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징용된 우리 민족의 아픔

 

영화 <군함도>는 영화 ‘베테랑’(2015)으로 1,341만 관객을 동원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란 사실만으로도 제작 단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혼자서도 몇 백만 관객은 거뜬히 끌어 모을 배우들이 한데 뭉쳤다. 순수 제작비만 무려 220억원. 영화 <군함도>는 1,000만 흥행의 보증처럼 매스컴에서 계속해서 홍보됐다. 그러나 결국 1000만 흥행은 고사하고 많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영화평에 만족해야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하나뿐인 딸 ‘소희’(김수안). 그리고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탄 배가 도착한 곳은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 노동자로 착취하고 있던 ‘지옥섬’ 군함도였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조선인들이 해저 1,000미터 깊이의 막장 속에서 매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노역해야 하는 군함도. 강옥은 어떻게 하든 일본인 관리의 비위를 맞춰 딸 소희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온갖 수를 다하고, 칠성과 말년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한편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자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무영’(송중기)은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 구출 작전을 지시받고 군함도에 잠입한다. 일본 전역에 미국의 폭격이 시작되고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자 일본은 군함도에서 조선인에게 저지른 모든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갱도에 가둔 채 폭파하려고 한다. 이를 눈치챈 무영은, 강옥, 칠성, 말년을 비롯한 조선인 모두와 군함도를 빠져나가기로 결심한다.

영화 <군함도>는 스케일과 영상미의 미장센에서 기대 이상의 볼거리를 완성한다. 실제 군함도의 크기와 구조적 위치를 기반으로 완성된 세트장의 규모와 상세한 묘사는 [군함도]가 왜 지옥의 섬인지를 체감시켜 준다. 보기만 해도 숨 막히게 만드는 지하 1,000m의 갱도와 그 안에 느껴지는 열기를 상징하는 땀과 피의 묘사는 당시 처절하게 억압당한 조선 민중들의 모습을 보여준 상징적인 대목이다. 갱도 안의 위험한 작업으로 인해 잔인하게 죽어가는 소년들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직접적인 장면들이 이 영화가 보여줄 외형적 특징을 대표한다.

뿐만 아니라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민족과 애국주의의 정서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지만, 그러한 요소에 기대려 하지 않은 채 인간의 본성에 숨겨진 탐욕과 갈등으로 군함도의 문제를 재해석하려는 시도는 나름 신선했다.

그러나 군함도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을 바라볼 때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고초와 일본의 만행에 대한 고발을 통한 우리민족의 아픔과 고난을 일깨우며 현대의 대중들에게 민족적 결속을 이끌어 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는 미치지 못한 영화로 평가되었다.

영화는 극단적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에서 탈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군함도라는 집단의 역사보다 개인의 서사에 관심을 뒀고, 일본의 잔혹성도 피상적으로 그렸다. 공분의 대상은, 조선 노동자를 기만한 친일파와 극악무도한 부역자, 여자들을 위안소로 보낸 조선인 포주 등이 대신한다. 적폐청산 등 현재적 과제와도 맞닿는 문제의식이다.

그러나 군함도는 본질적으로 일본의 착취와 조선의 피억압 관계 위에 존립한다. 선동을 위한 도식적인 이분법이 아닌, 냉철한 역사인식에 기반한 이분법은 문제될 것이 없다. 이분법을 의도적으로 피하느라 영화에선 ‘가해의 역사’가 희석됐다. 영화가 유발하는 일차적 감정은 분노다. 그러나 그 분노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못한 경향이 보인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집단 탈출은 숨 막히도록 스펙터클하다. 그 자체로 탁월한 볼거리이면서 진이 빠질 정도로 감정 소모가 크다. 류 감독이 아니면 시도조차 못할 장면이다. 그러나 탈출의 동력이 내부에 응축된 혁명적 기운은 아니다. 대탈출이 은유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주제의식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개인의 생존 투쟁으로만 소비되는 점은 아쉽다.

결국 영화 <군함도>는 현대의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와 같은 시원함을 제공하지 못한채 상업영화의 한계와 군함도의 사실성과 역사성이 배제된 영화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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