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석 대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유년에 시골 들녘이나 도시 변두리 야산에서 쑥을 캤던 추억 하나 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막상 구하려고 보면 또 구하기 힘든 게 쑥이 아닐까 싶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시골 변두리를 운전하다가도 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쑥이지만 이제는 농약 걱정 때문에 아무 길가에서나 멈춰 쑥을 캘 수 없는 노릇이다.

곰이 굴속에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고 사람이 됐다는 단군신화에 나올만큼 쑥은 우리 민족에게 신묘한 식물로 인정받아왔고, 또 옛 속담에 “7년된 병을 3년 묵은 쑥을 먹고 고쳤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쑥은 우리에게 빼놓을 수 없는 토종식물이다.

여러 음식으로 만들어먹는 쑥은 혈액순환을 도와 피를 맑게 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효능 때문에 산업사회에서 신체오염에 노출된 현대인들의 몸을 정화하고 성인병을 예방해주는 약용식물로 각광받기도 한다.

이렇게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쑥이지만 쑥농사를 짓는 농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쑥재배가 결코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환경 무농약 쑥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다는 쑥농사를 혼자서 4,300평이나 짓는 농부가 있다. 학교농공단지 옆 호암마을 저수지를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호암쑥농장의 농장주 김희석(53세) 대표가 그 주인공.

영광이 고향인 김 대표는 결혼해서 함평으로 온 지 10여년째다. 학교면 사거리에서 방앗간을 하는데 10여년 전만 해도 명절이면 긴 줄을 설 정도였는데, 이후 경기침체로 점점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이 됐다고 한다. 무언가 부업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향만 함평군농업기술센터 소장(당시 계장)이 소주를 사주면서 ‘꼬셔’ 권장한 품목이 쑥이었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다. 처음부터 무턱대고 5,000평의 노지에 쑥을 심었는데 토양에 방앗간 깻묵 비료를 넣었더니 엄청나게 크게 자라더란다. 그런데 밭농사에 경험이 없던 김 대표는 쑥보다 더 빨리 자라는 풀들을 어떻게 해보지 못하고 실패를 맛보게 된다. 풀과의 전쟁에서 좌절하고 포기하려던 찰나에 센터에서 이번에는 비가림하우스로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온다.

풀을 못 잡으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인데 노지재배는 쉽지 않고, 비가림하우스는 풀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비가림하우스 800평으로 다시 쑥재배를 재개한다. 그런데 어떻게 전해 들었는지 소문 듣고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는 떡쑥용 쑥을 키로당 1천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한 유명 친환경 생협에서 찾아와 키로당 1만원씩 수매하기로 약속한다. 그렇게 해서 그는 친환경 무농약 쑥재배에 들어가게 되고 비가림하우스 8동 1,300평과 노지 3,000평에 쑥향기가 가득하게 된다.

원래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생협은 제철 농산물이 아니면 취급하지 않았는데, 요즈음 소비자들이 오히려 비가림하우스 채소를 요구하는 추세라고 한다. 공기, 흙, 물, 수질검사 등 철저한 검사를 통해 친환경 인증이 나오니 소비자들이 믿고 찾는다.

호암쑥농장의 연간 쑥나물 생산량은 50여톤에 이른다. 이중 30여톤이 생협의 계약재배 물량으로 나가고 20톤은 일반 떡집과 도소매로 거래된다.

2~5월말까지 생산되는데, 하우스에서 나오는 2~3월이 가장 가격이 좋다. 또 쑥은 2~4월에는 나물용으로 출하되고 5월에는 쑥떡용으로 나간다.

출하시기가 빨라질수록 시장에서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데 지난해에 2월 23일날 첫 출하가 시작됐는데, 올해는 2월 7일 첫 출하가 이뤄졌다. 내년에는 첫 출하시기를 더욱 앞당길 계획이다. 조기 출하하면 1회 더 생산할 수 있으니 쑥나물용 3회, 쑥떡용 2회 등 5회 생산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노지를 제외한 비가림하우스 8동 1,300평에서만 매출 1억원을 올리고 순소득 5천만원을 얻고 있다. 생협의 키로당 수매가는 1만2천원까지 올라갔다. 친환경 농법으로 좋은 품질만 유지할 수 있으면 좋은 가격 또한 보장되는 구조다.

 

홀로 외롭게 쑥농사를 짓던 김 대표는 최근 함평에서 3농가가 쑥농사에 새로 합류해 천군만마를 얻은 듯 하다. 김 대표의 평소 지론이 더불어 먹고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요즘 관심을 두고 구상하는 것은 쑥떡가공 분야다. 일례로 영광 모싯잎 시장은 최근 800억원대에서 400억원대로 반토막나는 등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반면 위탁가공 경험상으로 보자면 영광은 모싯잎 가공에서 쑥가공으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또 수도권에서는 쑥 미숫가루 소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는 그런 변화의 틈새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김 대표는 “쑥재배 10농가만 모여도 떡타운 조성이 가능하다”면서 변화하는 농업환경에서 우리 지역농업이 나아갈 길이 어디인지 농업인들이 자문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호암쑥농장

김희석

010-5017-6145

저작권자 © 함평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