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반복인가? '한국의 라스푸틴' 최태민,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조명

지난해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전방위적 국정농단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서방언론들은 최순실을 일컬어 일제히 ‘한국의 라스푸틴’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한국의 라스푸틴’이라는 표현은 이미 10여년 전에도 사용되었다. 당시 주한 미국 부대사였던 윌리엄 스탠튼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박근혜 후보의 배후에 ‘한국의 라스푸틴’이었던 최태민이 있었다는 보고를 미행정부에 올린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알려진 이후 언론들이 앞다투어 라스푸틴과 최태민·최순실 부녀의 행각을 비교하는 기사들을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러시아 제국을 망국의 길로 인도한 요승 라스푸틴에 대한 관심도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동안 인구에 회자되던 라스푸틴에 대한 여러 기행들은 주로 추측과 뜬소문이 덧칠해진 전설 같은 일화들이 대부분이었다.

조지프 푸어만이 1989년에 출판한 『라스푸틴: 하나의 삶』은 라스푸틴에 관한 최고의 전기로 알려져 왔었다. 켄터키 주립대 역사학부 석좌교수인 저자는 1991년 구소련이 해체된 이후 과거에 공개되지 않았던 로마노프 왕조와 라스푸틴에 관한 수많은 기록들을 새로 입수해 수년에 걸쳐 연구를 거듭, 라스푸틴에 관한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을 『라스푸틴: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를 2012년 출판하게 된다.

저자는 라스푸틴의 삶을 그의 유년기부터 불가사의한 최후에 이르기까지 재구성하며, 그 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역사적 진실들을 추적한다. 특히 비선실세 라스푸틴으로하여금 제정 러시아의 심장부로 들어가 국정농단을 가능케 했던 역사적 실체가 무엇인지 낱낱이 해부한다.

최태민·최순실 부녀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국정에 깊이 개입하는 과정은 100여년전 라스푸틴이 러시아 차르와 인연을 맺고 국정농단을 자행했던 행태-이단적 종교성, 신통력, 성 편력, 국가기밀 입수와 인사비리, 극우단체 지원, 뇌물수수에 이르기까지-와 놀랍도록 닮았다.

라스푸틴의 국정농단의 결과, 차르 니콜라이 2세가 1917년 2월 혁명으로 폐위된 것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헌재로부터 탄핵선고를 받아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이젠 구속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100여년 전, 제정 러시아를 망국의 길로 이끌었던 라스푸틴의 러시아와 최순실에 의해 농락당한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 얼마나 빼닮았는지를 목격하는 일은 자괴감이 드는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반복되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그 같은 역사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심정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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