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이 하고 싶은 독창적인 이야기를 영화 화면을 보면서 압도적으로 느끼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영화 말미에 여운을 남긴다. 그의 데뷔작인 메멘토의 독창성, 관객들과 소통하기 시작한 프레스티지, 사회적인 메시지를 긴장감 있게 이야기한 다크나이트 시리즈, 꿈의 압도적인 이미지를 끝까지 밀어붙인 인셉션 등 독창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그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믿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영화<인터스텔라>는 우주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페이스 오페라다. 여러 과학적인 이론들 중 실현가능한 부분들을 자문받아 영상화했다. 웜홀, 블랙홀 등 우리가 실제로 볼 가능성이 없고 현재 이론적으로 어떨것이다라는 가정만 있는 우주 현상을 실제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아맥스 카메라를 활용한 여러 장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하게 만들고 시기적절하게 들어간 웅장한 사운드는 실제 영화 속에 관찰자가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실제로 등장하는 2개의 주요 행성들은 보는 것 만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말그대로 화면에 압도된다는 말이 그대로 느껴진다.

놀란 감독은 인셉션에 이어 이번 영화<인터스텔라>에서도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 상대성 이론에 따라 중력에 영향을 받아 어떤 행성에서의 1시간이 지구 등 그 외 행성에서는 10년 이상이 지나는 게 되는데 이런 표현들이 굉장히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다. 실제로 편집된 화면을 보면 우주에서 주인공들이 벌이는 사투는 굉장히 길게 보여주는 반면, 지구에서의 모습은 짧게 짧게 보여주며 시간의 대비를 보여준다. 영화 속 우주에서의 시간은 엄청나게 짧은 시간으로 느껴지지만 지구에서는 몇십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인데 각 인물이 이야기를 지구에서는 짧게, 우주에서는 길게 보여주면서, 그 시간의 차이가 극대화되어 주인공들이 느끼는 느낌을 바로 와 닿게 만든다.

SF의 영화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가족이라는 사회의 근본적인 조직과 사랑, 외로움에 대한 시각들이 여러모로 들어가 있다. 영화초반 주인공들이 어떤 목적지를 정할 때 과학적으로 이성적으로 맞는 목적지를 선택하게 되지만 감정을 배제한 그 선택이 결국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는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이 결코 판단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가족은 개개인에게 다시 돌아갈 근본적인 목적지인데 영화<인터스텔라>에서는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가 병들어,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게 된다.

새로운 집을 찾고 지구의 가족들을 옮기는 것이 주요 목적인데 주인공 일행은 여행이 계속될수록 집에서 멀어지고 가족들을 잃어간다. 주인공 일행이 첫 번째 행성이 인간이 살수 없는 조건임을 알고 겨우겨우 중간 스테이션으로 돌아와서 24년간의 동영상을 보는 장면은 서로 떨어져 있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가족들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매튜 매커너히가 연기한 주인공 쿠퍼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지구를 떠나 우주여행을 하지만 결국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게 된다. 결국 그들이 찾았던 건 인류 구원 혹은 인류 종족 보존이 아니라 가족의 삶이다. 그 목적은 그들을 다시 재회하게 만들고, 또 덤덤하게 떠날 수 있게 한다. 쿠퍼도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아멜라가 믿던 그 사랑도 결국엔 맞는 것으로 결론지어지면서 결국에는 감정적인 사랑이 결국엔 이성적인 판단을 이끌어가는 핵심 Key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혼자 있다는 외로움은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도 악하게 만들고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 영화 중반부부터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다.

주인공인 매튜 매커너히와 앤 해서웨이의 연기도 돋보이지만 딸인 머피 역의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는 보는 관객들을 감동을 불러온다. 또다른 주인공인 압도적인 우주 및 블랙홀의 화면은 화면에서 눈을 뗄수 없게 만든다. 화면과 내용을 이끌어 가는 것은 매우 과학적인 것과 이성적인 판단이지만 모든 인간을 구원하는 건 다름 아닌 가족을 구하려는 한 아빠의 노력이다. 또한 새로운 좋은 조건의 행성을 찾는 주요 Key도 사랑이었던 점을 떠올리면 결국 영화<인터스텔라>는 SF보다는 감동적인 가족드라마 영화의 범주에 더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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