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 '정의로운 보수'를 자처했던 바른정당이 창당 297일 만에 쪼개졌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10여명의 집단탈당으로 불붙었던 보수개혁당은 만 1년도 안 돼 '도로 새누리당'으로 흡수될 위기다.

주호영 원내대표,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 9명은 지난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탈당명단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김무성(6선) △강길부 △주호영(이상 4선) △김영우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이상 3선) △정양석 △홍철호(이상 재선) 의원 등이다.

11개 의석만 남아 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바른정당은 당장 살림살이부터 팍팍해질 게 분명해졌다. 분기별 경상보조금은 20석 이상 교섭단체 정당의 경우 총액의 50%를 균등 지급하지만 이에 못 미치는 정당은 총액의 5% 내로 지급 규모가 쪼그라든다.

오는 13일 예정됐던 전당대회 개최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권 도전에 나섰던 박인숙, 정운천 의원과 박유근 재정위원장 등 입후보자 6명 가운데 3명이 후보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탈당 행렬에 가세, 자유한국당 복당을 추진할 경우 현재 107석인 한국당 의석수가 116석까지 늘어나고 같은 성향 무소속 의원을 합치면 120석에 육박한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법안들에 일일이 제동을 거는 게 가능해지는 만큼 여당으로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다만 탈당파 의원들과 이들을 영입한 한국당 내 기존 세력의 갈등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고, 보수대통합의 가치가 차기 총선까지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실상 직권으로 내쫒아 '고려장'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던 홍준표 대표로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뒷말에 시달리고 있다.

역시 축출 대상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 제명을 위한 의원총회는 친박계 일색인 초·재선 의원들의 반발에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홍 대표의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방증인 동시에 박 전 대통령 처분에 대한 책임을 여기에 일부 최고위원들이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을 당 징계위에 회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사무처 직원들까지 복당파 인사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위부터 아래까지 계파갈등이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는 복당파의 명분에도 적잖은 흠집을 줄 수 있다. 친박의 전횡에 반발해 개혁적 보수를 추구한다던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은 물론이고,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는 독자 지분을 요구하기에도 곤란한 요소가 되기 충분하다.

무엇보다 대선 이후 6개월 동안 제1야당의 지지율이 20%를 밑도는 가운데 대통령과 여당의 인기가 고공 행진하는 것은 향후 정치생명에도 적잖은 위협이다.

정부의 외교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여당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친박 출당을 둘러싼 갈등과 지난 정권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의혹이 확산되면서 한국당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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