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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민주화 운동의 성지로 칼바꿈하는 경북 성주사드배치 논란의 진원지, 경북 성주를 가다
김진 기자  |  nuri@n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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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23  17: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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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정부가 지난 7월 13일,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에 일방적이고 기습적으로 선포함으로써 첨예한 대립을 낳고 있는 성주군을 찾아 성주군민들의 여론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7월 13일 정부의 공식발표 이후 이틀 후인 7월 15일 황교안 총리 방문 때 성주군민들의 격렬한 항의와 반대가 황 총리의 ‘6시간 고립’ 문제로 비화되면서 성주군은 2016년 대한민국의 가장 뜨거운 곳으로 떠올랐다.

7월 13일 이후 성주군청 앞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으며 매일밤 평균 1,500여명의 성주군민들이 참석해 사드배치 철회를 외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촛불시위 23일째가 되는 지난 4일 경북 성주를 방문해 성주군민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날인 3일 오후에는 김현권·김한정·박주민·소병훈·손혜원·표창원 의원 등 더민주 초선 국회의원 6명과 김홍걸 전 국민통합위원장이 성주를 방문해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산포대를 둘러본 뒤 군청에서 지역 주민 30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고, 5일 저녁에는 방송인 김제동이 사드배치 철회 촛불집회에 참여해 “지금 성주에 외부세력은 오로지 사드밖에 없다”는 내용의 연설을 통해 전국적인 화제를 낳기도 했다.

편집자 註

 

지난 4일 오후, 한반도 사드배치 논란의 진원지 경북 성주읍은 시내 곳곳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현수막들의 장관을 제외하면 여느 지자체들처럼 차분하고 평온한 분위기였다. 매일저녁 8시, 사드배치 철회 촛불집회에 열리는 성주군청 앞 주차장도 오후에는 민원인들의 발길이 듬성듬성 이어지고 있었고 공무원들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의 열기를 식히느라 아스팔트 바닥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저녁 촛불집회를 위한 준비였다.

성주군청 앞 백안관 10만 부스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사드배치 철회 ‘백악관 서명’을 받고 있었다. 서명자들이 직접 컴퓨터로 인적사항을 작성해 청원에 서명하고 30일 이내 목표치인 10만명 서명이 초과하면 백악관은 60일 이내에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히거나 공청회를 열도록 되어 있다. 4일 오후 6만 1천여명이 서명한 가운데 진행된 청원은 지난 10일 마침내 1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첫 사례로 이에 따라 미 백악관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투쟁위)가 마련된 성주군의회 의원사무실은 4일 저녁 기자회견문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은 청와대에서 박대통령과 새누리당 TK초선의원과의 만남이 있던 날로, 함께 청와대를 방문했던 성주·고령·칠곡 지역구의 이완영 의원이 박대통령에게 사드배치를 성주읍내 인구가 적은 제3의 장소로 이전하는 게 어떻겠냐고 건의했고 박대통령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보도가 하루종일 뉴스에서 나오고 있었다.

투쟁위는 이날 저녁 7시에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막판에 일정이 연기되어 다음날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투쟁위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사드 이전설 등으로 더 이상 성주 군민을 모욕하지 말라”면서 “정부와 국방부는 사드를 어느 지역에 배치할 것인지를 넘어서 과연 대한민국에 사드가 필요한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방부는 지난달 13일 성주의 성산포대가 사드배치 최적지라고 발표하고도 이제 와서 다른 지역을 찾아보겠다고 하는 건 정부 스스로가 최적지 주장을 뒤엎는 것”이라면서 “사드배치와 같은 중대한 사안을 졸속 처리해 국정혼란을 초래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국방부장관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성주군민들과 읍내 상가 주인들은 저녁 8시에 있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영업을 끝내고 가게문을 닫으려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7월 15일 황교안 총리의 성주군 방문과 6시간의 대치 이후 경찰쪽에서 ‘외부세력 개입론’을 언론에 흘리고 그것이 그대로 방송을 타면서 왜곡보도 논란이 일었고 성주군민들 사이에서는 주류언론를 포함한 언론일반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태였다.

주류 언론매체와 종편방송 등 일부 보수언론의 왜곡보도를 성토하는 현수막과 배너들이 집회장 곳곳에 나타날만큼 주류언론에 대한 불신여론이 따가웠고 실제 일부 군민들은 언론사 기자를 기피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성주읍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한 군민은 “이곳에 절대 사드가 들어와서는 안 된다.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그 동안 보수언론의 왜곡보도에 지친 탓인지 기자들에 대한 경계를 나타내며 끝내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주군민들 사이에서 사드배치 철회는 한 목소리였다. 전국 70%를 차지하는 성주참외는 지난해 연매출이 4,000억원을 초과할만큼 성주군의 제1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주참외는 200평 짜리 참외 비닐하우스 1동에 평균 1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고소득 품목으로 성주군에는 1억원 이상의 매출농가만도 400여 농가가 넘을 만큼 성주군 경제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사드배치로 설치되는 고출력 탐지레이더의 전자파, 즉 ‘X밴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성주 참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판매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장이 서지 않았던 이날, 조금 한산하기까지 한 성주읍5일시장 내 한 중국집에서 2,500원짜리 짜장면을 판매하는 홍종기(52) 사장은 저녁 촛불집회를 참석하기 위해 일찍 점포를 닫으려는 중이었다. 매일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성주 토박이 홍 사장은 정부의 졸속행정과 함께 지역구 국회의원의 행보를 비판했다.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드는 장소변경이 아니라 배치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면서 이날 방송에서 나온 제3의 장소 검토 보도를 비판했고, 이어 “그 동안 이완영 국회의원은 한반도 사드배치 자체를 찬성해왔기 때문에, 지금 성주에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것이 지역 이기주의로 비쳐지는 계기가 되었다”며 그 동안의 이 의원의 행적을 비판했다.

성주읍5일시장 상인회의 김주형(48) 부회장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원이 그런 발언을 했다는데 너무 황당하다. 이 지역구 사람이 맞는 건지 궁금할 지경이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처음에는 단지 내고향 땅에는 설치가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후 주민들이 사드문제에 대해서 많이 공부를 하게 됐다. 그래서 이제 다들 한반도 어디든 사드를 배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언론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솔직히 성주군민으로서 하루아침에 벼락 맞은 기분이다. 한달여 동안 생업도 거의 포기하고 매일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있는데 주류 방송·언론들이 사실을 왜곡보도해 분노한다”고 말해 주류언론의 왜곡보도 행태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성주군민의 정치적 변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사드문제가 어떻게 되든 앞으로 새누리당에 지지는 힘들 것 같다”며 “성주가 이제는 변화의 시점에 서 있다. 민심은 이제는 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8시부터 시작된 23번째 촛불집회에는 1,500여명의 군민이 자발적으로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2시간여의 집회는 공연과 연설이 번갈아가며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성주군민들은 “성주군의 사드배치는 환경영향평가 없는 졸속 결정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날 보도된 제3의 장소 변경 검토에 대해 “정부 스스로 모순을 인정하는 꼴이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며 “법에 의거하지 않는 성주의 사드배치는 인정할 수 없으며 나아가 사드 자체의 한반도 배치도 반대한다. 5만여 군민들과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집회 현장에는 오마이뉴스 대구경북지역 조정훈 기자도 나와 있었다. 정부의 성주 사드배치 결정 초반부터 이곳에 상주하며 현장소식을 전했던 조 기자는 본지 취재팀에 그 동안의 경과를 상세히 설명하며 주류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현장의 목소리를 알렸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성주가 지닌 의미를 민주주의의 바로미터로 정의했다.

“1980년 5월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가 됐다면, 21세기에는 성주군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성주가 제2의 민주화의 성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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