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칼국수, 해물칼국수, 팥칼국수 등 인기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만든 담백한 음식맛

 

바야흐로 웰빙 시대, 몸에 좋다는 음식은 많지만 막상 점심 때가 되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기름진 인스턴트 음식을 피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건강식 별미를 원한다면 들깨 칼국수를 먹어보는 건 어떨까?

들깨에는 로즈마리산과 루테올린 성분이 다량 함유돼 피부노화를 막아주고 특히 여성들의 피부 미백효과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높여주는 오메가-3 지방산인 리놀렌산과 DHA 등도 많아 학생들 건강식으로서 뿐만아니라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음식이다.

함평에도 구수하고 부드러운 들깨 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 숨은 맛집이 한곳 있다. 함평읍 내교리에 위치한 ‘호미와 들깨’가 그곳. 제주도 물허벅부터 항아리, 재봉틀, 기와장식까지 여러 소품들로 아기자기 꾸며진 식당 안 풍경. 점심 때가 되면 주방에서 음식 만드느라 그리고 홀에서 서빙하느라 홀로 바삐 움직이는 이가 있으니 그 주인공이 윤헬렌 사장.

작은 식당이지만 혼자서 운영하다보니 힘에 부칠 것도 같은데, 소녀 같은 미소의 윤헬렌 사장은 일하는 짬짬이 손님들과 담소도 나누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윤헬렌이라는 이름이 특이해 가명이 아닐까 싶어 물어봤더니 법적으로 개명한 본명이라고. 서울에서 공무원이었던 남편이 공무원 생활을 접고 90년대 초반 가족 모두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갔는데 캐나다 현지인들이 한국식 이름을 부르기 어려워해 가족이 영어식 이름으로 개명했던 것.

캐나다에서 10여년의 이민생활을 끝내고 자녀들과 헤어져 서울로 돌아온 윤 사장 부부는 얼마 있지 않아 다시 제주도로 이사를 간다. 윤헬렌 사장은 제주도에 살면서 여동생들을 그곳으로 불러 세 자매가 함께 식당을 운영하게 된다.

 

큰언니인 윤헬렌 사장의 손맛과 세 자매의 넉넉한 인심이 어우러진 푸짐한 상차림으로 식당은 입소문이 나고 제법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조미료를 넣지 않는 깔끔한 맛에 재료를 아낌없이 쓰고 손님들에게 푸짐하게 대접하면서도 부담 없는 가격을 고수한 까닭에 ‘남는 게 없는 장사’가 됐다.

더군다나 남편은 7년간의 제주도 생활을 끝내고 다시 육지로 나가고 싶어했다. 그때 때마침 함평읍 만흥리에 땅을 갖고 있던 오랜 지인이 윤 사장에게 땅을 팔고 싶은데 주변에 구입할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고, 윤 사장 부부가 즉흥적으로 그에 응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윤 사장 부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함평으로 2년 전 귀촌하게 된다. 귀촌하면서 윤 사장은 농사를 짓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남편은 농사일은 혼자서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때 서울을 떠나면 죽는 줄로만 알았던 서울토박이 윤 사장은 이렇게 함평주민이 되었다.

윤헬렌 사장이 함평에서 홀로 식당을 하게 된 이유도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적보다는 사람들과의 만남 때문이다. 혼자 운영하니 아주 많은 손님은 한번에 받지 못한다. 그보다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나누는 걸 좋아한다.

 

이제는 들깨, 고춧가루, 팥, 푸성귀 등 대부분 남편이 농장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재료와 양념으로 음식을 만드니 손님들에게 좀 더 푸짐하게 대접할 수 있다.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요. 가족을 위해 집에서 만들던 음식이죠.” 타고난 손맛 때문인지 윤 사장은 어떤 음식이든 금세 최고의 맛을 만들어낸다. 무조건 걸쭉한 국물을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최적의 농도를 찾아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대부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은 이곳의 깨끗한 원료와 담백한 맛에 모두 단골이 된다.

 

여름에는 검은콩물국수가 인기가 많고, 요즘은 들깨칼국수를 꾸준히 찾는다. 바지락, 홍합, 미더덕, 딱새우 등 재료가 푸짐히 들어간 해물칼국수와 팥칼국수도 6천원에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인기메뉴다.

식당 손님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전은 무료 애피타이저로 먹을 수 있는 강된장 보리밥이다. 친정 어머니에게 전수받은 강된장에 섞어먹는 보리밥은 칼국수만으로는 허전한 손님들에게 든든함과 함께 옛 정취를 심어준다.

‘호미와 들깨’라는 식당이름은 윤헬렌 사장이 시골정감을 느끼게 할 이름을 구상하다가 농촌의 가장 기본적 농기구인 ‘호미’와 식당에서 쓰는 주 재료인 ‘들깨’를 조합해 만든 시골정취가 가득 풍기는 브랜드네임이다.

 

“처음에는 함평이라는 지명도 몰랐는데 이렇게 함평에 와서 살게 된 것 보면 무슨 인연이 있지 않나 싶어요.”

부부는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 초동마을에 새로 집을 짓었다.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자녀들과는 매일 카카오톡 전화로 통화를 한다. 부부는 무리하지 않고 일하기로 했다. 남편은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귀촌생활에 매우 만족해 한다.

“도시 사람들은 대부분 막연하게 전원생활을 꿈꾸면서도 막상 떠나지 못하죠. 저희는 지금이라도 이렇게 귀촌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니까 외로움을 모르고 살아요. 이젠 여기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죠.”

 

호미와 들깨

함평군 함평읍 내교리 162-3

061-324-8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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