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일한 품질의 상품 안정적 공급을 1인가구 등 소비자 기호도 반영해야

박현출 사장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농협중앙회가 농산물 제값 받기 운동을 열심히 펼치고 있다. 농민들의 오랜 숙원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김병원 회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언젠가 중앙회의 한 임원이 “농민이 제값을 받을 수만 있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겠다”고 한 말이 생각나는데, 그 각오가 절절히 가슴에 와닿는다. 이번에는 정말 큰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

농산물 제값 받기는 생산자조직인 농협이 나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농산물 제값 받기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생각과 관행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필자가 서울 소재 도매시장을 관리하면서 보고 느낀 바가 있어 혹시라도 참고가 될까 해서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도매시장에서 제값을 받으려면 산지에서 균일한 품질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선별이 안돼 있거나 소량씩 출하하는 경우에는 정상품의 절반 값도 못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매시장에서는 소량을 출하해도 잘 팔아준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대신 가격은 헐값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선별과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농민 다수가 모여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지농협은 농민이 농산물을 가져오는 대로 모아서 도매시장에 보낼 것이 아니라, 엄격한 선별기준을 적용해서 균일한 품질의 상품을 만드는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또 수의계약 거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수의계약 거래는 산지에서 농산물을 보내기 전에 도매시장법인이나 시장도매인과 가격·품질 등을 미리 협의하는 방식이다. 경매의 경우 그날의 물량이나 가격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출하하게 되는데(깜깜이 출하), 경매를 하고 나서 가격이 마음에 안든다고 농산물을 되가져갈 방법은 없다. 일단 시장에 들어오면 낮은 값이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팔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려면 미리 도매시장 구매자와 가격 및 출하시기를 협상해야 한다. 이때에도 생산자조직을 통해 출하하는 것이 유리함은 물론이다.

소비자의 요구에 적극 맞춰야 한다. 1~2인가구가 크게 늘어나고 외식을 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데, 산지에서는 포장비를 아낀다고 대포장이나 산물 출하를 고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농산물은 이제 사줄 사람도 많지 않거니와 도매시장 안에서도 무거운 상품을 차에 싣고 내릴 인력이 별로 없다. 소포장 비용이나 팰릿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해준다. 농민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고 소비지의 요구에 적극 호응하면 좋을 것이다.

더불어 산지 출하조절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농산물은 물량이 10%만 과잉생산돼도 가격은 30~50% 떨어질 수 있다. 10%의 과잉물량을 폐기해 나머지 90% 물량을 제값 받을 수 있다면 어찌 피할 일이겠는가? 정부가 도와주면 하고, 도와주지 않으면 안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무임승차자를 막는 일인데,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모든 농민이 재배면적과 생산 예상량을 농협에 신고하도록 하고 전국단위 품목별 생산자위원회에서 출하조절을 결정하면 이에 따르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받아 농협중앙회가 앞장서면 빠르게 정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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