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운동화를 빨다가 詩를 썼다"

2012년 ‘한비문학’ 신인상 등단, 7년간 틈틈이 쓴 詩 책으로 묶어

시인은 잦은 병치레로 마음을 졸이게 했던 딸의 운동화를 세탁하며 ‘운동화’라는 시를 썼다. 딸은 지금 독일에서 꿋꿋하게 그림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마음 걸어 잠갔던 끈을 풀었다/ 몇 방울 떨어뜨린 울 샴푸가 연분홍 꽃구름으로/ 흐르는 물에 그녀를 눕히고/ 겹겹이 껴입은 먼지 옷 벗기기 시작했다/ 검게 타들어 간 속내 드러난다/ 까닭 없이 성내고 짓밟으니/ 화가 들불로 타올라 머리 싸고 누워도/ 오장육부가 문드러져도 입 앙다물고 견디면/ 무수한 고통을 넘어 좋은 날이 오겠지...’

윤오숙(사진) 시인이 첫 시집 ‘복수초 마음(북인)’을 펴냈다. 현대시세계 시인선 아흔 일곱 번째 시집이다. 2012년 ‘한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지 7년 만이다. ‘압력솥’ ‘운동화’ ‘공포증’ 등 작품 59편을 담았다. 1962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난 시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힘들다. 과정만 다를 뿐, 정신적·육체적 질병으로 젊음을 낭비했다"며 "아픔에서 눈떠보니 오십이 넘었다. 기나긴 어둠의 시간에 머물렀던 순간들을 노래했다"고 말했다.

시인의 첫 시집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시집을 받아든 소설가 이외수는 "여기 캄캄한 절망의 수풀과 암갈색 우울의 시간 속에서 몸부림치거나 방황하던 외롭고도 서러운 영혼이 있다"며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유기하거나 방치하지 않았다. 스스로 시라는 양약을 조제, 복용함으로써 오래도록 절망의 늪에서 몸부림치던 자신의 외롭고도 서러운 영혼을 건져내고 싱그럽고 무성한 온유의 숲으로 인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외수는 또 "윤오숙. 청컨대, 이제부터 그녀를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주십시오"라고 했다.

윤오숙 시인을 곁에서 늘 바라봤던 조카 양일동씨는 이렇게 말했다.
"‘윤오숙 시인’. 시인이라는 호칭이 아직은 낯설다. 그의 삶은 그리 특별할 것도 없다. 한 남편의 아내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로만 살았을 뿐, 대단한 직업을 가져본 적도 없었고 학문의 과정도 남다르지 않다. 그에게서 시가 나왔을 때, 사실 당혹스러웠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때에 시를 낳다니! 그 많은 시간 동안 시와 함께 뒹굴더니 마침내 부끄러운 고개를 내미는구나! 하긴 일생을 따라다닌 질병과의 동거, 존중받지 못한 생을 삭이고 삭이는 과정에서 사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않은가? 삶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평탄하지 않다. 윤오숙 시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독과 질고의 삶을 일기를 쓰듯 시로 엮어내었다. 가뿐한 몸가짐으로 얕은 개울가를 건너듯 그의 시는 쉽다. 쉬워서 아쉬워 보이나 자칫 중심을 잃게 하는 여울이 곳곳에 숨어있어 조심스레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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