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가마솥 수제 왕돈까스

►큰손가마솥 윤정하 대표

전국적으로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지만 진짜 맛집을 찾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또 사람들과 맛집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면 강한 불신 같은 게 자리하고 있는데 그것은 소문을 듣고 맛집을 찾아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였다. 물론 거기에는 TV에서 유행처럼 번진 맛집탐방 프로그램들도 한몫 거든 것 같다. 오죽하면 “진짜 맛집을 찾기 위해서는 TV방송에 나오지 않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면 된다”는 우스개가 생겼겠는가.

수제 왕돈까스계의 슈퍼스타 탄생예감

수제 왕돈까스로 유명한 내로라하는 식당들에 가본 미식가 중에는 뭔가 2% 부족함을 느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돈까스를 담은 접시만 터무니없이 크다거나 돈까스 돼지고기가 조금 두툼할 뿐 광고에 나온만큼 크지 않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또 뜬소문만 듣고 어느 식당을 찾아갔다가 냉동 돈까스를 사용한 게 아닐까 의심될만큼 식감이 형편없었다는 얘기도 있다. 불신을 자초한 식당 주인들이 각성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사람마다 취향과 입맛은 다르겠지만 좋은 음식을 알아보는 보편적인 식감은 대동소이하다. 어찌됐든 가장 좋은 방법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맛을 보는 것이다. 함평읍에 수제 왕돈까스 집이 생겼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사람들 말로는 일단 돈까스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었다.

 

가격에 한 번 놀라고, 크기에 두 번 놀라고, 맛에 세 번 놀란다

 

“수제 왕돈까스계의 진정한 왕이 귀환했다”는 소문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화제의 식당을 찾아갔다. 식당간판은 ‘큰손 가마솥’이고 식당 옆으로 커다랗고 시커먼 가마솥 두 개가 놓여져 있다. 설렁탕과 순대국이 주 메뉴임을 알 수 있는데 그 옆으로 ‘수제 왕돈까스’ 현수막이 길게 걸려 있다.

 

식당에 들어가 주문한 수제 왕돈까스가 나오면 그 비주얼에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름 30cm의 커다란 접시를 거의 가득 메울 정도의 크기다. 왕돈까스를 눈앞에 두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런 것이다. ‘양으로 승부하자는 건가’, ‘이걸 혼자 다 먹을 수 있을까?’ 그리고는 다시 벽에 걸린 메뉴판을 바라보게 된다. 돈까스 가격 7천원.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렇게 커다란 수제 왕돈까스를 7천원에 만들어 팔면 남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적당한 크기로 돈까스를 썰어 입안에 넣으면 또 다시 놀라게 된다. 튀김옷의 바삭바삭한 맛과 부드럽게 씹히는 돼지고기 육질이 한데 어울리며 입안에서 신비한 앙상블을 이루어낸다. 여기서 돈까스 맛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게 26가지의 재료가 들어간 특별한 소스다. 소스 때문인지 튀긴 요리지만 전혀 느끼하지 않다.

착한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비주얼과 맛에 감동받은 사람들이라면 이제 머릿속에서 어쩌면 기존에 먹어왔던 왕돈까스에 대한 기억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말 뿐이었던 여느 수제 왕돈까스들은 이제 명함을 내밀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단점은 있다. 양이 아주 큰 사람이 아니라면 이곳의 왕돈까스 하나를 혼자서 다 먹기 쉽지 않다는 것. 이런 것도 단점이 될 수 있다면 말이다. 물론 이곳에서는 먹다 남은 왕돈까스는 가져갈 수 있도록 포장을 해주니까 실제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고의 재료, 부담없는 가격’ 전략

 

‘가장 좋은 재료로 만들고 부담없는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이 이곳 ‘큰손 가마솥’ 식당의 원칙이다. 설렁탕과 순대국도 이런 원칙에 따라 최고의 재료를 엄선해 만든다.

주변의 설렁탕 전문식당들을 가보면 수입산 고기를 재료로 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이곳에서는 재료값에 대한 부담이 있더라도 한우1+(원뿔) 고기만을 고집한다. 좋은 재료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 좋은 재료를 써야 좋은 맛이 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을 만들고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이곳 사장님인 윤정하 대표(64)다. “다른 식당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수입산으로 끓이면 설렁탕 맛이 전혀 안 나거든요.” 윤정하 대표는 이곳에서는 최고의 재료만 사용한다면서 거래장부를 보여준다. “아무리 음식을 잘 해도 재료가 안 좋으면 소용 없거든요.”

‘결국 맛은 재료가 좌우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윤 대표는 쌀도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인 나산 지역에서 생산된 벼를 사서 그때그때 도정해서 쓴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가는 밥은 압력솥으로 하루에 2번씩 한다. 그래서 더욱 찰지고 고소하다. 고춧가루도 최고품질의 고추를 엄선해 사용한다.

 

순대국에 들어가는 순대도 생것을 직접 구입해서 손질한다.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그렇게 해야 고소하다. 이미 손질된 것을 납품 받아 쓰면 냄새는 안 나지만 전혀 맛이 없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더라도 순대를 직접 만들어 쓴다. 당장은 귀찮은 일이지만 이런 작은 실천이 모여 결국 큰 차이가 나게 된다.

 

주말농장에서 완전귀촌으로

 

전남 해남 출신의 윤 대표는 서울에서 오랜 기간 운송사업을 했고 부인 차시남 씨는 식당을 20여년 했다. 윤 대표와 아내는 서울생활을 하면서도 귀촌생활을 동경했는데 노후에 시골에 집짓고 살려고 시간날 때마다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곤 했다.

해남은 윤 대표의 형님이 지키고 사니까 다른 곳을 알아보기로 한 것인데, 함평경찰서에 근무하는 막내동생이 나산면 원선리에 전원주택을 마련해 산다고 해서 가보았더니 강원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이 부부는 마음에 꼭 들었다. 동생이 사는 집 위쪽으로 매입할 땅이 나오면 꼭 연락을 주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부탁한 지 2년만에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슴농장 주인이 석축을 쌓고 울타리를 쌓아 목장을 만들고 집도 새로 지었는데 마을주민의 반대로 더 이상 농장을 운영할 수 없게 돼 3년 만에 집과 땅을 내놓은 것이었다. 부부는 운 좋게 원하던 부지를 구입해 들어갈 수 있었다.

서울에서 하는 일 때문에 완전히 귀촌할 수 없었던 부부는 이때부터 매주 서울과 함평을 오가며 주말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이때가 2011년이다. 고사리 농장 2천평을 운영했는데 고사리는 4~6월에만 하면 되니까 서울에서 운송업을 계속 하면서 주말에만 내려와 농장을 관리하는 식으로 했다. 그렇게 5년간 주말농장을 운영하게 된다.

2015년 연말 아내 차 씨는 서울 식당을 그만 두고 본격적으로 귀촌 준비에 들어간다. 그리고 2016년 가을 윤 대표도 마침내 운송사업을 정리하게 된다. 사업을 정리하면서 여윳돈이 좀 생기자 광주 송정리 근방에 땅을 좀 사려고 했는데, 이미 땅값이 많이 올라버리고 살만한 땅이 없음을 알게 된다.

그러다가 지금 식당 자리가 매물로 나온 것을 알고 구입하게 된다. 아내 차 씨는 20년간 식당을 해서 이제 식당은 더 이상 할 계획이 없었으나 결국 다시 식당을 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육 전문가인 처남 차재홍 씨도 합류하게 된다. 처남은 정육점을 20년간 운영했는데, 거기서 돈까스 고기를 전문으로 판매했었다. 처음에는 설렁탕과 순대국만 하려고 했는데, 돈까스도 메뉴에 넣자고 한 것은 처남의 아이디어였다.

 

 

인심 큰 식당 ‘큰손 가마솥’

 

식당 이름이 ‘큰손 가마솥’인 이유는 순전히 아내 차씨의 손이 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인심이 후한 것으로 유명하다. 곱창볶음을 주문하면 2만원(小)으로 4인이 먹을 수 있도록 듬뿍 나온다. 만일 부족하면 리필도 해준다. 다른 식당들에서 대부분 올린 술값도 이곳은 여전히 3천원이다.

“돈 벌려고 악착같이 안하고 편한 마음으로 하니까 좋은 것 같아요”

윤 대표는 ‘최고의 재료, 부담없는 가격’ 정책은 이윤을 적게 남기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윤 대표는 가족이 운영하는 ‘큰손 가마솥’ 식당이 각자의 역할분담과 성격이 잘 맞아 균형 잡힌 최고의 팀이라고 자랑한다. 음식 솜씨가 좋은 아내 차 씨는 인심이 후하고, 고기 요리를 담당하는 처남은 고집스럽게 좋은 재료만을 엄선해 음식을 만든다. 부지런한 성격의 윤정하 대표는 매일 농장과 식당을 오가면서도 이곳을 철저하게 정돈되고 청결한 환경으로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가격부터 양과 맛까지 흠잡을 데 없는, 인심 좋은 ‘큰손 가마솥’ 식당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것 같다. 아침 일찍부터 식당의 위생상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다니는 윤 대표의 그런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큰손 가마솥

061) 323-1117

함평군 함평읍 함장로 1117

(여고사거리 군립도서관 후문 건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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