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앞두고 기쁘고 넉넉해야 할 마음이 쌀값 하락 걱정으로 타들어가는 게 요즘 농심이다. 요 근래 가을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예전에야 농민이 흉년이 들까 노심초사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풍년을 걱정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시대가 된 것이다.

풍년이 들수록 손해를 본다는 것이 너무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농자재 비용은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는데 쌀값은 오히려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역 농협들은 미곡창고에 구곡 재고가 넘쳐나 햅쌀이 나와도 수용할 공간이 없다고 하소연 한다. 쌀 소비처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면 국내에 식량이 남아돌아서 그러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2015년도 식량자급률은 전년(49.7%)대비 0.5% 상승한 50.2%으로 집계됐다. 소폭 상승했지만 OECD국가 중 여전히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2015년도 쌀 자급률은 전년(95.4%)보다 5.6%오른 101.0%으로 나타났다.

국내 쌀소비량의 8~9%가 5%의 저관세율이 부과되는 의무수입물량(40만8700톤)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쌀자급률이 100%에 이르면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등 오히려 독이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때문에 쌀자급률을 91~92% 정도로 유지하려고 안간힘이다.

한편 국내의 쌀 자급률은 100% 가까이 높지만 식량자급률은 그 절반 수준으로 낮은 것은 우리나라 식생활이 서구식으로 변하면서 당장 밀가루를 이용한 음식의 수요가 쌀에 비해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밀은 2015년말 기준 1.2%, 옥수수는 4.1% 자급될 뿐이며 일년에 소비되는 대부분의 밀가루와 옥수수 전분은 거의 대부분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수입하고 있다. 식량자급 불균형이 심한 것이다.

밥쌀용 쌀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가공용 쌀 수요로 대체해야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고 정부는 2010년을 전후해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쌀가공산업 육성에 본격 나섰다. 쌀가공식품 시장은 2008년 1조8천억원 규모에서 2012년엔 4조원 규모를 넘었고 내년에는 6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쌀 소비량도 70만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밀가루를 대체할 쌀가루 개발의 실용화가 관건인데 쌀은 기본적으로 밀가루와 달리 가공에 적합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쌀가루는 대개 전분만 있고 글루텐 성분이 없기 때문에 밀가루와 같은 반죽이 힘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수미 개발을 통한 가공적성이 향상된 쌀가루가 개발돼야 하는데 농진청에서는 지난 2013년 100여 가지 품종의 쌀가루 특성을 분석해 밀가루와 가장 유사한 쌀가루를 제조하는 데 성공하고 제분비용도 기존보다 30~50% 줄이는 제분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쌀가공식품 시장확대를 위해서는 계약재배를 통한 수급과 가격안정, 상품개발 등 넘어야할 산이 많기에 단기에 성과를 얻기보다는 쌀 가공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R&D 투자와 쌀 가공산업의 체계정립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정부가 나서 정책적으로 지원을 하고 중심적으로 이끌어가야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이는 중장기적 포석이고, 당장은 단기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쌀은 판매가격을 내리거나 광고만으로 소비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특성을 가진 품목이다. 쌀 재고 증가와 가격 하락이 농가와 농협의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시장격리가 필요하다.

현장에서도 쌀 재고량이 시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생산량을 벗어났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공공비축미를 늘리는 방법 밖에 없는데 정부의 부담이 큰 부분일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쌀의 대북지원이다. 북핵 미사일과 사드문제로 대북문제가 꼬여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민간교류를 통한 돌파구를 찾아보는 것이 지혜가 될 수 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쌀, 남북교류와 화합을 통해 그 해결책을 모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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