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만 되면 국적 불명 외래어를 지양하자는 움직임이 이목을 끌곤 하는데, 배척 대상으로 낙인찍힌 ‘콩글리시’ 표현들이 알고 보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쓰인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다.

핸드폰이 영어로 셀폰(cell phone)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핸드폰이 ‘콩글리시’이기 때문에 쓰지 말아야 할까? 영어권에서라면 그렇겠지만 딴 언어도 콩글리시와 비슷한 게 있어서 독일어도 영어 Handy를 핸드폰이란 뜻으로 쓴다. 핸드폰은 한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도 흔히 쓰이는 표현이며 중국, 베트남, 몽골 등에서도 ‘손+전화’의 복합명사 형태로 쓰고 있다.

종래의 외래어나 콩글리시에 관한 책은 외래어를 순화하자거나 잘못된 영어를 바로잡고 올바른 영어를 쓰자는 주장이 대부분인데 ‘콩글리시 찬가’는 오히려 외래어나 콩글리시가 어떻게 생겨났고 세계의 다른 언어와 어떤 관련을 맺는지에 초점을 맞춰 외래어나 콩글리시도 한국 근현대사의 문화유산이며 수많은 언어와 뿌리를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콩글리시의 명예회복을 위한 변호에 나선다.

이 책은 15개국어를 구사하는 ‘언어괴물’, ‘번역가들의 선생님’이라고 불리며 자유자재로 언어들 사이를 넘나드는 저자 신견식이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려 인기를 얻었던 글들을 모으고 다듬어 출간한 첫 저서다. 글쓴이는 총 6장에 걸쳐 콩글리시가 왜 생겨났으며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리고 올바르게 콩글리시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알레르기’와 ‘백 프로’는 독일, ‘핸드볼’은 북유럽, ‘초콜릿 복근’은 프랑스, ‘모르모트’는 네덜란드에서 왔다거나, ‘금수저’는 독일에서도 쓴다는 예시를 들며 수많은 콩글리시의 기원을 파헤치면서, 그러한 말들은 여러 언어가 뒤섞인 다중어원multiple etymology의 특징을 보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일본식 영어처럼만 보이는 ‘사라다’는 많은 사전에 포르투갈어가 어원이라고도 나왔는데 사실은 프랑스어가 기원이라 볼 수 있듯 언어의 뿌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또한 축구에서 썼던 핸들링, 헤딩, 골게터, 센터링 따위의 말이 알고 보면 옛날식 영국 영어일 뿐이지 틀린 영어가 아니라는 것을 예로 들며, 콩글리시와 영어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콩글리시로 의심 가는 표현들을 무조건 없애버리려는 것은 영어 제일주의와 일본어에 대한 거부감에 휩쓸려 애먼 외래어까지 배척 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며, 여러 언어가 뒤섞인 외래어를 올바른 영어로 교정하는 데 집착하지 말고 사람들이 쓰는 대로 자연스럽게 정착되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저자는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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