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권진 주필

지역의 스토리를 조사하고 분류해서 기록해야 한다. 스토리뱅크가 설치되어야 한다. 지금은 과히 스토리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지자체에서 스토리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로 지역활성화를 견인하려고 서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국가에서도 스토리뱅크를 설치할 정도로 스토리 집대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문화적인 현실을 감안하여 우리 함평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작금, 항간에 떠도는 ‘지방소멸’을 생각하면 서둘러야 한다.

우선 면면이 전해지는 전설을 데이터베이스화 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이본을 모아서 첨삭 과정을 거친 후에 함평 전설의 원형을 확정해야 한다. 지역이나 마을에서 전해지는 전설은 화자에 따라서 조금씩 첨삭이 된다. 이런 첨삭을 모으고 분류해야만 전형적인 원형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마을이다. 마을의 지명부터 시작해서 마을의 산천에 대한 지명까지 전해오는 이야기가 많다. 또한 마을을 형성하면서 마을의 공간과 마을의 전승행사에 대한 스토리도 있다. 이런 생활 가운데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대한 스토리도 있다. 특별하거나, 특이한 경우의 인물이 반드시 있다. 그 인물의 에피소드를 모으면 그것도 마을의 이야기가 된다.

어린 시절 경운기를 타기위해서 뛰던 기억이 새롭다. 또한 우마차를 타고 다니던 기억도 새롭다. 더불어 어머니 손을 잡고 오일장에 가던 기억도 난다. 모두가 기록해 놓아야 할 풍경이다. 이런 기록으로 우리의 일상 스토리는 풍요로워 진다. 이런 기록을 소소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드물지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있다는 지금 상황이 기회다. 기록하고 싶어도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이 돌아가시면 말짱 도루목이다. 그래서 지역의 스토리를 조사하고 기록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이런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겨우 남아 있는 분들은 `누구한테 ~ 들었다'는 전언을 듣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선 오백년의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 중의 하나인 `조선왕조실록'을 보유하고 있는 민족이다. 이런 민족적인 기질의 유전자가 강하게 남아있어서 유독 기록하는데 정성을 들여왔다. 선조들의 수많은 문집이 이런 국가적인 기록문화의 개인적인 발현이라고 생각한다. 소소하고, 사소한 것들을 기록한 문집이 많다. 이런 문집들이 있으므로 해서 우리는 그 시절의 생활과 습속을 알 수 있다. 역사는 기록한 자의 몫이다.

우리의 선조들을 아주 사사로운 것까지 다 기록을 했다. 일기도 많다. 일기는 개인사라 할 수 있으나 그 개인은 일기를 기록해 놓으면 역사속의 개인이 된다. 역사속의 개인들이 있어야 개인의 사적인 부분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실록을 비롯한 국가적인 기관에서 기록한 문서의 행간을 읽을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자료다. 조선의 역사가 조선왕조실록이나 공공기관 문서로만 기록되었다면 뼈대만 있는 생선이 된다. 가지런히 날선 가시만 볼 수 있는 살점을 발라먹은 생선, 살점을 도려낸 생선이 된다. 그러나 개인들의 기록이 있어서 살집 풍성한 갈치가 되고 조기가 되고 고등어가 되어 맛깔스런 생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기록정신에 경의를 표하면서 우리 시대의 기록을 생각한다.

역사에는 정사와 야사가 있다. 정사는 실록이나 각종 기관에서 작성한 공적인 기록물에 의한 기록이다. 야사는 공적 기록물에는 없으나 사적인 기록물에 있는 것이다. 정사의 이면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독해하기 위해서는 야사의 기록이 필요하다. 이때에 야사의 기록자는 역사에 편입되는 것이다. 역사적인 개인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관공서에서도 문서보관연도가 있어서 문서 파기와 훼손이 적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문서보관연도가 있어서 당연하게 처리한다. 하지만 온전한 지역사의 서술을 위해서는 이런 문서도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집대성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역사는 기록으로 만들어진다. 이 단순한 사실을 망각하면 역사는 허술해진다. 가난해진다. 각자의 삶은 언제나 전설이고 당대는 언제나 위대하다. 함평을 말하자. 함평을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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