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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는 농촌문화를 꽃피우는 살아 있는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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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22  09: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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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 사진가

필자는 전라도 땅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촌사람이다. 어렸을 적 장날만 되면 온 동네가 잔칫날처럼 들썩거렸다. 삼식이 아버지 소달구지가 동구 밖에 다다르면 장에 갈 여인네들이 이고 나온 보따리가 하나둘 실렸다. 장에 갈 때는 가장 좋은 옷을 찾아 입었다. 장날은 귀한 날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안동 아재가 사방이 초록색으로 뒤덮인 길을 휘적휘적 걸어가던 모습은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내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 있다.

장터는 지역경제의 모세혈관이다.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정보와 정보가 이어지는 소통의 공간이다. 또 우리네 가치관과 풍속이 만들어지고 시간과 공간이 살아 있는 현장이자 농촌문화가 생동하는 고향이 바로 장터다. 지금도 시골장터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

오일장은 농산물 유통과 지역민들의 정을 잇는 기다림의 틀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을 하나로 묶는 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예전엔 이웃이나 일가가 만나는 장소였고 동네 축제를 여는 마당이었다. 물건을 사고파는 유통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이다. 대중 집회를 통해 민중의 여론을 형성하기도 했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인문학의 보고였던 셈이다.

우리나라 시장의 역사를 보면 고려시대까지는 교통의 요충지에서 물자를 교환하고 정보를 나누는 곳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사교·오락, 정치적 기능과 함께 농촌을 계몽하는 역할까지 했다. 이에 따라 장터는 민초들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농민들의 소득증대에도 큰 도움을 줬다. 일제강점기 에는 독립운동을 위한 정치적 집회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렇듯 장터는 역사적인 장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가 함께 어우러진 지역문화의 소통공간이었다.

이런 장터가 최근 쇠퇴해가고 있어 아쉬움이 앞선다. 장터문화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해당 지역의 고유문화를 앞세워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여태껏 장마당에서의 활력은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왔다. 장터의 주인은 농민이다. 농민들의 생계수단으로서의 장터를 넘어 생산하는 농산품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환경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지역별 농산물은 그곳의 장터를 가야 좋은 걸 구입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시골장터에는 이 시대 마지막 역사의 혼이 살아 있다. 따라서 시골장터는 두꺼운 책처럼 지혜가 들어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며, 선조가 살아온 삶의 거울이다. 앞으로 장터는 인정이 거래되는 텃밭이 돼야 하고, 장날은 지역문화를 꽃피우는 축젯날이 돼야 한다. 인정을 꽃피우는 난장에서 농민들이 애지중지 기른 농산물을 사고파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정영신 사진가는…

1958년 전남 함평 출생의 사진가이자 소설가. 30년 넘도록 전국의 시골장터를 기록해오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시골 장터 이야기>(2002, 진선출판사), <한국의 장터>(2012, 눈빛), <전국 5일장 순례기>(2015, 눈빛)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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