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채소’ ‘기양초’로 불리며 밥상에 빠지지 않는 부추

고품질 부추 생산으로 연중 1억5천만원 매출 올려

오랜 병치레와 가족의 암투병 등 역경 딛고 성공농업 일궈

 

우리 식생활 문화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가장 흔하게 밥상에 오르는 게 부추가 아닐까 싶다. 부추김치, 부추전, 부추무침, 부추잡채, 오이소박이처럼 부추는 우리 음식에서 매우 중요한 재료로 쓰이고 있다.

부추무침이 없는 국밥은 얼마나 허전한가. 부추는 보신탕, 양탕에도 반드시 빠져서는 안 되는 향신채소다. 또 눈에 잘 띄진 않지만 만두속과 김밥 재료에도 꼭 들어간다.

부추는 전라도 지방에서는 ‘솔’이라고 부르고, 충청도 지방에서는 ‘졸’, 경상도 지방에서는 ‘정구지’ 혹은 ‘소풀이’ 라고 부르고, 제주도에서는 ‘새우리’라고 부르는 등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잇다. 한번 심으면 쑥쑥 잘 자라는 탓에 ‘게으름뱅이 풀’이라는 별명도 있다.

옛 야사에 따르면, 부뚜막에 심어 먹는 채소라 하여 ‘부추’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말도 있고, 정력에 좋다고 하여 ‘기양초(起陽草)’라는 별칭도 있다. 그만큼 부추는 천연 강정제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 실제 불교에서는 오신채(五辛菜)라고 해서 스님들이 수행하는 데 방해되는 5가지 음식 중 하나로 부추를 들고 있다.

비타민의 보고로 불릴 정도로 부추에는 비타민A, B1, B2, C등이 풍부하며 부추의 매콤한 맛을 내는 알리신 성분은 소화를 돕고 육류나 생선의 냄새를 없애준다.

부추는 무엇보다도 피로회복과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남녀 모두에게 매우 좋은 채소다. ‘동의보감’에 ‘간의 채소’로 기록될 만큼 간 기능 강화 작용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 피로회복제로 알려지면서 요즘은 생즙을 갈아마시는 사람들도 부쩍 늘고 있다.

 

함평에서도 현재 많은 농가들이 작목반을 결성해 부추를 생산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모범적으로 부추를 생산해 고소득을 올리는 곳이 학교면에 위치한 청수원 기연농장이다.

농장주 최기연 대표(63)가 부추재배에 뛰어든 건 5년 남짓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대표 브랜드 ‘나비랑 부추랑’을 통해 고품질 부추생산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부추는 공판시장에서 가격등락폭이 심해 가격예측이 쉽지 않은 대표적인 품목 중 하나인데 최 대표는 생산단계에서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품질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큰 어려움없이 한해 1억5천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중 투자금 40%를 제외하고는 남은 금액이 고스란히 이윤이다.

대개 수급조절의 어려움으로 가격등락폭이 크다는 점이 부추농가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손꼽힌다. 부추가격이 매일 들쑥날쑥해 소득예상에 어려움이 큰 것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예년과 달리 농가들의 수확량이 급격히 떨어져 시장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고공행진하기도 했었다. 평상시 가격보다 3~4배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작은 ‘로또’에 당첨된 셈이다.

반면 언제든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 가격이 급락할 때는 일반 부추농가들이 4kg 한 박스에 2천원~3천원에 울며겨자먹기로 공판장에 내기도 한다. 하지만 청수원 기연농장은 최소 박스당 7천원~8천원대는 받는다. 이는 생산수지를 맞추기 위한 최소단가다.

그래서 최 대표는 “부추는 매일 가격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부추농사뿐만 아니라 공판장 농사도 잘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품질관리와 더불어 도매상들과의 신뢰구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광주 6곳의 공판시장에 농협계통출하를 하는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쉬지 않고 직접 운전해서 간다. 공판장에 직접 가면 농산물 판매흐름 등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현재 비닐하우스 11동 2천500평 부추농사를 짓는다. 벼농사 때문에 농사철에는 잠시 쉬지만 연중 생산한다. 연중 출하하지만 구정인 1~2월에 가격이 가장 좋다.

그는 부추농사는 어느 정도 규모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규모로 하우스 1~2동에 농사짓는 사람들은 판로가 힘들어 금세 포기해버린다고. 단지를 키워 순회차가 다닌다면 일손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추는 숙근초라 한번 심어두면 계속 수확이 가능하지만 품질유지를 위해서 3~4년에 한번씩 갈아줘야 한다. 한번 베어 수확하면 25일만에 다시 수확이 가능할 정도로 쑥쑥 잘 큰다. 하지만 너무 자주 베면 부추잎이 가늘어진다.

부추는 온도에 민감하고 자체 열이 많아 여름에는 쉽게 뜬다. 날씨가 갑자기 뜨기워지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부의 숙련도다.

“부추농사의 성공여부는 숙련된 인부들이 작업을 잘해 인건비를 줄이는 일이죠”

그래서 부추농가 작목반에서 운영하는 인부들이 따로 있다. 하우스 안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여름철이 되면 일하는 게 쉽지 않다. 지금은 대형 선풍기와 이중 차광막 등으로 작업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최 대표는 부추농사를 2012년에 시작했다. 당시 안병호 군수가 유망품목으로 권장했다고 한다. 그 전에는 딸기농사를 지었는데 일손이 너무 많이 가서 힘들어하던 차에 상대적으로 일손이 덜 가고 수월한 부추농사로 품목을 전환하게 된 것이다.

평생 벼농사를 짓던 최 대표는 2002년 갑자기 찾아온 심근경색으로 농사를 포기하게 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오랜 병치레로 심신이 약해져 있던 그에게 2012년에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긴다. 아내와 아들이 나란히 암투병을 하게 된 것이다. 아내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유방암 치료를 받고 있었고, 당시 간호하러 갔던 아들도 검사해보니 담낭암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지금은 수술해서 모두 건강하다. 아들이 수술할 때 아들의 헤어진 여자친구가 소식을 듣고 다시 찾아왔고 회복후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된다. 인생 새옹지마가 아닐 수 없다.

오랜 병치레와 가족의 암투병 등 역경을 겪은 탓인지 최 대표의 얼굴엔 주름이 깊게 패여 있다. 하지만 천연 피로회복제로 알려진 부추밭에 매일 살아서인지 그의 얼굴엔 혈색 좋은 미소가 가득하다. 올해는 매일 아침 부추 생즙 한잔으로 건강을 유지해 보는 건 어떨까.

 

청수원 기연농장 010-4450-6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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