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선거다. 꽃피는 봄날에 대선을 치르게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까지 거의 모든 선거를 규정지었던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 지역간 대결구도가 희미해지면서 중도에 해당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양자대결로 재편되는 형국이다. 물론 그것은 대통령 탄핵 여파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 보수와 진보, 지역간 구도는 생각보다 훨씬 견고할 지도 모른다.

지금 선거판을 강타하는 것은 지난해 미 대선에서 이미 예고된 바 있었던 가짜뉴스와의 전쟁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의 수혜자로서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갔다고 믿고 있다. 소셜 네크워크의 발달로 특정세력의 정보의 독점력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가짜뉴스들이 판치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론의 조작가능성이 보다 커진 것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는 가짜 뉴스를 주기적으로 배포한 혐의로 경찰 수사 중에 있다. 가짜뉴스의 진원지로는 전직 국정원 직원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2대선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십알단,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된 댓글공작에 의한 여론조작이 문제가 됐다면 이번에는 특정후보를 겨냥해 악의적으로 생산돼 배포되는 가짜뉴스들이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들이 소셜 네크워크에 만연되고, 노출 빈도수가 올라가면서 명백한 거짓도 점점 진실인양 호도되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 유럽을 파시즘의 광란으로 몰아넣었던 나치 선전상 괴벨스는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 하면 결국 믿게 된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나치 파시즘은 독일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세우고 전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가상의 강한 적이 필요했다. 나치는 자신들의 권력찬탈을 위해 세계금융을 장악한 유대인들이 비밀리에 세계정부를 만들어 영속적인 지배를 꾀한다는 음모론을 조직적으로 퍼트리며 반유대주의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내고 유대인 혐오주의를 조장했다. 처음에 코웃음치던 유럽인들은 되풀이되는 나치정부의 선전에 언제부터인가 설득당하기 시작했고 지식인들도 파시즘의 위세에 눌려 스스로의 신념을 부정하고 침묵의 길을 택하게 된다. 그 결과가 수백만의 유대인들을 한줌의 재로 만들어버린 강제수용소 홀로코스트인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대선을 규정짓는 유일무이한 프레임은 반문(반 문재인)이다. 어느 당에서는 매일 아침 회의마다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해서 굿모닝을 빗대 ‘문모닝’이라는 말도 나왔다.

사실 반문 프레임은 메이저 언론에서 앞장서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지상파와 종편, 조중동을 비롯한 메이저 신문사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문재인 공포증을 확대재생산한다. 일례로 신문과 방송이 매일 문재인 아들 채용 의혹 기사로 도배하다시피 하면서도 막상 기사내용의 사실확인을 한 곳은 JTBC와 SBS뿐이었는 분석이 나왔다. 두 방송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메이저 방송과 신문이 간단한 사실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카더라 식’ 뉴스를 반복해 보도했다는 사실은 놀랄만한 일이다. 현재의 네거티브 선거는 상대를 그냥 힐난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녀사냥식으로 프레임의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다.

온종일 TV뉴스보도 채널 앞에 앉아 있거나 스마트폰을 통해 출처없는 가짜뉴스를 받아보는 사람들 중에서 ‘문재인이 호남을 차별했다’거나 ‘문재인은 빨갱이다’, ‘문재인이 싫어서 안철수는 뽑겠다’고 하지만 왜 싫냐고 물으면 그냥 싫다는 것이다. 혐오와 증오를 덧씌우는 프레임은 그렇게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대선 후보자들 측에서도 정책대결 대신 ‘문찍김(문재인 찍으면 김정은과 함께하고)’ ‘안찍박(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대통령 되고)’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이 대통령 된다)’ 같은 허접한 말들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는 ‘안모닝’과 ‘조폭연루설’ ‘차떼기’가 관련검색어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에게 가장 취약한 감정이 공포다. 권위에 대한 복종실험인 그 유명한 밀그램 실험에서도 입증되었듯 공포심이 커질수록 인간의 이성은 마비된다. 인간의 원초적 공포와 혐오를 이용해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하다.

저작권자 © 함평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