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를 보낸다. 2016년을 돌아보며 촛불 하나 드는 마음으로 ‘시작’을 말한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듯이 미답지에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은 우리 평생의 화두다. 그래서 시작은 두렵다. 시작은 어렵다. 시작은 막막하다. 시작은 불안하다. 시작은 숨이 차다. 시작은 울렁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이 있어야 결과가 있다. 처음 계획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작이 있으면 결과는 나오게 되어있다.
그러나 시작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도 기대할 수 없다. 시작을 해야만 중도에 그만두더라도 결과가 있다. 중도에 그만 둔다면 차라리 시작하지 않은 것 보다 못하다고도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시작해서 그만 두더라도 나아간 그만큼은 진전이 있는 것이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조금도 나아가지 못할 것을 시작을 했으니 그만큼 나아간 것이다. 시작을 말하는 것이 이런 연유만은 아니다. 시작을 위해서는 누구나 소요물을 준비한다. 여러 대안을 마련한다. 나름대로 완벽한 시작일 수 있지만 어떤 프로젝트도 완벽한 성공을 담보하고 있지는 않다.
아주 우연한 인연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듯이 아주 사소한 것이 한 프로젝트를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결과가 두려워서 시작하지 못한다는 말은 하지 말자. 실패를 예정하는 프로젝트는 없다. 모든 프로젝트는 언제나 성공을 예견한다. 성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만든다. 성공을 위해서는 이런 저런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그 조건들을 채워 나간다.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하나만 채워지지 않아도 시작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아무리 완벽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도 계획은 계획이다. 말 그대로 계획에 불과한 것이다.
언제나 계획한 대로 프로젝트가 진행이 된다면 지금껏 부자가 되지 않고 정상이 되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완벽하게 계획을 세웠어도 언제나 변수가 있어서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변수가 행운을 주어서 처음 프로젝트의 예상과 동떨어진 곳에서 큰 성과를 안겨준 경우도 있다. 이런 행운도 시작을 했으니 얻게 된 부가가치다. 덤이다. 시작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이룰 수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을 요구하는 속담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시작’에 대한 경구다. 선인들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삶의 좌우명이다.
우리는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돌발변수를 감안하고 추진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획자의 앎과 상상의 범위를 넘을 수가 없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 있지만 자연의 변화에 따른 경우의 수는 계산이 불가능하다.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버터플라이 효과’와 같은 경우의 수는 계산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완벽한 성공 프로젝트라고 모두가 인정하는 프로젝트도 실패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완벽한 성공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프로젝트가 기대를 넘어 크게 성공을 하기도 한다.
시작은 스스로의 결정에 따르나 결과는 스스로의 노력과 시대와 시절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성공만 가정하면 시작하지 못한다. 언제까지 시작하지 못한다. 우리는 흔히 내가 생각하는 것의 반만 성취해도 여한이 없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작하자. ‘시작이 반이다.’ 시작하면 시작 그 자체로 반을 이루는 것이다. 왜 시작을 두려워하면서 성취를 말하는가. 시작하면 반이 성취된다고 하지 않은가. 여기서, 지금부터 준비하고 시작하자. 쉬운 일부터 시작하자.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자.
‘거거거중지 행행행리각'(去去去中知 行行行裏覺). 가고 가고 또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또 행하다 보면 그 이치를 깨닫게 된다. 삶은 늘 출발이다. 시작이다. 시작하면 열리는 길이 있다. 시작하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길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여러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 길은 가다보면 나오는 길이기 때문이다. 나아간 길 만큼 길이 난다. 갈래길도 나온다. 2016년 광화문 광장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들고 나가기 시작한 촛불은 담대했다. 거대했다. 위대했다. 새해가 오고 있다. 시작하자. 나는 무엇을 시작할까. 우리는 무엇을 시작할까. 시작하는 습관을 위해 시작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하자. 또,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