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권진주필

함평을 테마로 한 글쓰기에 집중하자. 이런 다짐을 10여 년 전부터 해마다 반복했지만 얻은 소출은 없다. 쭉정이에 검불도 없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새해가 되면 여러 구상을 하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계획만이 내가 했던 실천의 전부였다. 반성한다. 이것저것에 눈 돌리지 말고 절실한 하나만이라도 원고를 완성하자. 원고를 마무리 하다 보면 다른 것들도 쓸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올해는 ‘이것 하나만 쓰자’고 다짐했는데도 2월이 반쯤 지난 지금까지 글로 쓴 것이 없다. 이렇게 한심한 것이 나다. 반성하고 반성한다. 여러 가지 사유를 들어 변명할 수 있지만 가장 근원적인 것은 `쓰기'를 길들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쓰기'를 습관화해야 한다. 날마다 글쓰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날마다 원고지 1매라도 빼먹지 않고 써야 한다. `쓰기의 일상화'를 해야 한다.

쓰다보면 글이 써지는 것이다. 쓰지 않으면 글이 써지지 않는다. 우리의 사고는 강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다만 우리가 그 물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사고의 물길을 열어주는 것이 글쓰기다. 날마다 몇 줄이라도 써야한다. 쓰다보면 새로운 물줄기도 생겨난다.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물길이 생겨나기도 한다. 글을 쓰다보면 샛길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주제를 통제 못한 글쓴이의 자질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샛길로 간 물길에서 생각지도 못한 성과를 얻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글쓰기 판을 만들어 주니까 몸속 이곳저곳에 있던 문자들이 흐름을 만나서 물밀듯이 쏟아져 나온 결과다. 이 문자들은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오래전부터 저마다의 마음 집 심처에 거주하며 비상을 꿈꾸던 언어들이다.

그래서 글을 쓰려면 온몸으로 쓰라는 것이다. 일단 시작을 하면 밀고 나가는 동인이 생겨나고, 앞에서 끌어가는 동인이 스스로 자가 발전하여 글쓰기를 지원해 준다. 글쓰기는 글쓰기 행위가 이끌어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은 첫문장을 써야 한다. 글쓰기는 엉덩이의 힘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첫문장을 쓰면 결국은 마지막 문장을 쓸 수 있다. 나는 이런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고 있으니까 한심하고 한심한 것이다. 반성한다. 머릿속의 생각은 넘치고 있는데 이를 풀어 줄 글쓰기는 하지 않고 있으니 사고의 동맥이 경화가 되는 것이다. 흐르지 못하면 부패한다. 흐르지 못하면 굳어진다. 반성하고 반성한다. 부패한 것, 굳어진 것은 죽음에 가까이 있는 것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싱싱하다. 부드럽다.

함평에 대한 글쓰기를 계속 하다보면 그래도 새로운 구상이 또 생겨날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따로 보관을 해야 한다. 우선은 한편을 매조지 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생각나는 모든 것을 다 담으려고 자꾸 딴그릇을 만들다 보면 어떤 그릇에도 남실남실 담을 물이 없게 된다. 엄벙덤벙 하다가 아이디어맨으로 세월만 보내게 된다. 반성을 반성한다. 하나하나 마무리 하는 글쓰기가 내 글쓰기를 길들이는 첩경이다.

무엇을 쓸 것인가를 너무 생각하지 말자. 일단은 간단히 스케치하듯이 해서 전체에 대한 초고를 완성해야 한다. 초고가 완성되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초고를 완성하지 못해서 자꾸 딴전을 피우는 것이다. 초고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작품의 틀을 그려야 한다. 틀에 맞추어 밀고 나가면 된다. 차례차례 나가려하면 힘들다. 틀을 정하고 쓰기 편한 부분부터 완성해 가면 초고는 완성이 된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쓰려고 하면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나아갈 수 없다. 그러다보면 중도에서 멈추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 있는 부분부터 마무리를 지어가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초고를 완성하는 열쇠다. 막히는 곳은 막힌 대로 두고, 흐르는 곳을 따라 흘러가면 된다. 억지로 흐르게 하다보면 전체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중도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나오는 것이다. 모든 부분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듯이 글쓰기도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겨난다. 한 권의 책도 한 권의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삶을 윤택하게 하려면 반성해야 한다. 반성하지 않으면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변화하지 않는 삶은 반성이 없는 삶이다. 생각만으로, 말만으로 역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온몸으로 하는 반성이 역사를 만든다. 반성이 역사를 옹골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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