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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승리의 전리품(戰利品)과 엽관주의(獵官主義)
정영오  |  webmaster@n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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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8  11: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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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오박사

엽관주의는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은 사람이나 정당이 공직에 대하여 전적으로 지배권을 가지는 정치적 관행을 말한다. 정권창출에 대한 공헌이나 정권을 잡은 사람과의 공·사적인 관계를 기준으로 공무원을 임용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용어는 교체임용주의(交替任用主義, doctrine of rotation)이다.

집권정당이 교체되면 정치적 책임을 수반하는 높은 자리에는 당연히 새로운 사람들이 앉게 되겠지만, 엽관주의는 정부의 일상적인 하급직까지 교체한다. 이 용어는 19세기 초부터 미국 정계에서 사용되었으며 1832년 뉴욕 주 상원의원 윌리엄 마시의 연설로 유명해졌다. 마시는 미국 제7대 대통령 엔드류 잭슨이 시행한 관료임용을 옹호하면서 “적에게서 얻은 전리품(spoils)은 승리자의 것이다”라는 주장에서 ‘엽관제(Spoils System)’로 정착하게 되었다.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엽관제를 “공직의 민중에 대한 해방이며, 공무원에 대한 민중 통제의 역할이다”며 적극 활용하였다. 엽관주의를 민주주의의 실천원리로 선언하고 미국 인사행정의 공식적인 기본원칙으로 채택하였다. 잭슨 대통령이 엽관제를 적극적으로 밀고 나갔던 것은 당시의 공무원 사회는 재산·학력·경력 등이 검증된 동부 연안지역의 상류층들만 혜택을 보는 그들만의 잔치였기 때문이다. 잭슨은 엽관제를 통해 서부의 개척민들과 중하류층이 대거 중앙권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잭슨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그 당시 미국에서 사용된 ‘엽관’이라는 용어는 내각의 각료나 대사와 같은 정치적 관료 임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충성스러운 당원에게 직업적인 보상을 줌으로써, 민선으로 취임한 공직자가 자신의 정책을 수호하고 선거공약을 실천하는데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사람의 자질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임명한다는 비판도 일었다. 심지어 일상적 업무를 담당하는 우체국장을 한 해에 31,000여 명을 교체하는 비효율을 초래하기도 했다.

엽관제는 1829년부터 약 50년 동안 아무런 도전도 받지 않고 미국 공무원 제도로 번성했다. 선거 때마다 승리한 집권 정당에 의하여 대폭적인 인사 교체가 이루어졌다. 남북전쟁(1861~1865) 이후 연방정부의 각 부처와 기관에서 공무원의 무능력·수뢰·독직·도난 등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공무원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1881년 엽관주의 인사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 제임스 A. 가필드 대통령이 엽관주의자에 의해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공무원제도 개혁은 1882년 중간선거에서 주요쟁점이 되었다. 1883년 1월 연방의회는 상원의원 조지 H. 펜들턴이 제안한 공무원제도의 개혁입법안인 소위 ‘펜들턴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공무원인사위원회의 관리 하에 공무원을 공개 채용할 것과, 정치·종교·인종·국적을 떠나 관직에 임용될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규정했다. 이로써 공무원 제도에 있어 실적제(實績制, merit system)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지난 5.9 대통령선거 승리에 의하여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과 청와대 비서관 등 새 정부를 구성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책과정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관료에 대한 통제를 통해 과거 정치세력이 추구했던 것과는 다른 이념과 목표에 맞춰 국정을 운영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인력풀 안에서 인선해야 하는 한계는 있으나 필요한 자리에 통치이념과 철학에 부합하는 관료를 임명함으로써 성향이 다른 관료에 의한 기만(shirking)의 가능성을 낮추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 통제는 직업공무원제도와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나라에서도 고위직 관료 인선에 있어서는 엽관주의를 채택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국민의 요구에 대한 책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선거를 통하여 집권한 정당에 관료를 예속시킴으로써, 정부 관료제가 특권 집단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국민의 요구에 대한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국민 지지에 의한 정책 실현이 용이하다. 선출된 정치지도자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 줌으로써 선거공약이나 공공정책의 실현을 용이하게 해 준다.

셋째, 정당의 대중화 및 정당정치에 공헌할 수 있다. 정당에 대한 공헌도나 충성도를 임용기준으로 삼음으로써 정당의 대중화와 정당정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공직을 외부에 개방하여 행정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 특권적 정부 관료제를 일반 대중에게 개방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달과 행정의 민주화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엽관제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비전문화에 의한 행정 비능률, 행정의 일관성과 안정성 저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훼손, 정당의 이익추구 도구로 전락, 매관매직과 부정부패 등 부작용은 철저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의 인사실패를 교훈 삼아 발굴, 추천, 검증, 임명 등 전 과정을 수첩(?)이 아닌 시스템에 의하여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기를 바란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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