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배후에 놓인 과학적 진실

살인도구로 등장한 흥미로운 독약의 실체에 관한 이야기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이라면 눈여겨볼만한 책이 나왔다. 크리스티는 작품 속 불운한 희생자들을 제거하는 데 독약을 즐겨 사용했는데 독약은 그 어떤 살인 도구보다도 작품의 서스펜스를 높여주고 그럼으로써 독자들을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사건의 핵심 단서가 되었다.

크리스티는 그녀의 소설에서 살인도구로 등장한 치명적인 물질들을 신중하게 선택했는데 그것은 크리스티의 방대한 화학 지식에 기초한 것이었다. 화학자이자 작가이며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저자 캐스린 하쿠프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14편의 추리 소설에서 살인마가 사용한 14개의 독약을 샅샅이 파헤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왜 특정 화학 물질이 살인 도구로 작용하는지, 인체 내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한 기전을 밝히고 있으며, 크리스티가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를 실제 독살 사건들, 그리고 소설이 쓰인 당대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 독약들을 입수하고 주입하고 검출해낼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본다.

14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14개의 독약은 소설이라고 해서 모두가 꾸며낸 이야기는 아니다. 크리스티가 독약에 관해 갖고 있는 지식은 매우 뛰어나 그녀의 작품은 실제 독살 사례에서 병리학자들에게 참고자료로 읽힐 정도인데, 이는 그녀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병원의 약품 조제실에서 일했던 사실을 떠올려보는 걸로 충분하다. 이후 그녀는 화학 및 약학의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자격시험을 거쳐 마침내 정식 조제사가 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런던 대학 병원에서 조제사로 근무했다.

당시 조제 약품으로 활용되던 약제들을 십분 활용했던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당시 의학 저널에 소개되며 “매우 정확하게 씌어졌다는 매우 드문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크리스티가 사건의 단서로서 독약의 출처와 기전을 정직하게 묘사했기 때문.

또한 크리스티는 “독물은 모든 곳에 있으며 독물 없이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투약 정도에 따라 독약이 되거나 치료제가 된다”는 독성학 창시자 파라켈수스의 말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색다른 독약, 예를 들어 니코틴이나 리신을 사용해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냈다. 독약의 증상을 묘사하는 과학적 정확성도 놀랄만 하다. 놀라운 구성이 돋보이는 소설 『다섯 마리 아기 돼지(Five Little Pigs)』에서는 독미나리를 사용했는데 약물이 체내에서 작용하는 방식, 맛, 실제로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걸리는 시간 등 모든 것이 소설 속 시간표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매혹되었던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의 이면에 자리 잡은 과학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며 크리스티가 그 과학 지식들을 작품 속에 혼합해 넣는 방식들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부록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목록과 사인, 독약과 화학물질의 구조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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