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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거짓말과 국민의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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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16  1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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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하라” “하야하라”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촛불집회에서 터져나온 100만 국민의 함성이다. 이날 전국에서 서울의 광장으로 모여든 100만 인파는 87년 6월 항쟁이후 최대 규모다. 100만이 모였지만 너무도 놀랍게도 국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물대포, 쇠파이프가 등장하는 폭력은 없었다. 질서정연하게 진행된 민중총궐기는 축제가 되었다. 하지만 보수든 진보든 100만의 목소리는 하나였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빠듯한 자영업자도, 수능시험을 며칠 앞둔 고등학생들도 광장으로 나왔다. 나이, 지역, 직업 등 공통점이 없는 국민 100만명을 한 곳에 모이게 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민주공화국이 대통령의 비선실세에 철저하게 농락당했음을 뒤늦게 목도한 국민들의 허탈감과 수치심, 좌절감과 참담함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후안무치에 대한 분노였다. 국민들의 분노는 촛불을 횃불로 만들었다.

70만명이 모였다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끝없이 이어지는 촛불을 바라보며, 그리고 시위대가 부르는 ‘아침이슬’을 따라부르며 자책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후의 사건들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이 진정한 반성을 했는지 의심스럽지만 당시 그는 국민의 목소리가 얼마나 준엄한 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에서 ‘대통령은 하야하라’는 100만의 외침이 들려왔을 때 청와대의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만일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구렁이 담 넘듯 얄팍하게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 명령은 준엄한 것이다. 지난 14일 추미애 더민주 대표가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한 것도 국민의 명령을 가벼이 여겼기 때문이다. 어떠한 정략적 판단도 국민의 뜻에 앞설 수 없으며, 그걸 어기면 야당도 심판을 받게 된다.

이번 제 45대 미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후보자들간의 양자대결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양자택일에서 미국인들은 힐러리의 거짓말보다는 차라리 트럼프의 막말을 선택했다. 트럼프의 인종차별, 여성혐오, 이슬람혐오 등 극우적 언행들과 성추행 의혹은 연일 미디어의 비판을 받았지만 미국인들은 그런 트럼프보다 힐러리의 거짓말이 더 싫었던 것이다. 그만큼 국민들이 기대하는 지도자의 윤리는 엄격하다.

40여년전 닉슨 대통령이 하야한 것도 워터게이트 사건 자체보다는 대통령의 거짓말 때문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불법도청이었지만 닉슨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 이후 이 사건을 은폐하기위해 거짓말을 밥먹듯 하고 국가기관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 처음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사실이 드러나면 개인적 일탈이라고 치부하고 실체적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았던 것이다.

연설문 개입, 대통령기록물 유출, 인사·외교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국정원 선거개입, 세월호참사 외면, 문화계 블랙리스트, 개성공단폐쇄, 위안부 합의, 방산비리, 역사교과서 국정화, 패션외교, 불법시술 등등 끝없이 이어지는 최순실 국정농단 자체도 초유의 사태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박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을 보고 있으면 40여년전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닉슨 대통령의 보였던 행동과 너무도 빼닮아 소름끼칠 정도다.

최순실 게이트를 파고들수록 그 칼끝은 박 대통령을 향해 가고 있다. 1분44초짜리 1차 녹화사과 때 박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연설문 작성 때 조금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고 했지만 그 해명은 그날 저녁 JTBC보도로 바로 거짓으로 드러났다. 2차 사과에서도 박대통령은 진정성 없는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드러난 만큼만 인정하는 대통령,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짓은 연이어 들통나고 2만이던 촛불은 20만이 되고 100만이 됐다.

박 대통령의 거짓말은 최순실의 거짓말과는 차원이 다르다. 닉슨 대통령은 미국 국민들의 하야 여론과 국회의 탄핵의지가 확고해지자 미련없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박 대통령에게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이제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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