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덴 형제의 초기작인 영화<로제타>는 나에게 불편하면서도 보물같은 영화로 다가왔다.

영화를 통해 던지는 감독의 메시지가 너무 현실적이라 불편하고 불편한 현실을 예술로 승화시킨점은 역시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 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실 영화<로제타>는 늘 보던 상업영화와는 다르게 큰 사건 없이 시작된다. 로제타라는 한 소녀가 수습기간이 끝나고 공장에서 쫓겨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고는 로제타를 끊임없이 따라가며, 소녀의 일상과 선택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늘 보던 영화와 다르게 카메라는 지지대 없이 들고 촬영하는 핸드헬드 방식으로 촬영되고, 편집 없이 길게 움직임을 찍는 롱테이크 기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래서 화면은 거칠고, 불친절하게 관객에게 정보를 준다. 그런 빠른 화면과 거친 흔들림이 로제타의 감정을 오롯이 담아 관객에게 전달해주는 듯하다. 로제타의 삶 속에서 나 또한 영화 속 그녀의 일상에 동행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로제타의 일상을 지독할 만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헌 옷을 줍고, 강에서 숭어를 잡으며, 실업급여마저 나오지 않는 가난을 관객에게 마주하게 한다. 끝내 마지막 희망인 와플가게에서 겨우 얻어낸 일마저도 로제타에게서 빼앗아버린다.

안타까운 이 소녀의 행보를 보며 부디 나쁜 생각만은 하지 않기를 바라고 응원하게 되었다.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이야기의 마지막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까지 가게 되는데, 여기에서 난 감독과 영화에 정말 감사하며 영화적 순간의 감동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등장으로 로제타의 극단적 선택을 멈춰준 것이다.

물론 영화는 그 뒤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관객이 알 수 없게 끝난다. 영화는 그렇게 끝났지만 그런 현실 속에서도 로제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도 같이 느꼈다. 그리고 감독에게 감사했다. 극중 만들어진 인물이지만 그 허구의 캐릭터를 현실 속에서 감싸안았다는 느낌이었다. 거칠고 지독하게도 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영화를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의 따뜻함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세상에 좋은 영화는 많다. 그중에서도 영화<로제타>는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꿔준 이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라 말하고 싶다. 물론 나에게 좋은 영화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영화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혹독한 현실 속에서 무거운 감정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의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지금도 난 여전히 영화를 보고 울며 웃는다.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보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싶다.

장피에르 다르덴(Jean-Pierre Dardenne), 뤼크 다르덴 (Luc Dardenne) 형제는 벨기에의 영화 제작자이다. 둘이 함께 자신들 영화의 각본 및 프로듀스, 감독을 담당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이야기체 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중반 영화<약속>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되었으며, 영화<로제타>로 199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처음으로 주요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했고 또한 영화<더 차일드>로 2005년에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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