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버려진 휴지를 선뜻 주워 쓰레기통에 치우는 행동은 갓 태어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하는 것 역시 아이들이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공공성을 느끼고 도덕성을 유지하는 것은 어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어른의 한 마디가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요즘 시대에는 어른이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최근 지역사회 논란의 정점에 있는 함평여중 사태를 보면 무엇을 위한 대립인지 이해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스승이 어른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찬반의견을 떠나 공청회 등을 열어 각자의 의견으로 들을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이 생략된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립 양상은 학교 측의 일방통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통합에 반대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을 펴야한다. 반대 측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통합하면 교육과정이 달라 고등학교에 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일부 선생의 주장은 스스로 창피하지 않은가. 교장실에서 발각된 ‘학교통합 일 뺏는 장만채’ 라는 피켓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농민회가 두고 갔다”는 변명은 어떻게 주워 담을 것인가. 차라리 기존 학교 존치의 효율성과 지역 여건 등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었어야 했다.

어른이 없다는 말은 어른의 존엄이 상실됐다는 것이다. 선생은 어떠한가. 학교는 어떠한가. 학부형과 반목을 자처해 지역 민심을 이반시키는 행동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교육감에게 탄원서가 들어가고, 일부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뒷말이 무성한 상황은 학교가 권위와 존경의 대상에서 스스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함평지역 중·고등하교 재배치 계획은 인구감소의 흐름 속에서 추진되는 상황이다. 지역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 일을 주도해야 하는 것이 선생 아닌가.

함평여중과 교육당국은 ‘열악한 교육환경과 낡고 노후화된 학교에서 수업하는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교육 받기를 원한다’ 는 학부형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토론이나 설명회, 공청회 등을 단 한 차례도 마련하지 않은 학교와 교육청이 본분의 모습을 다시 세워줄 것을 바란다. 특히, 통폐합 과정에서 학부형을 배제시켰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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