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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고사리는 없어서 못 팔아요
모지환  |  jhmo@hp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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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9  09: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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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들과 ‘동암마을기업’ 설립, 소득 및 일자리창출

‘귀농 전도사’ 역할 톡톡...함평 귀농인 2명 배출 성과

 

우리 식단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가장 친숙한 산채나물 중 하나가 고사리일 것이다. 고사리의 어린순은 역사적으로 많은 문화에서 식용으로 사용돼 왔다. 어린순은 끝 부분이 꼬불꼬불한 모양을 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아이의 작은 손을 ‘고사리 손’에 비유하기도 하고, 서양에서는 나선형 모양에서 착안해 ‘바이올린 머리 fiddlehead’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사리 나물은 우리나라의 비빔밥에 빼놓지 않고 들어가고 또한 잎과 뿌리줄기는 모두 맥주를 만드는데 사용되며, 뿌리줄기의 전분은 빵을 만드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고사리에는 단백질과 당질과 칼슘과 철분, 나이아신, 인, 섬유질, 리보플라빈 등 영양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하지만 날로 먹으면 비타민B1을 파괴시키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고사리는 봄에 잎이 피지 어린순을 따서 삶고 말려 나물로 먹거나 국의 재료로 쓰고 있다. 또 식물성 치료제로도 사용되었는데 뿌리줄기를 잘 말려 가루로 만든 것은 기생충에 효과가 있으며,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기관지염 치료제로 이용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살충제 성분을 고사리에서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고사리는 하나의 종(種)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약 10여 가지의 종이 속하는 속(屬)을 가르키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펴져 있는 양치류(fern)로써 남극대륙이나 사막과 같이 너무 춥거나 더운 지방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다.

함평군 손불면 동암마을. 멀리서보면 요새처럼 움츠려든 마을로 보이지만 막상 들어서보면 시야가 병풍처럼 폭넓게 펼쳐진다. 마을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아름드리 연리목(두 나무 줄기가 하나로 붙은 나무)이 눈에 띈다. 이 마을엔 연리목처럼 천생연분의 인연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귀농인 부부가 살고 있다. 정상육·한양숙 부부가 그 주인공.

부부는 서울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다가 경기침체로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9년전 함평으로 내려왔다. 아들 셋과 딸 하나가 있지만 부부만 내려왔다. 셋째 아들은 KBS 23기 공채 개그맨 정태호다.

부부는 1억원을 가지고 함평으로 귀농했지만 주택을 잘못 사는 등 경험부족으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그 이후 부부는 동암마을로 들어오게 된다. 사실 이곳은 남편 정상육 씨의 고향이다.

하지만 꼼꼼한 준비없이 내려오다보니 처음에는 농사지을 땅도 마련하지 못했다. 함평농업기술센터 김향란 과장의 소개로 주변땅을 임차해서 작물을 심었다. 농장이름은 광명농원으로 지었다. 남편의 고향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하나하나 배우며 밭농사를 시작한 한양숙 대표.

처음에는 뽕나무를 심고 오디를 생산해 판매했다. 하지만 오디는 한철 반짝이라서 다른 품목들도 알아봐야 했다. 그렇게 해서 고사리를 심게 됐다. 농약이 필요 없고 퇴비만 주면 되는 친환경 작목이니까 수월했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잘 생산해 이곳저곳에 판매하려고 알아보니 제값 받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직거래를 하기로 하고 직접 소비자를 찾아나섰다. 서울의 지인들에게도 알리고, 인터넷에도 올리고 했다. 한번이라도 부부의 농산물을 구입한 사람들은 단골이 돼주었다. 또 입소문을 타고 새로 단골이 된 소비자들도 계속 늘어났다. 소비자와 신뢰를 구축하고 직거래를 하니 제값 받고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고사리, 오디, 고추, 양파를 계절에 따라 재배하고 수확해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부부가 농사지은 것만 가지고는 수요를 다 맞출 수가 없었고, 또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 마을주민들과 의기투합해 마을기업을 만들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동암마을기업’은 공기 좋은 동암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또 고령화되어가는 농촌에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역할도 해냈다.

마을 7가구가 뭉쳐 만든 ‘동암마을기업’은 지난해 고사리 판매로 1억 8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중국에 수출도 했지만 올해는 사드문제 여파로 답보상태다.

올해는 날씨 탓에 고사리의 생산력이 작년 대비 30% 정도 감소될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한 대표는 ‘농사를 잘 짓고 제값 받는다는 원칙’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지역에서 농업인들이 생존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현재 국내시장에서 약 85%가 중국산 고사리가 거래되고 있으니, 고사리는 농가들에게 여전히 매력 있는 품목이라고 주장한다.

작년에는 중앙정부의 지원사업에 대상자로 선정돼 1억원을 들여 기계설비를 완비하기도 했다. 좀 더 위생적으로 고사리를 삶고 말리고 포장하는 6차산업을 실천하고 있다.

한 대표는 농업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가능하면 지금도 시간을 내어 농업기술센터 교육을 받는다. 전문가의 기술교육과 더불어 다른 농업인들, 귀농인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생산과 마케팅 노하우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한 대표가 관심을 갖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 귀농 전도사 역할이다. 한 대표는 귀농에 관심있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자신의 귀농 경험담을 진솔하게 들려주고 싶어한다. 지난해 서울 마포시에서 ‘귀농성공사례’를 발표했을 때 현장에서 교육받은 사람들 중 2명을 손불면과 학교면으로 각각 귀농시킨 큰 성과도 올렸다. 이쯤되면 ‘귀농 전도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농사가 참 재밌어요. 농업인에게는 농업이 직장이고 생활의 일부분이죠.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들처럼 저희도 오전 5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죠. 한낮에는 쉬고요. 어떤 농가들은 고사리를 팔 곳이 없어 헐값으로 시장에 내놓는다는데 우리마을 고사리는 없어서 못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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