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오 행정학박사

함평군립도서관 명예관장

최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에 의하여 법과 원칙의 준수라는 기본적인 신뢰마저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비롯된 처방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자본에 관한 개념은 학자나 기관에 따라 여러 가지로 정의되고 있다. 퍼트남(Putnam,1993)은 사회적 자본을 “관계를 맺고 있는 구성원들 간에 상호 협력을 통하여 사회의 효율성을 증진시켜주는 수평적 결합체로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과 같은 집단적 조직체의 특성”이라고 하였다. 또한 OECD(2007)는 사회적 자본에 대하여 “규범이나 가치를 공유하고 집단의 협력을 수월하게 하여 이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라 정의하고, “그 네트워크는 집단 또는 개인 간의 실생활을 연계해주는 것”이라 하였다.

필자는 지방자치 차원의 ‘사회적 자본’에 대하여 ①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②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③주민 복리증진을 위한 사회적 역량의 총체로서, ④사회적 거래를 촉진시키는 신뢰, 참여, 소통, 규범, 네트워크 등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한 사회에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적 및 물적 자본이 정량적인 개념이라면 사회적 자본은 정성적인 개념으로 규범, 신뢰, 네트워크 등과 같은 무형의 가치들이 중요한 요소이다. 사회자본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의 관계 속에 내재되어 있는 자본을 말한다. 따라서 한 사회나 지역이나 국가가 가진 인적·물적 자원에 사회적 자본이 더해지면 그 만큼 발전의 속도와 질이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자본 중에서 사회구성원 개인 간, 집단 간의 신뢰가 높으면 높을수록 공동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미래사회에서는 물질적 인프라보다는 정신적 인프라, 즉 신뢰나 법질서 등과 같은 사회적 자본이 더 필요하다. 사회적 자본은 무형의 자본으로 경제발전과 사회안전 및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본이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방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 본다.

첫째, 우리 사회의 공동 관심사를 처리함에 있어서 지연, 혈연, 학연, 관행 등을 초월하여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함으로써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특히 지역의 자원을 배분하는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은 지방자치의 혜택이 주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항상 유념해야 한다.

둘째, 지역 간 또는 계층 간의 이해충돌(利害衝突) 사안에 대하여는 대화와 토론 등 민주적 방법에 따라 소통하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공평하게 나누되 약한 상대방을 배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신뢰사회를 조성하여야 한다.

셋째, 권력과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는 기득권층은 사회적 약자에게 양보하여 계층 간에 갈등이 없는 화합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지금 함평 지역에서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군(郡)이 주도하여 범군민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겸손(謙遜), 배려(配慮), 감사(感謝)’ 운동은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과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선도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서로 사랑하고 감사함으로써 신뢰를 쌓아가는 함평, 얼마나 희망적이며 아름다운 일인가.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에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행복한 ‘다함께 화평한 세상’이 지명에 걸맞게 함평(咸平)에서 펼쳐지지 않겠는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형성 운동의 성공과 정착은 물질적 풍요를 유발한다. 외부자본이 역내에 유입·투자되고, 소득이 증가하여 지역내총생산(GRDP)이 늘어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고,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부(富)의 선순환(善循環)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명문학교가 육성되어 전국의 학생들이 줄을 서고, 군민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시설과 유명 브랜드의 쇼핑센터도 들어서지 않겠는가.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회에 대한 신뢰와 정부에 대한 신뢰는 비례관계라고 말한다. 사회에서 개인 간에 신뢰가 높을수록 정부정책이나 법규를 신뢰할 가능성이 높으며, 정부에 대한 신뢰의 감소는 개인 간 불신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운동은 관주도보다는 시민사회가 앞장서고 행정기관이 행·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협치의 신거버넌스(new governance)가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함평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겸손·배려·감사’ 운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군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러한 정신운동의 성공은 지역사회에 더 큰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여 함평군이 지향하는 역동적인 기업도시 육성 등 여러 정책들과 더불어 풍요롭고 행복한 함평의 비전을 실현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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