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일상의 여러 부문에서 돈을 벌고, 지출을 하는 등 변동하는 돈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돈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가정에서는 하루의 지출내역에 대해 가계부를 적어가며 경제적인 생활을 하기를 원한다. 또한 기업에서는 다양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자금을 조달하고 향후 투자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회계정보를 이용한다. 이렇듯 우리는 다양한 회계정보를 이용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현대의 회계는 관련학과 전공자와 기업체 해당 부서 담당자들만의 전문분야가 아니다. 급변하는 경제 흐름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의 필수적인 구성요소중 하나이다.

농업분야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수년전 남서울대학교와 농림수산 교육문화정보원에서 운영하는 농업회계 교육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이번호에서는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농업경영과 농업회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농업경영자는 농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자기 농장에 있는 자산(총재산)을 잘 관리하면서 농업 생산활동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농업회계(farm accounting)는 농장에서 발생하는 자산의 증가와 감소 등의 변동을 기록하고 계산하고 분류·정리·분석하여 재산의 상태와 경영성과인 순이익과 순손실을 파악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장사를 하는 상인은 상업회계, 공장을 경영하는 제조업자들은 제조업회계, 정부기관 등 관공서에서는 정부회계가 필요하듯이 농업경영자들은 농업회계를 이용하여 농장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농업은 토지를 생산수단으로 식물·동물을 육성하여 돈을 버는 사업이다. 즉 농업경영은 지형, 토양, 물, 기후 등 자연조건을 이용하여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작물을 재배하여야 한다. 농업은 생산량과 이익이 기후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농산물의 가격변동에 대하여 단기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작물이나 가축의 경우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수입과 지출은 크게 달라진다.

농업은 토지 등 자연환경을 가지고 생물을 성장시켜 농산품을 생산하는 사업으로 제조업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따라서 농업의 회계처리도 농업의 특성을 수치로 나타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비용이나 수익을 기록해야 하는 회계의 특성상 토지나 생물의 상태를 어떤 행태로든 기록해야 한다. 따라서 농업회계에서는 단기적 경영성과를 계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영성과를 장기적 관점에서 토지나 생물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고 있는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토지나 생물이라는 자연의 변동과 경영성과를 나타내는 회계상의 수치와의 관계를 기록하는 것이 농업회계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농업회계에서는 성장중에 있는 작물이나 가축 등 제조업이나 상업의 회계에서 다루지 않는 특유의 부분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농업은 가족노동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족 경영이 대부분이다. 제조업과 상업의 경우 대부분은 고용 노동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는 종업원에게 매월 급여를 지급한다. 즉 그 금액은 회사의 장부에 기입한다. 종업원이 급여를 받아 사용하는 것과는 회사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장부기입과 전혀 관계가 없다. 그리고 회사의 경영책임을 가지고 있는 사장은 회사로부터 보수를 받는다. 이 보수는 사장의 가정을 유지하는데 사용된다. 만약 이 금액이 부족하더라도 회사의 금고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면 안된다. 따라서 기업경제의 관점에서는 경영과 가계는 완전히 분리되어 별개로 운영되는 것이다.

농가경제의 경우 경영과 가계를 분리하기 쉽지 않다. 현재의 농가에서는 가족이 소비하기 위하여 생산하는 것은 일부이고 다른 사람이 소비하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비료등 생산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해야 한다. 따라서 농영경영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뿐만아니라 농산물의 판매대금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소비된 비용을 뺀 나머지를 계산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농업회계의 필요성이 있으며 이 금액이 가계(가정)를 유지하기 위해 충분하지 않으면 농가경제는 성립되기 어렵다. 이와같이 농가경제는 기업경제와 같이 회계의 필요성이 있으며 농업회계는 경영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단 농가경제는 경영경제와 가계경제를 확실히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농업경영과 가계는 금전적으로 구분하여 회계처리 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는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농업부문에 투자하였다. 결과적으로 농업부문에서 자본화가 크게 진전되었으며, 외부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만큼 정부, 은행, 투자자 등 외부 이해관계자가 증가하였으며, 농업생산의 특수성은 외부 이해관계자로 하여금 더욱 신중한 자본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외부이해관계자는 농업경영체로 하여금 투명한 재무관리와 수익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농업경영체는 외적 필요에 의해 불가피하게 재산상태와 경영성과를 정리하고, 이를 기초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농업경영체의 경우에도 관행적인 농업경영방식이 아니라 투명성, 객관성, 비교 가능성이 담보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자본화된 농업경영체는 과거와는 달리 시장의 불확실성에 더 큰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자본의 조달과 상환이라는 또 다른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재무정보를 더욱 투명하게 관리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대외신인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실제적으로 정책자금을 이용하거나 금융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농업경영체의 재무정보에 대한 요구가 있어 왔다. 농업법인의 경우 재무정보의 제출이 의무화 되어있으며, 농업인의 경우에도 농업종합자금이나 금융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대출기관이나 보증기관에 의무적으로 재무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세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곡물 및 기타 식량작물을 제외한 작물재배업의 경우에도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세를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과세소득을 산출해야 하며, 그만큼 농업회계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높아졌다.

농업경영체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의 제공은 농업경영체의 신용도를 향상시켜 더 나은 조건의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정책사업 대상자 선정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노용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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