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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의 근․현대사 구술채록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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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2  09: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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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권진 주필

함평에도 극장이 있었다. 함평극장, 해보극장이다. 함평극장은 지금의 함평온천장 자리에 있었다. 이곳에 함평극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함평면사무소가 있었고, 일제 강점기에는 요리집이 있었다고 한다. 함평극장에서 처음 상영한 영화는 <철조망>이라고 한다. ‘요리집이 있었다.’거나 첫 상영 영화가 ‘철조망’이란 것은 다 들은 이야기다. 함평읍내의 특정 장소의 내력이나 건물에 대한 이력에 관심을 갖다보니 탐문하면서 들은 이야기다. ‘들은 이야기’, 구술이다. 특정 한 사람의 구술이다.

구술자료는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주목받고 있다. 지역마다 그 지역의 역사복원과 체계적인 지역사 편찬을 과제로 설정해 매진하지만 용두사미다. 지역사료는 빈한하다. 특히 주민들의 삶을 담은 사료는 전무하다. 이런 현실에서 찾은 대안이 지역민들의 구술이다. 다양한 구술자료로 인하여 지역사료는 풍성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함평도 구술채록을 서둘러야 한다. 어르신 한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진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말씀하신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몇 권이 될지 몰라.’ 어르신들은 지역사료의 보고다. 지역사료 구술채록은 어르신들을 우선 대상으로 하기에 시급한 것이다.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먼저 마을에 대한 자료채록이다. 흔히 마을에 가서 물어보면 우리 마을도 옛날에 이랬다는 전언들이 많다. 이름하여 마을의 ‘화양연화’시절이다. 그 시절의 마을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구술채록하는 것은 마을공동체 회복이나 복원을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가난했지만 정이 오가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난 때문에 동네마다 정든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변하고 변화되는 마을의 풍경이 마을 어르신들 기억에는 그대로 저장되어 있다. 예를 들면 그 마을의 전래풍속의 변천. 벼, 보리 등 농작물을 콤바인으로 수확하면서 변한 인심. 마을에 전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의 소회. 마을에 처음 텔레비전이 들어 왔을 때의 변화. 여기에는 수많은 생활편의 시설과 해당 기기가 포함된다. 채록해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다음은 지역의 특정, 특이 인물에 대한 구술이다. 함평인의 표상이 되는 삶은 기록되고 전승되어야 한다. 인물하면 뛰어난 성취를 이루거나 큰 업적을 남긴 분으로 특정하는 것을 당연시하는데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함평 정주민의 삶, 일상의 땀이 있고 피가 있고 눈물이 있는 평범한 삶. 그렇지만 그 가운데 나눔과 소통이 있다면, 도전과 열정이 있다면, 용서와 배려가 있다면 함평의 인물이다. 이 시대가 닮고자 하는 함평인의 자화상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특히 여성으로서 많은 기부와 자선을 한 염소부인에 대한 구술채록은 시급하다. 우리지역에서 나눔을 앞서 실천한 분이지만 후손이 없다.

지금은 없어진 공간과 건물에 대한 구술채록도 절박하다. 함평 읍내를 비롯한 각 면소재지가 우선 대상이 될 수 있다. 현 건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근대화 시기 최초에 관한 이야기. 함평의 생활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함평읍내에서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는 중앙약국은 1958년 개업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그 상호를 현재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나보다 나이를 더 먹었다. 호수다방, 백제의원, 함평극장, 광미상회, 바이킹만화방, 우리당빵집, 백림서점, 해동식당, 함평연탄공장, 옥천주조장, 공원여인숙, 영수천, 작곡재 등 이야기는 계속된다. 함평읍내의 공간과 건물에 대한 구술을 집대성하면 함평읍 거리는 이야기거리로 다시 나게 될 것이다.

함평의 오일장도 대상이다. 한때 함평의 9개 읍면에는 모두 장이 섰다. 함평장, 신광장, 손불장, 학교장, 엄다장, 대동장, 나산장, 해보장, 월야장이다. 함평장은 소, 학교장은 가마니, 해보장은 돗자리로 흥청거렸다고 한다. 하지만 몇 번 섰다가 말았다는 대동장, 우시장까지 준비했다던 엄다장에 대한 기록은 군사에도 없다. 또한 대동면 강운리 상강마을 앞에 섰다는 강정시에 대한 구술을 들었지만 이 분도 전해들었다는 것이기에 확인이 필요하다. 상강마을의 옛이름이 강정이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수많은 일화가 나온다. 본인은 중요성을 간과하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런 일화가 지역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어르신들의 말씀, 말씀이 모두 지역의 역사를 튼실하게 복원하는 지역사료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구술채록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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