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권진 주필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함평 산소에 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얼마 있으면 청명이고 한식이다. 청명과 한식은 ‘손 없는 날’로 여기는 날이다. 이날은 산소에 손을 대도 탈이 없다고 한다. 올해는 윤달이 들었다. 5월 윤달이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탈이 없는 달’이어서 크게 산소를 손보거나 이장하는 일은 대부분 윤달에 한다. 죽음과 주검에 대한 예의다.

함평에는 다양한 형태의 고분들이 즐비하다. 과히 고분 전시장 또는 고분 박물관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청동기시대의 대표적 묘제인 고인돌이 함평의 곳곳에는 600여기 남아 있다. 또한 전라남도지정문화재 기념물 55호 예덕리고분군, 122호 마산리고분군, 143호 신덕고분군, 151호 금산방대형고분, 152호 장고산고분이 있다. 이처럼 고분이 많은 것은 고대에 함평이 집단 주거지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증거는 인멸 위험이 있는 증거가 있지만 고분은 증거 인멸의 위험이 없다. 완벽한 증거다. 고분들을 보며 죽음과 주검에 대해 성찰하는 것은 산자의 예의다.

사람이 일생을 마감하면서 마지막 안식처로 삼는 것이 무덤이다. 무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해프닝도 많다. 사건도 많다. 죽음을 대하는 방식을 놓고 장례를 집행하는 당사자들의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죽음에 대한 애도의 문제보다도, 주검의 안식을 두고 상주들이 종교가 다를 경우 발생하는 분란이다. 장례를 둘러싼 논쟁에 끼어듦은 불필요하다. 그냥 지켜보면 된다. 관계자들은 본인들이 알고 있는 가장 정중한 방법으로 주검을 모시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화장을 하든지, 매장을 하든지, 자연장을 하든지, 분묘를 하든지, 봉안을 하든지 간에 다 죽은 자를 위한 나름대로 최선의 장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산자를 위한 논쟁이다.

죽음 이후 주검을 모시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 최우선시 되는 것이 ‘명당’이다. 명당에 대한 애착이나 집착은 종교의 교리를 떠난다. 내가 보아온 한국인의 정서에는 명당이 모든 종교를 초월하는 것이다.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던지 간에 모든 죽음들은 명당을 원한다. 살아서도 죽음 이후의 주검을 처리하기 위해서 명당을 잡아 놓은 사람이 많다. 유달리 혈연관계에 집착하는 우리들은 주검을 특정장소에 군집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이 가족산, 또는 문중산이다. 가족산이나 문중산은 치부보다도 묘를 쓰기 위한 산이다. 선산이다. 그래서 명당이 있는 산을 우선해서 찾는다.

주검을 안치하면 후손이 발복한다고 하는 세칭 ‘명당’에 모시기 위해서 이장에 이장을 거듭하기도 한다. 명당은 ‘삼대가 적선해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주검의 모심을 놓고 이왕이면 다홍치마 심사로 명당에 주검을 모신다는데, 모셨다는데 갸륵한 일이 아닌가. 주검에 대해 ‘명당’ 어쩌구 하면 이해 집단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주검의 안치 절차는 종교에 따라 다르다지만 분묘를 한다면 명당은 사회적 합의가 묵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주검의 안치 과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있지만 명당에 대한 시비는 금기사항이다.

명당을 논하면서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좌청룡과 우백호, 배산임수’, 그리고 ‘발복’이다. 이런 문자들은 모두다 후인을 위한 담론이다. 담론의 생산이 주검을 당한 본인보다도 후대의 발복에 치중되었다. 명당에 모시면 천당에 간다, 또는 극락에 간다. 이런 명당론에 대해서 나는 과문하다. 왜 주검 당사자에 대한 명당론은 분명하지 않는가? 여기에 대한 담론은 부재다. 이것은 풍수적 통념에 젖어 당연시할 것이 아니라 검토해 볼 문제다. ‘잘되면 내가 잘해서고 잘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다. 주검에 대한 예의는 넘치지만 죽음에 대한 애도는 너무나도 간소하다.

세월호가 인양되었다. 바다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의 맹골수도에서 침몰한지 3년, 1073일 만이다. 드러낸 세월호 선체는 처참한 집단주검 같았다. 방치한 대형무덤 같았다. 이제 정부는 세월호 침몰로 인한 304명의 죽음과 주검에 대하여 명명백백하게 말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동방예의지국의 예의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인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치유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더불어 박근혜씨는 검찰조사 후 조서를 7시간이나 꼼꼼하게 체크한 정성으로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고해성사해야 한다. 바다 속에서 인양된 세월호는 이제 역사 속으로 온전히 인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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