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기술사 강복수

함평군 산림공원사업소

문화란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 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이라고 정의된다. 문화는 어느 특정분야에 국한되지 않으며 인간의 생각이나 행동의 결과로 인하여 새롭게 변화되거나 창조되는 모든 것을 의미하므로 우리의 일상생활과 문화와는 떼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처럼 사회가 다원화되고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는 물질이나 제도의 문화보다는 종교적이고 정신적인 문화의 비중이 클 수 밖에서 없었을 것이며 그 중심에 숲과 나무가 존재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숲과 나무에 대한 상징적 의미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화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보호되고 있는 당산목이나 동구 밖에 우뚝 서서 마을을 지키는 마을나무처럼 숲과 나무가 신격화되어 숭배되는 문화는 우리만의 고유한 전통이나 풍습이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사람들에게 불교나 기독교 등 대중적인 종교가 정착되기 이전의 시대에서 숲과 나무는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경배의 대상으로서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과 특수한 관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토템 신앙으로 자리잡기도 하였다.

대동면 향교리의 향교숲은 향교의 명륜당 서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수산이 풍수학상 화산이므로 그 화기(火氣)를 막기 위하여 숲을 조성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함평군사 3권(2010)】

어떻게 지형의 약점을 숲을 조성함으로써 보완할 수 있을까. 도선에 의하여 정립된 우리나라의 풍수지리설은 중국과는 달리 비보사상에 의한 이념적 토대가 마련되었으며 이는 같은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과는 확연히 다른 우리나라만의 사조가 되었다. 신라와 고려대에 이르면서 비보사상은 단지 풍수적 조건을 보완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상이나 이념의 지위에까지 오르게 되었으니 지형의 약세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보숲을 조성하는 것은 당시의 사회분위기를 고려할 때 매우 자연스럽고 타당한 절차였을 것이다. 자연경관이 주는 이상적인 삶의 터전의 형상이 배산임수(背山臨水)라 했으니 본래 형국이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인위적인 숲의 조성이나 조산, 돌탑, 연못 등을 통하여 흉지를 길지로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보숲은 단지 지형의 약세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경관을 아름답게 하고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제공된다. 또한 비보숲은 재해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보호림이나 방풍림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는데 향교숲은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길을 차단함은 물론 대경보 너른 들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을 막아주는 훌륭한 방패막이가 되어 주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비보숲을 조성할 때 식재되는 나무 중에 소나무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경남 하동군 송림이다. 소나무가 비보숲에 주로 식재되는 이유는 사계절 푸르른 경관을 제공하는 효과도 있겠지만 여름철 태풍이나 겨울철 찬바람을 막아주는 효과가 낙엽수보다 더 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향교숲에 식재되어 있는 나무는 팽나무, 느티나무, 개서어나무 등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종으로 낙엽수라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다. 이는 당초 식재 목적이 방풍림으로서의 효과보다는 비보풍수에 의한 지형의 조건을 완화하는데 더 큰 목적을 두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우리 고장에 조성되어 있는 대표적인 비보숲으로는 향교숲과 더불어 나산면 삼축리 사산마을숲, 나산면 월봉리 안영마을숲을 들 수 있다. 정확한 숲 조성의 동기나 시기는 알기 어렵지만 마을 주민들의 안녕과 보호를 위하여 조성되었다는 것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조상들의 지혜와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문화적 자산을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정신세계를 더듬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여름철 짙은 녹음으로 우거진 향교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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