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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름없는 농사꾼의 삶((9)
한 솥밥  |  webmaster@n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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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11.17  17: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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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거름(비료,肥料)이라는 뜻을 사람이 이것저것 섞어서 만든 화학비료나 소똥이나 돼지똥 닭똥을 풀 톱밥 등과 섞어 발효시켜 만든 두엄(퇴비,堆肥)만으로 보지 않고 (물론 두엄은 옛 우리 아버지들이나 지금 유기농을 하시는 분들은 아주 소중한 거름으로 쓰고 계시지만요),

하늘에서 따듯이 내려 쬐는 햇빛님, 부드러운 흙(땅)님, 물님(비님, 이슬님, 안개님까지 포함해서), 살랑거리며 간질이는 바람님, 푸른풀님, 지렁이, 두더지 수만은 땅속 생명들이 싸놓은 똥님을 모두 거름(비료)이라고 봅니다.(여기에서는 거름을 화학비료에 한정해서 말씀 드리겠사오니 두엄이 필요 없다고 크게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말 그대로 자연의 거름인 것 이지요 제 생각과 제 농사는 그러한대 왜 세상에는 자연의 거름에는 눈도 안 돌리고 화학비료만을 열심히 뿌려대는 것일까요.

그것이 첫째로, 사람의 힘으로 농작물을 자라게 하고 키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고,

둘째로, 낱알 거둠(수확)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며,

셋째로, 흙에서 나온 것을 흙으로 되돌려주지 않고 약탈하고 빼앗아 허약한 땅이 되게 해놓고 거름을 뿌리면 효과가 있다면서 비료를 주는 경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연이 주신대로 먹고 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연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늘 앞서있기 때문이겠지요. 한 마디로 욕심이지요. 욕심은 취(取)함이고, 모심(侔)은 고마움뿐인데도 말입니다.

‘고마움은 고루고루 맞이함이며, 각이 없이 둥금이며, 온전하다는 것이며, 온전하다는 것은 한울이 함께 하시는 뜻이니 ‘고마움’이 사무치도록 고맙지 않고 어쩌겠습니까.

이 사무치도록 고마운 씨 뿌리는 삶속에서 저는 거름도 이미 자연에 있어 왔고, 사람이 만들고 주지 않아도 자연이 미리 준비해 놓고 주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또한 사무치는 자연의 고마움으로 여기고 있답니다.

사실 화학비료가 미치는 여러 가지 나쁜 영향은 많은 분들이 저보다도 몇 배 더 잘 아실 것 입니다, 부족하지만 제 나름의 생각을 말씀드리면 첫째, 작물의 자람을 빠르게 하는 비료의 효과는 늘 일시적이고 부분적이어서 농작물이 약해지는 모습이 반드시 나타나고,

둘째로, 약해진 농작물은 생육장해나 병충해(사실 이것 자체도 자연이 절로하시는 자기조절작용, 또는 근본으로 가는 되돌림 일수도 있습니다만)에 대한 저항성이 낮아져 더 많은 화학비료 나 농약을 요구하고,

셋째로, 흙(땅)을 빠르게 산성화 시켜 흙속에 생명(미생물)을 억제하거나 죽이게 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또 하나가 있지요. 생상비의 20%이상이 비료 값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도 화학비료를 뿌리는 실험은 안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화학비료 안 뿌리는 농사로 가면 모르긴 몰라도 비료회사(나라 안 밖을 막론하고)에서는 난리가 날 것입니다.

농약 안 뿌리면 농약회사도 만찬가지겠지요. 왜! 야구요. 망(亡)하니까요. 그래서 비료회사, 농약회사에서는 비료나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농사다 망치는 걸로 생각하는 농업의 틀(구조,構造), 삶의 틀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어 선전하고, 농부들은 거기에 마취되어 일년에도 몇 차례씩 밑거름이다 웃거름이다 해가면서 비료뿌리고, 대 여섯 차례 많게는 일곱 여덟 차례 농약을 뿌립니다.

요새 친환경비료니 생태비료니 심지어 농약도 친환경농약이니 생태농약이니 하면서 팔아 대는 비료회사, 농약회사의 상업적변신의 재빠름을 보고 있으면 서글프기도 하고 소름이 돋기로 합니다.

자연에는 잡초도 없고 농작물도 없듯이, 해로운 곤충(해충,害蟲)도 이로운 곤충(익충,益蟲)도 없다고 봅니다. 사람이생각의 잣대를 가지고 거미는 이로운 곤충이고 멸구나 이화명나방은 해로운 곤충이라고 말하는데, 거미님이나 멸구님 이화명나방님 처지에서 보면 얼마나 억울하고 우습고 이상한 일이겠습니까?

제가 보고 느낀 자연생명세계는 이로운 것도 해로운 것도 없고, 농작물의 병도 없고 약도 없고 말미암아(원인) 이룩되는것(결과,結果)도 없는 세계였습니다. 다만 ‘사랑’(이것도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있습니다.

농약을 뿌리는 밑바탕(심성,心性)에는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다. 이것은 이롭고 저것은 해롭다, 따라서 나쁘고 해로운 것은 죽여 없애야 한다는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생명이 사람 그자체인데 어떻게, 어디서부터 좋고 나쁜 것, 이롭고 해로운 것을 가려내어 죽이고 살리고 할 수 있습니까?

씨 뿌리는 삶(농사꾼의 삶)은 나눔과 쪼갬 빼앗음과 죽임이 아니라 천지대자연의 사람의 일에 함께하는 모둠과 모심과 고마움의 삶이 아닐까요. 농약뿌리는 일이 사람만 살자고 천지대자연 사람의 일을 가로막고 흩으려 놓은 일이라면 우리는 뭇 하늘땅 생명님들께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있는 것일까요?

뭇 하늘땅 생명님들과 우리가 한 몸 일진대 나쁘고 해로운 것을 죽인다고 하는 것이 결국은 우리를 죽이는 것이 아닐까요. 내 몸에 비 오듯 농약을 뿌리면서 정작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여태까지 해온 버릇(습관)과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안 되는 농사를(구조) 때문에 도저히 멈출 수가 없는 것일까요.

저는 화학비료 농약의 종류나 쓰임새를 알지 못합니다. 지금의 과학농법에서 보면 참으로 무식하고 무지한 바보농사 꾼입니다 그래서 화학비료와 농약의 피해를 통계나 수치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파헤치지도 못하고 따라서 과학적 대안도 없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저 무식하게 자연의 흐름에 내 맡기 자고만 떠들어 댈 뿐이지요. 저는 농사는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가 되어야 할 수 있지 토양학, 세균(병균)학, 작물학, 배양학, 소비유통학, 가공제조학, 심지어 천문학에까지 두루 통하는 박사 지식인이 되어서는 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자연어머니 품에서 그동안 쌓아올린 지식, 돈, 이름, 감투, 재산 등 모든 것을 내버리고 벌거숭이 알몸뚱이로 바보가 되어 살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고 누리자는데 거기에 무슨 계산이나 대책, 수단, 방책, 까닭이 있어야하겠습니까?

무계산, 무대책, 무수단, 무방책, 무이유, 벌거숭이 알몸, 벌거숭이 알 삶! 지금은 농사는 ‘하는 것’ 에서 출발하여 ‘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저는 벌거숭이로 ‘하지 않는 것’ 에서 비롯하여 ‘하지 않는 것’으로 마치려고 합니다.

이것이 땅도 안 갈고 비료농약도 안 뿌리며 풀님 농사하는 벌거숭이 바보농사꾼의 무식하고 무지한 농사 생각(농사철학)입니다. 너무 제 이야기가 세상 흐름과는 동떨어졌지요? 그리고 너무 어렵게 잘난 체 하였지요? 제 글을 보시는 분은 한없는 너그러움으로 용서 바랍니다. 원래 얕은 물은 시끄럽고 빈 수레가 요란법석인데 제가 꼭 그런 셈입니다요.

그만 떠들고 제 스승님의 시 한수 올리겠습니다.
읽어보실수록 쉬우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나오면서 그렇게 살고 싶으실 겁니다.

햇빛은 벌거숭이 빛이 나는데

달빛은 벌거숭이 환히 웃는데

별님은 벌거숭이 동무들인데

사람은 벌거숭이 감싸버렸네

햇님따라 벌거숭이 되어버리면

우리또한 햇님처럼 빛이 나겠지

달님따라 벌거숭이 되어버리면

햇님받은 달님처럼 환히 웃겠지

별님따라 벌거숭이 되어버리면

세상만사 일체감 동무이겠지.

- 한원식, 벌거숭이-

아름다운 울림(운율, 가락)이 느껴지시지요.
슬프다, ‘사람은 벌거숭이 감싸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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