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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이라는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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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6  09: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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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북풍이라는 유령이. 선거철만 되면, 그리고 특히 대선정국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북풍이다. 역대 대선 정국에 등장했던 북풍사건만 간추려도 1987년 13대 대선 때의 KAL기 폭발사건과 무지개 공작, 1997년 15대 대선직전에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측에 무력시위를 요청했다는 총풍사건, 2012년 18대 대선 때의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발언했다는 NLL 대화록 사건 등이 있다.

박 대통령 파면으로 유력 보수후보들이 없는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19대 대선에서도 북풍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는 해묵은 주적개념 논란이 다시 불었다. 북한이 주적이냐 아니냐는 후보들간의 논쟁은 대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신(新)북풍이 불었다. 이번 북풍의 진원지는 참여정부 때 외교부장관을 지냈던 송민순 씨다. 송 전 장관은 2007년 북한인권결의안을 포기할 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의사를 사전에 물어보고 그에 따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힘입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그리고 야당인 국민의당까지 가세해 북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자 문 후보 측 김경수 대변인(당시 노무현 대통령 연설기획비서관)은 2007년 11월 16일과 11월 18일 대통령 회의자료까지 공개하며 국정원이 북한에 통지문을 보내기 전에 이미 기권 결정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후보가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주장은 후보들간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며 지리멸렬한 논쟁이 되고 있다.

그리고 23일에는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에 확인하고 결정하자고 말한 사람은 문재인이 아니라 송민순이다”는 참여정부 핵심인사의 증언도 나왔다. 그는 당시 서별관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을 청와대 공식수첩에 아주 자세히 적어놓았다고 말했다. 또 문 후보 측에서는 반기문 캠프에 몸 담았던 송 전 장관의 이러한 폭로에 대해 안철수 캠프의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과 소통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주적논쟁에 대해서는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장관을 지낸바 있는 국민의당의 정동영 의원도 “시대착오적이며 보수 후보 프레임에 말려든 것”이라며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며, 북한이 주적이라는 안 후보의 주장은 당내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에서는 양면적 성격을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송민순 전 장관의 문서공개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그가 메모 원본이라고 보여준 쪽지에는 생산일시, 생산자, 결재자, 생산목적 등 기본 정보가 없다. 그것이 가짜로 밝혀질 경우,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것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2012년 대선당시 NLL포기 발언 논란도 결국 뒤늦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인 것으로 드러났으나 법적 책임을 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사실 진본이라면 더 큰 문제다. 우선 송 전 장관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형법 제 127조에 따르면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다.

또 비밀관련 규정을 하는 보안업무규정 25조 2항은 ‘공무원이었던 사람은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기관의 장이나 소속되었던 기관의 장의 승인 없이 비밀을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따라서 송 전 장관의 행위는 형법 및 보안업무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 그의 발언 및 문건 공개는 외교부 장관시절 취득했던 정보이기에 관련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그것이 대통령기록이라면 명백한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다.

물론 이런 행위들이 반복되는 것은 사실상 전직 공무원들이 비밀을 누설할 때도 제대로 처벌받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과 박근혜 캠프는 노무현 대통령의 NLL포기발언이라는 부적절한 비밀을 허위로 공개함으로써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신북풍 기획으로서 정객들이 빠져들기 쉬운 유혹이다. 선거철만 되면 되풀이되는 북풍을 원천차단하기 위해서는 사후에라도 엄격한 법적용이 필요한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전신인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계보를 이어오면서 선거철만 되면 민생보다는 종북몰이에 열중해왔었다. 북풍을 통한 안보와 종북몰이로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고 국민의 표심을 왜곡하기도 했다. 이러한 북풍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북풍을 조장하는 세력에게 역풍이 불어닥치는 것이다. 결국은 현명한 국민이 현명한 정부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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