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복수 산림기술사

아침에 눈을 뜨면 초록세상이 우리를 맞는다. 먼 산에는 신갈나무, 소나무, 상수리나무가 온 산을 뒤덮고, 가까이에는 개옻나무, 자귀나무, 작살나무 등 관목류가 우리 눈과 마주친다.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녹색식물들은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물이나 공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는다. 물이나 공기가 없다면 단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자원에 대하여는 그 존재가치를 망각하고 살아간다. 인간에게 맑은 공기를 제공하고 삶을 보다 아름답고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초록식물 또한 마찬가지 대우를 받는다. 자연사 연구에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남긴 미국의 저명한 사진작가이자 저술가인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은 “식물이 인간에게 의존하는 것보다 우리가 식물에게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커다란 잘못이다”라고 말하였다. 지구를 덮고 있는 녹색식물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원천이자 에너지 공급원이다. 따라서 숲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도 숲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우리 모두가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여야 할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지구상의 녹색식물은 언제, 어디서 오게 되었을까?. 우리는 일상적으로 식물과 마주하지만 그 태생이 어디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는 않는다. 식물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곁에 있었고 식물과 함께 성장하며 일생을 살아가기에 당연히 그곳에 있어야 할 존재로만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물과 공기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항상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광활한 우주공간에 지구라는 행성이 탄생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5억 년 전의 일이다. 지구에 해파리, 삼엽충 등 생명체가 출현하기 시작한 것은 지구탄생 후 40억 년이 경과한 이후부터이니 그 오랜 기간 동안 지구라는 땅덩어리는 쉴 새 없이 폭발하는 화산활동과 펄펄 끓는 용암으로 인해 생명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을 수 없는 지옥불 속 같은 풍경이었을 것이다. 지구에 육상식물이 나타난 것은 지구가 안정화되고 바다생물 중 녹조류의 증가로 대기 중에 산소가 공급됨으로써 육상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육지에서의 식물의 번성은 모든 천이 과정이 그러하듯이 지의류에서 초본류로, 관목류에서 양수림, 혼효림과 음수림을 거쳐 극상림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육상식물 중 목본식물이 가장 번성했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2억 ~ 4억 년 전, 고생대 데본기와 석탄기의 양치식물이다. 오늘 날 인류문명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석탄의 원료가 저습지대에서 번성한 거대한 양치식물로 북미나 유럽, 중국 등의 대규모 탄전이 이 시기에 형성되었기에 ‘석탄기’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살아있는 화석식물로 불리우는 은행나무(대동향교)

석탄기를 지나면서 고생대 마지막 지질시대인 폐름기에 이르러 포자로 증식하던 양치식물에서 종자로 번식하는 겉씨식물(나자식물) 시대가 시작되었다. 고생대 양치식물 시대에서부터 중생대 겉씨식물 시대까지를 일컬어 『침묵의 숲』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공중을 나는 새나 곤충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숲속에는 오로지 바람소리만 들려오는 적막한 공간이었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식물로 약 2억5천만 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하여 지금까지 커다란 변화 없이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침묵의 시대’를 지나 중생대 백악기에 이르러서야 천지에 오색 꽃이 만발한 속씨식물(피자식물)의 시대가 펼쳐진다. 이때를 ‘종자식물의 시대’라 칭한다. 침묵의 시대를 살았던 겉씨식물은 종자를 얻기 위한 수정의 방법을 바람에 의지하였지만, 육상에 곤충과 새 등 다양한 생물종이 분포하게 됨으로써 식물 또한 수정의 방법을 곤충 등 다른 매개체를 이용할 수 있게 진화한 결과가 속씨식물의 등장이며 이는 진정한 식물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오늘은 생명의 기원과 숲의 탄생 과정에 대하여 대강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무는 어디에서 왔으며 숲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존재해 왔는지를 알아봄으로써 우리가 숲을 이해하는 작은 기초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구를 덮고 있었던 울창한 숲은 장구한 세월동안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번성하였지만 4만 년 전 지능을 가진 호모사피엔스의 등장으로 인간과 숲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었다. 인간이 숲을 정복하기 위하여 벌인 과정을 최초로 기록한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알 수 있듯이 숲의 번성, 목재를 활용한 문명의 발전, 지나친 숲의 파괴가 가져 온 산림황폐화가 결국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숲과 인간과의 불가분성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사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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