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저임금·풍부한 자원 등 남한 기업입장선 커다란 ‘매력’

선대인 소장

선대인경제연구소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으로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필자는 북한이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저성장에 시달리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바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재의 북한 체제가 안정되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개혁과 개방에 나선다면 한국경제에 새로운 미래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에서 북한이 가지는 잠재적 기회요인은 여러가지다. 무엇보다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노동력과 토지 비용이다. 과거 북한 개성공단의 사례를 들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60달러, 공장부지는 3.3㎡(1평)당 15만원 정도였다. 특히 북한의 노동자는 남한의 관리자와 언어 소통이 자유롭고 숙련도가 높은데도 중국·동남아시아 노동자들보다 인건비 수준이 낮다는 점에서 남한 기업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이다.

한국 수출기업들의 투자는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수준을 끌어올려 통일비용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남한과 북한의 비교우위에 따라 남한의 첨단기술 집약형 산업과 북한의 노동 집약적 산업이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남북이 서서히 경제협력 단계를 거쳐 경제공동체 단계에 이르면 7500만명 가까운 내수시장을 갖게 된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주도의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되면 이들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역할도 하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경제계획을 통해 고속성장했던 남한의 경험을 살려 북한의 고속성장을 이끌어낼 경우 북한 주민의 구매력도 빠르게 신장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상당히 큰 규모의 내수시장이 형성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통합된 한반도경제는 장기적으로 세계 7~8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 통합에 따라 북한에 상당한 개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설비투자가 다시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향후 개발사업과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일감이 장기적으로 줄어들 공산이 큰 국내 건설업체 등에 상당한 사업기회가 열릴 수 있다.

북한에 매장돼 있는 풍부한 지하자원의 경제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적 가치가 높은 40여종을 포함해 북한에 매장돼 있는 지하자원의 종류만 220여종에 이른다. 특히 항공기와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값비싼 희귀금속인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무려 60억t에 이르러 중국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북한의 지하자원은 대부분 남한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아 매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수입해야 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다만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북한이 막대한 광산 개발권과 채굴권을 중국에 헐값으로 이미 넘긴 점은 뼈아픈 부분이다.

물론 이밖에도 통일이 되면 유라시아 대륙과 육로로 이어지면서 명실상부한 대륙국가로서 얻게 되는 직간접 파급효과 또한 매우 커질 수 있다.

이렇듯 북한은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요인이다. 그러나 향후 대북정책과 통일과정에 따라 북한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비용과 편익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통일비용은 최소화하면서도 그 편익은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 체제가 갑자기 붕괴한다든가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반면 통일에 따른 편익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청난 경제적 부담과 혼란으로 남한 경제마저 큰 충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그러한 가능성을 크게 축소했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성장을 도모해야 자연스럽게 남북한 경제의 시너지 효과가 높아지고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편익을 점점 키워갈 수 있다.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열어젖힌 기회를 잘 살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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