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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유다원(윤명희대표)-국화향 진한 늦가을에 '황홀'을 마시다
모지환  |  jhmo@hp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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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6  16: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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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유산 야생차에서 꽃차까지!

지난 2010년 국립산림과학원의 유전자원 조사와 보존가치에 대한 과학적 평가결과, 전국 야생차나무 중에서 군유산 야생군락지 차나무가 전국 38개 지역 중 DNA 다양성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5만 여평에 걸쳐 자라나는 차나무가 있는 군유산은 그 자체 브랜드가 될 만큼 차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군유산 자락 송계마을, 이곳에는 13년째 야생차 제다를 하며 군유산 야생차의 맥을 이어가는 부부가 살고 있다.

김재길 윤명희 부부. 군유산차는 부부가 공동대표로 있지만 요즘은 윤명희 씨가 더 열심이다. 근래 커피전문점의 범람으로 녹차의 소비가 급감한 이래 대용차로 꽃차가 인기를 얻으면서 윤명희 대표는 매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련의 나날들

1994년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남편의 고향에 터전을 마련했을 때부터 윤 대표에게 농촌생활은 그리 평탄치가 못했다. 해가 떨어지면 암흑천지가 되는 산골농촌은 도시생활에 대한 향수만 진하게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산골의 적막함도 잠시, 이제 새로운 시련이 찾아왔다.

정부자금을 받은 1500평 시설하우스로 영농을 시작한 윤명희 씨네 부부는 방울 토마토 법인을 결성하여 친환경 시설재배를 하였고 국내 출하는 물론 일본에 수출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IMF 즈음해서 하우스 농가들이 도산하기 시작했고 윤명희 씨네 부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 아이의 육아와 농사를 병행하는 고단한 삶 속에서 윤명희 대표는 토마토, 오이, 딸기, 머위, 돗나물 등 여러 품목들에 손을 댔지만 처음부터 빚으로 시작한 농업은 좀체 사정이 풀리지 않았고 빚만 계속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이후 남편 선배의 적극적인 권유로 야생화 분화와 꽃잔디 재배에도 뛰어들었는데 회계관리와 판매는 남편 선배가 맡고 부부는 재배를 도맡기로 했다. 일종의 동업이었지만 그 동안 쌓인 빚을 청산할 좋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2년여를 고생하면서도 윤 대표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납품 주문도 꽤 밀려들어 작업량도 부부가 소화하기에 버거울 정도로 늘어갔다.

그런데 생산과 납품은 열심히 했지만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어 남편에게 볼멘소리도 해보았지만 남편은 오히려 핀잔을 주며 “믿고 차분히 기다리자”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통장을 가지고 있던 남편의 선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결심한 부부는 2002년, 시설하우스를 정리하고 묵은 논밭을 무상으로 임대해 토종종자만을 파종하고 화학비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 자연농을 시작했다.

일제식민시절, 송사리에 살던 일본인들은 ‘군유산 차를 다 마시고 나면 하동차를 구입해 먹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이곳 군유산 야생차는 유명한 곳이었고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야생차를 보리차처럼 마실 만큼 군유산 자락의 야생차는 마을 사람들에게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다.

2003년에는 마을 주민들과 의기투합해서 마을의 보물인 군유산야생차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로 결의하고 군유산야생차 작목반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당시 마을에서 차를 덖는 기술이 가장 뛰어나다고 정평이 난 김부례, 김순례 할머니들까지 합류해서 군유산차 제다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수제차 작업을 계속하기엔 할머니들이 너무 연로한 까닭에 오래지 않아 윤 대표가 제다 작업을 이어받게 된다. 그렇게 주변의 제다인들과 교류하며 군유산 야생차만의 독특한 제다를 완성해간다.

이후 부부는 10여년을 한눈 팔지 않고 군유산 야생차를 만들고 알리는 데 헌신한다. 윤명희 대표는 차에 대해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2013년에는 원광디지털대학 차문화경영학과에 입학한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의 생활이 시작된 것.

하지만 야생녹차 제다의 특성상 봄철을 제외하고는 농한기여서 나머지 시즌에는 면사무소 호적 전산화작업이나 인구총조사, 지역아동센터, 권역사무장 일 등 닥치는 대로 부업을 하며 생활을 이어갔다.

군유산차 브랜드 ‘황홀’

야생차를 제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사람들이 몰라주면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 윤 대표는 마케팅에 눈을 떠야겠다고 다짐하고는 농업기술원이나 함평군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주관하는 마케팅 교육에도 열심히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2012년에는 전남농업기술원에서 농산물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실시한 e-비지니스 리더 양성과정을 수강하고 최우수상을 받기도 한다.

윤 대표는 2005년부터는 취미로 문인화와 서예를 시작했다. 서예를 하면서 마음의 위안과 평온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캘리그래피 공모전에 출품을 하게 되는데, ‘군유산차를 마시면 정말 황홀하다’는 어느 차손님의 말이 떠올라 ‘황홀’이라는 글씨를 써서 출품했고 그 작품이 대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황홀’이라는 글씨를 그대로 상표등록하게 된다. 이때가 2010년으로 윤 대표에게는 제다를 시작해서 가장 가슴 벅찬 ‘황홀’의 순간으로 남아 있다.

윤 대표는 군유산 야생 찻잎으로 녹차와 황차를 제다하다가 2007년부터 국화차를 조금씩 만들기 시작하고 2008년 국향대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국화차를 재배하게 된다. 2010년을 즈음해 커피 전문점의 범람으로 야생녹차와 황차의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그 자리를 꽃차가 대신하게 된다. 2013년에는 꽃차 붐이 일어 본격적으로 꽃차에 대해 공부를 시작한다. 한국꽃차협회에서 꽃차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하고 이듬해에는 (사)국제티클럽에서 차품평사 자격도 획득한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한국다도 자격증을 취득한다.

올 들어서도 윤 대표의 주경야독 학구열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7일에는 2016년 강소농 경영개선실천 성과보고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된다. 40여 강소농 농가가 참여해 20회에 걸쳐 이론과 실습, 현장교육 등 경영체별 경영분석과 컨설팅 교육을 진행했던 강소농 프로젝트 교육에서 윤 대표는 가장 짜임새 있는 실천계획서와 탁월한 실행보고서를 작성해 4명의 외부 심사위원들로부터 최고의 점수를 받게 된다.

   
 

다도문화 전도사

야생차는 커피 같은 인스턴트 차와는 달라서 그냥 소비가 늘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도 습관이 몸에 배어야 자연스럽게 소비와 이어진다. 그래서 다도문화의 확산은 매우 중요하다. 윤 대표가 시간적 여유도 없고 경제적 이윤이 나는 일이 아니지만 방가후 수업 ‘다례반’을 진행하고 또 학생들과 일반인들의 다도체험에 열심히 나서는 것은 다도 인구를 늘려가기 위해서다.

“차는 습관이에요. 다도체험을 통해 다도인을 늘리는 일이 급선무죠.”

윤 대표는 가능하면 사람들과의 대면 기회를 늘리려고 한다. 함평과 인근 지역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선보이고 지역 주민들이 농산물을 가지고 나와 사람들과 소통하는 문화공간인 해보면 잠월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산내리 예술장터’와 함평전통시장의 ‘문화야 놀자’ 같은 행사에도 참여해 차 시음회를 자주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차를 마시며 다도를 얘기하고 문인화와 서예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 현재 한창 개최 중인 대한민국 국향대전도 전국의 다도인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해 국향대전 때 축제장을 찾았던 한 고객은 그때 차를 조금 사갔지만 그것이 인연이 돼 연초에는 전화로 1년치 차를 선주문하였고, 본인의 차맛을 기억하고 오랜 시간 기다리는 고객이 있다는 마음에 윤 대표는 주문한 차를 생산하고 포장해 배송하기까지 더 큰 책임감과 성실함과 행복한 마음으로 차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윤 대표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정성스레 만든 차를 보낸 후에 강소농에서 배워 직접 제작한 동영상도 그 고객에게 보내, 고객신뢰에 보답했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제다인의 마음까지 담아 보낸 것이다.

눈으로 마시는 야생꽃차

윤 대표의 꽃차 제다는 각별하다. 야생꽃차는 맛과 향으로만 마시는 게 아니라 그에 앞서 시각적으로 눈도 충족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꽃의 빛깔과 모양까지도 신경써야 한다. 게다가 알록달록한 꽃색깔이 앙증맞고 예쁘기 때문에 최근에는 홈데코 용으로 구입해가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야생꽃이 가지고 있는 원색의 빛깔과 모양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관건이므로 꽃을 따는 시기와 일기를 잘 맞춰야하고 갈변현상이 있는 만큼 꽃을 선별적으로 따는 작업에도 섬세함이 요구된다. 또 빛깔과 모양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를 세심하게 조정해야 하는데 꽃의 색깔과 두께, 질감에 따라 건조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같은 국화라고 해도 구절초와 금국은 반대의 성질을 띤다. 그래서 법제도 달리해야 한다.

꽃차 법제에서 윤 대표만의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특별 제다과정을 거치고 나면 야생꽃의 아우라가 그대로 살아있는 꽃차가 탄생하게 된다.

“차는 일반 농산물과 달리 정적인 사람이 마시죠.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소장의 가치도 있고요. 한 마디로 마시는 행위 자체가 힐링이 되는 것이죠.”

윤 대표가 한땀한땀 만든 구절초, 금국, 감국, 쑥부쟁이 등 국화차 시리즈 외에도 목련, 싸리꽃차, 도라지꽃차, 칡꽃, 해당화차, 금계국, 맨드라미꽃차 등등 20여가지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야생꽃차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가을이 그저 말없이 ‘황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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