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오 박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및 회계에 관한 기본원칙을 정한 지방재정법은 ‘지방재정의 건전하고 투명한 운용과 자율성의 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방자치법에서는 ‘지방재정은 수지균형의 원칙에 따라 건전하게 운영’하며, ‘국가는 지방재정의 자주성과 건전한 운영을 조장’하여야 강조하고 있다. 즉 지방재정의 운영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건전성, 효율성, 투명성 등에 의한 책임성 확보를 기본원리로 하고 있는 것이다.

건전성은 자치단체가 공공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비용을 어려움 없이 조달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거시적으로는 재정의 수지균형(收支均衡)과 적정채무의 유지 상태를 말하며, 미시적으로는 세입능력의 범위에서 지출수요를 충당하는 모든 재정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정압박과 파산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효율성은 주어진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자원의 활용이 효율적인지를 측정하는 개념으로, 투입 대비 산출 또는 성과의 비율로 표현된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요불급한 지출을 억제하고 소모성 경비를 최소한으로 관리하여야 하며 최적의 투자와 전략적 재정관리가 필요하다.

투명성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재정원리로 IMF 및 OECD를 중심으로 재정투명성 개념과 측정지표 등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의 역할과 책임의 명확성, 예산과정의 공개, 시민들의 재정정보 이용 가능성, 정보의 신뢰성 등이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즉 지방정부가 보유하는 재정정보를 적시에, 다양한 방법을 통해 주민에게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책임성은 지방재정의 자율성에 대응하는 원리라 볼 수 있다. 재정의 운영은 자율성을 보장하되 책임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이는 비효율과 낭비,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앞에서 언급한 건전성, 효율성, 투명성 등 기본원리들이 효과적으로 작동될 때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책임성 확보는 지방재정 운영에 있어서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재정행위가 매우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재정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다 실효적이고 강력한 통제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자율적 내부통제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지방자치의 큰 축의 하나인 자치재정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성 제고를 위한 방안에 대하여 몇 가지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중기지방재정계획의 실효성 확보이다. 중기지방재정계획은 자치단체의 무리한 재정운영을 사전에 통제하고 한정된 재원을 계획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러한 중기지방재정계획이 형식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본래의 목적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효성과 구속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와 지방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계획의 사후 수정 또는 변경 요건을 강화하여야 하며, 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중기계획에 포함된 사업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여야 한다.

둘째, 지방투자심사를 강화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사업의 중지 또는 번복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단체장의 정치적 판단을 존중하고, 임기동안 단체장의 비전을 담은 핵심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당연할지라도 반드시 재정투자사업에 대해서는 타당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지방자치단체 내부의 회계통제를 강화하여야 한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지방회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지방회계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회계과정에 대한 행위와 책임을 분명히 하고, 회계책임관 제도를 도입하여 권한 및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지방보조사업의 관리를 강화하여야 한다. 민선에 접어들어 지방보조사업이 증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보조사업 예산을 자의적으로 편성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조사업의 심사를 강화하여야 한다. 보조사업에 대한 심사 및 평가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조금심의위원회의 통제를 강화하고 심사 및 평가 결과를 공개하여야 한다.

다섯째, 성과관리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여야 한다. 2016년부터 도입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성과계획서와 성과보고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성과평가 결과를 차년도 예산에 반영하여야 한다.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분석, 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 각종 감사 등에 의한 모니터링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지방의회의 예산심의, 결산검사, 행정사무감사 등을 위한 지방의원의 전문성 확보도 중요하다.

여섯째, 주민에 의한 통제가 강화되어야 한다. 주민참여 및 주민에 의한 통제를 위하여 여러 가지 수단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많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주민통제제도의 요건 구성에 지방자치단체장의 재정 손실에 대한 책임도 고려해 볼만하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자치단체장 중심의 행정체제이다. 조직, 인사, 재정 등에 있어 단체장의 권한이 막중함으로 그에 대한 책임성 확보는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의 원리에 비추어 주민 스스로의 참여에 의한 통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일 수 있으나, 시민사회의 거버넌스 성숙도가 낮기 때문에 단체장의 책임 있는 재정운영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제도 정비와 더불어 내·외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규율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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