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오 행정학 박사

전 함평군기획실장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지향하는 사상(思想)을 가지고 있다. 사상은 인간이 생활함에 있어서 지니게 되는 세계관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세계를 보는 눈, 사물을 보는 관점이나 생각을 말한다. 우리는 수많은 믿음을 갖고 산다. 사상은 믿음을 형성한다. 믿음을 갖기 위해서는 제 나름의 사상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것이 사상의 정향(定向)이다. 어떤 방향으로 자신의 사상을 정향할 것인가. 정향은 개인의 자유이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사상은 ‘나의 사상’이어야 한다. 남의 사상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동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의 사상에는 자신의 사고(思考)가 녹아들어야 한다. 남들의 유행에 편승하거나 압력에 휘말리는 이른바 ‘타인 지향적’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사상은 ‘열린 정향’이어야 한다. 열린 정향은 발전 가능성을 의미한다. 열린 정향에는 새로운 사실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를 발전적으로 재구성하는 융통성이 담겨있다. 반면에 닫힌 정향은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 완고하고 폐쇄적인 정향이다. 과격하고 근본주의적인 정향은 사회적 분쟁을 촉발하게 된다.

셋째, 사상은 ‘수미일관의 정향’이어야 한다. 좌고우면 흔들리는 기회주의적 사상은 경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상적 정신분열증은 상반되는 사상의 논리적 모순을 의식하지 못하고 자기 편의에 따라 해석하는 증세를 말한다.

따라서 사상의 정향(定向)은 타인 지향적이 아닌 자기 성찰에 기초를 둔 ‘나의 사상’이어야 하며, 극단적이고 원리주의가 아닌 ‘열린 사상’, 그리고 기회주의와 사상적 정신분열증이 아닌 ‘수미일관의 사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상의 개념들은 이분론(二分論)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사상은 기존의 사상에 대한 부정과 반대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대적 관계를 극복하고 조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중용(中庸)에서 찾을 수 있다. 중용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쪽으로나 치우침이 없이 올바르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라고 적고 있다. 서로 대립되는 두 사상은 둘 다 필요한 하나의 상호보완(相互補完)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밤과 낮의 구별 없이 낮만 있다면 생물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고, 인간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행복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 것이다.

이분(二分)한 둘의 결합은 새로운 생성의 원인이 된다. 남성과 여성의 결합은 인간의 새 생명을 만들어 내고, +와 -의 극이 전깃불을 발명하지 않았던가. 철학자 헤겔은 변증법을 통해 ‘역사의 발전은 정반합(正反合)의 과정’이라고 보았다. 하나의 사상이나 주장인 정(正)이 그것을 반대하는 반(反)과 우여곡절을 거쳐 합(合)을 이룰 때 하나의 새로운 생성과 발전을 가져온다는 이론이다.

공자(孔子)가 말하는 中庸은 ‘지나치게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음’을 의미한다. 중(中)은 ‘가운데’라기 보다는 ‘경우와 사리에 맞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용(庸)은 ‘상(常)과 화(和)’의 뜻이 담겨 있다. 常은 떳떳하다. 신중하다. 항구하다. 영원하다. 일정하다. 변함없다. 항상, 늘, 언제나 등의 뜻을 담고 있다. 和는 벼(禾)와 입(口)이 합쳐진 문자로 ‘수확한 벼(禾)를 나누어 먹는다(口).’는 의미로 화목하다. 화해하다. 합치다. 서로 응하다. 서로 뜻이 맞아 사이좋은 상태가 되다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 함평에는 중용의 가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난 25여 년 동안 민심은 여러 갈래로 갈라졌고 파벌의 상흔도 깊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지방선거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겠는가. 파벌의 상처는 고스란히 군민들이 입는다. 이제 함평에는 계파(系派)는 있되 파벌(派閥)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계파는 큰 조직 속의 작은 조직으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적 집합체를 말한다. 그러나 파벌은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 또는 확대시킬 목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부조리한 집합체이다. 파벌은 봉쇄적이며, 배타적이며, 비합리적이다. 또한 이해(利害)에 매우 예민하여 이기적이며, 수직적인 권력구조와 주종적(主從的) 성격을 갖고 있다. 파벌은 개방과 공유, 공생과 수평적 권력을 강조하는 21세기의 세계관과는 동떨어진 가치가 아닐 수 없다.

금번 6·13 지방선거는 그동안 갈라졌던 민심과 파벌을 통합으로 이끌어 내야하는 중요한 선거이다. 중용(中庸)의 정치가 필요한 시기이다. 군민 각자의 사고(思考)에 의한 올바른 사상정향을 바탕으로, 한쪽(극단, 極端)으로 치우치지 아니하고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중(中)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함평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군민의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용(庸)의 가치가 매우 필요한 시기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함평발전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지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간곡히 말씀드린다. 더 이상 군민을 갈라놓지 마시라고. 파벌을 조성하지 말라고. 경쟁하는 후보자 간에도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네거티브 없는 선거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유권자도 떳떳하고 후보자도 떳떳한 공명선거를 치루시라고. 군민 통합을 위한 중용(中庸)의 용광로를 만들어 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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