어들어 백관의 俸祿(봉록, 급여)과 貢人(공인, 대동미를 받아 관아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상인)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도 饒戶(요호, 잘사는 집)의 기름진 토지에서 거둔 세금은 모두 아전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중앙에 보내야 할 세곡은 해마다 기한을 어겨, 문초를 당하고 파면되는 수령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럼에도 깨닫지 못하니 애석한 일이로다.’고 한숨 쉬면서 아전들의 심한 부패행위를 질타한다.

아울러 稅米(세미, 조세로 바치는 쌀)의 폐단에 관하여 이야기 한다. ‘호조에 납부해야 할 쌀이 4천 석이라면 백성들로부터 거두는 것은 1만 석도 넘는다. 아침에 명령을 내려 저녁이면 거두어들일 수 있는 요호의 기름진 토지에서 생산되는 윤기 있는 쌀은 아전이 모두 횡령한다. 量案(양안, 토지대장)에 등록되지 않은 隱結(은결, 조세를 착복하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등록하지 않은 토지)을 만들고, 宮結(궁결, 왕궁의 경비 조달을 위한 토지)이라 하여 장부에서 빼버리고, 혹은 邸價(저가, 각 고을의 연락업무를 맡는 아전인 영저리의 보수)라고 거두는 등 훔친 것들은 모두 아전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만다.’고 한탄한다.

필자가 공직생활을 시작하던 70,80년대 군부독재 시절에는 지방의 세무행정은 빈틈이 많았다. 세금 부과대장을 이중으로 만들어 관리하면서 납세자가 옳게 따지면 감액해 주는 것이 다반사였고, 납세자가 모르고 그대로 납부하면 그냥 넘어가는 식이다. 상급기관에 보고하는 稅表(세표, 세금부과 내역 보고서)는 실제 거두는 액수보다 훨씬 적게 산출하여 보고하였다. 필자는 세무부서에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20대 풋 공무원 시절에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세무공무원들이 납세자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과 상사와 권력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해이감에 빠진 적도 있었다. 남는 돈은 상급기관이나 상급자 등에게 상납하고 주색놀음으로 탕진하거나 蓄財(축재)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정보기관 형사들과 언론인들의 입막음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70년대 박정희 독재정권이 시행한 공무원사회의 부조리를 일소하여 건전한 국민정신을 진작시킨다는 세정쇄신운동과 1980년대 전두환 신(新)군부 집권과 더불어 몰아붙였던 이른바 사회부조리 척결운동인 사회정화운동이 추진되던 서슬 퍼런 시대에도 조선시대와 비슷한 세정부패가 세무공무원들에 의하여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세정은 모두 매우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된다. 특히 모든 과정이 전산화되어 빈틈이 없다. 茶山이 강조한 것처럼 “財出於民(재출어민). 不察吏奸(불찰리간), 則雖無益(칙수무익)” 즉, “재물은 백성에게서 나온다. 법을 어기는 아전을 살피지 못하면, 비록 수령이 법대로 하더라도 이로움이 없다.”는 교훈이 오늘날 공직자들에게도 자극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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