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는 지방분권에 어울리는 산뜻한 새 옷을 마련해 주어야

정영오 관장

이번 호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공공사무는 크게 국가사무와 지방사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국가사무는 중앙정부가 주관하여 처리하는 사무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중앙정부의 조직인 17부 5처 16청 5실 6위원회에서 담당하는 사무를 말한다. 지방사무는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는 사무와 중앙정부의 일선기관이 처리하는 사무로 구분된다. 여기서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는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는 자치사무와 위임사무로 구분하는데, 자치사무는 지방의 고유사무이며 위임사무는 국가사무 중 지방적 특성을 가진 사무에 대하여 개별 법령에 따라 지방에 위임하는 사무를 말한다. 위임사무는 다시 단체위임사무와 기관위임사무로 나누는데, 단체위임사무는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는 사무이고 기관위임사무는 집행기관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위임하는 사무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 사무는 좁게는 자치사무와 단체위임사무를 말하며, 넓게는 자치사무와 단체위임사무 및 기관위임사무를 말한다.

자치사무는 자치단체의 존립 목적에 속하는 사무로 자치단체 본래의 사무라는 의미로 고유사무(固有事務)라고도 한다. 자치사무는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으로 이루어지며 지방의회가 전반에 대하여 간여할 수 있으며, 중앙정부는 합법성에 대하여 사후 감독만 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제9조제2항에서는 자치사무에 관하여 6개 분야로 분류하여 상세하게 예시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8조에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로 구분하여 자치단체 종류별로 담당해야 할 사무를 상세하게 예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의 경우 광역인 시·도에서는 주민복지계획을 수립하고 기초 간의 업무의 조정 및 지원 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기초인 시·군·구에서는 주민복지계획 수립뿐만 아니라 주민복지 시설운영, 주민복지 상담 등 시행과 관련된 사무를 담당토록 하고 있다. 한편 도시행정의 성격상 광역인 도에서 처리해야 할 사무를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서 자체 처리할 수 있는 사무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반면에 자치구에서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특별시·광역시에서 처리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무도 있다.

단체위임사무는 개별 법령에 의하여 국가 또는 상급 자치단체로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된 사무이다. 지방자치법 제9조 제1항에 의거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속하는 사무’로 조례의 형식으로 존재한다. 예를 들면 전염병 예방과 같이 지방적 이해관계와 전국적 이해관계를 동시에 가지는 사무로 법령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무처리에 필요한 소요 경비는 지방재정법 제18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며, 지방의회는 부분적으로 간여가 가능하고 중앙정부는 합법성 및 합목적성 감독과 사후 감독의 권한을 갖게 된다.

기관위임사무는 국가 또는 상급 지방자치단체가 개별 법령에 의하여 집행기관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처리를 위임하는 사무이다. 전국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무 또는 원래 국가기관에서 처리해야 할 사무를 국민의 편리 또는 사무처리의 편의 및 능률 등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위임하는 사무로 규칙의 형식으로 존재한다. 사무처리에 소요되는 경비는 지방재정법 제18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국가가 전액을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국가는 기관위임사무에 대하여 합법성은 물론이고 합목적성에 대하여 감독할 뿐만 아니라 사후 교정적 감독과 사전 예방적 감독도 가능하다. 지방의회는 필요한 경비부담에 관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사무처리에 간여할 수 없다.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나 상급 지방자치단체의 지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방의 자율성이 침해되어 지방분권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국가 공공사무의 분담 체계를 사무배분이라 하는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국가의 권력과 권한을 나누어 가지고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국가 전체의 사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서로 분담하여 협조 체제를 유지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법 제11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처리할 수 없는 국가사무를 정하고 있다. 외교, 국방, 사법, 국제, 금융, 물가, 국가 및 국토종합계획 등 주로 국가 전체의 이해관계가 걸린 업무로 중앙정부가 직접 처리해야 할 사무이다. 이러한 국가사무는 중앙정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행정행위의 주체가 되며, 소요 경비는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고 국정감사의 대상이 된다.

중앙과 지방의 적절한 사무배분은 국가권력의 배분이라는 정치적 측면과 효율성 제고라는 관리적 측면에서 매우 필요하다. 이러한 사무배분에는 원칙과 기준이 있다. 지방자치법 제10조 제3항은 ‘비경합의 원칙’과 ‘보충성의 원칙’이 제시되어 있다. 위 조항의 전반부에 “시·도 및 시·군 및 자치구는 그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서로 경합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무의 귀속과 권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중복 행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위 조항 후반부에는 “사무가 서로 경합하는 경우에는 시·군 및 자치구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한다.”라고 규정하여 기초자치단체에 사무처리의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성의 원칙에 따라 주민복리에 관한 모든 사무는 원칙적으로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가 우선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는 기본적으로 먼저 시·군·에 할당하고, 그것이 합리적이지 못한 경우 광역자치단체인 특별시·광역시·도가 관장하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볼 수 없는 사무만 중앙정부가 담당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 지방자치의 근본 취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중앙과 지방의 사무배분은 어떠한가. 그동안 지방자치제를 전면 시행한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와 지방분권을 강조한 노무현 정부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동안 국가권한의 지방이양과 지방분권 촉진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 중앙정부는 언제까지 지방자치단체를 어린 아이로 취급할 것인가. 지방자치가 부활되어 전면시행 된지도 20년이 넘어 활기 넘치는 청년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소년기에 입었던 옷을 갈아 입혀야 할 시기가 되었다. 중앙정부는 활력 넘치는 청년에 어울리는 그리고 성년의 품격에 맞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산뜻한 옷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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