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 지난 미국 대선 때, 출처도 명확하지 않았던 이 가짜뉴스가 페이스북에 등장했을 때 무려 96만 건이나 공유됐다. 힐러리 클린턴이 IS와 연루됐다는 가짜뉴스도 70만 건 이상 공유됐고, 클린턴 재단이 사탄숭배자들과 연루돼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들과 유튜브 영상도 여전히 인터넷 상에 떠돌며 누리꾼들을 현혹하고 있다.

가짜 뉴스가 활개치고 있다. 미국 IT전문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미국선거일 이전 3개월 간 인터넷상에서 공유된 가짜뉴스는 무려 870만 건에 이르며, 이는 진짜뉴스 공유횟수인 736만 건보다 더 많은 것이다. 가짜뉴스의 대부분은 트럼프에 유리하고 힐러리에 불리한 내용이었다. 그 결과는 트럼프 당선이었다. 트럼프 당선에 페이스북의 가짜뉴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고 페이스북은 한동안 엄청난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조기 대선이 예고된 우리나라도 페이스북에 가까뉴스 경계령이 내려졌다. 페이스북 코리아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는 1700만 명에 달한다. 공유와 확산이 특징인 페이스북에서 뉴스 수용자는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별하기에 매우 어렵다. 가짜뉴스는 마치 기사처럼 유통되는데 ‘일베’같은 사이트를 기반으로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페이스북을 통해 확산되는 식이다.

가짜뉴스의 유통은 주로 극우보수 세력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나단 올브라이트 美 노스캐롤라이나 엘론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최근 우익 웹사이트가 어떻게 메시지를 퍼뜨리는지를 연구한 논문을 발표하며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처럼 퍼뜨리는 허위 뉴스사이트 총 306개를 찾아냈다”고 밝히며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의 효과적인 확성기 역할을 한다. 페이스북은 바이러스가 퍼지는 숙주였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분석에 따르면 주도면밀하게 인터넷의 약점을 파고들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유언비어 날조 집단이 존재한다.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은 “가짜뉴스의 웹과 우리의 웹이 꽤 여기저기서 얽히고설켜 있다”고 전한다.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한 우익 사이트들은 구글 페이지랭크 시스템에서 자신들의 검색 순위를 높여줄 일종의 속임수를 찾아 공략한다.

그 결과 우파는 무슬림, 여성, 유대인, 홀로코스트, 흑인 등의 주제에 관해 좌파보다 인터넷상에서 정보의 유통과 흐름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한번 메인에 뜨면 지속적으로 첫 페이지에 노출되고 그 결과 ‘클릭’과 ‘트래픽’이 반복되면서 가짜뉴스의 지위는 강화됐다는 지적이다. 집단지성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는 알고리즘이 빠진 자기함정이다.

사실 우리가 각각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매일 마주하는 세계는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믿음을 강화하기 위해 보이지 않게 조율된 세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즉 뉴스피드에는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기사들만 선택적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인터넷의 ‘필터버블’ 효과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사용자에 맞춰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수용자는 이미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춰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걸 의미한다.

필터버블은 뉴스의 진실성을 가린다. 오보라는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편견’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짜뉴스와 필터버블의 홍수 속에서 트럼프는 지지자들의 감성적 연대에 힘입어 당선될 수 있었다.

올 봄 대선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가짜뉴스 트렌드를 우려해 허위기사를 걸려 낼 팩트체크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새로운 조직인 크로스체크가 출범하기도 했다. 역시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우리나라는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보고 싶다.

나치 선전상 괴벨스는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고 말했었다. 가짜뉴스가 판치다보면, 정작 진짜뉴스를 보고서도 사람들은 불신을 겪게 되는 것이다.

왜냐면 거짓과 진실은 같은 방식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뉴스 수용자 스스로가 팩트 체크하려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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