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相生)의 길을 찾아야 해결 가능,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선 안 돼

정영오관장

(전)함평군 기획감사실장 함평군립도서관 명예관장

지난 호에서는 국가와 지방의 전체적인 통합과 조화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간의 상생과 협력 방안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는 의사결정 및 행위능력의 주체로서 상호간 이해를 달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이해관계(利害關係)의 조정이 어려워 대립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 간 이해의 대립에서 오는 상호간 부조화(不調和) 관계를 ‘갈등’이라고 하는데 광역자치단체 대 기초자치단체 간의 수직적 갈등과 광역 대 광역, 기초 대 기초 간의 수평적 갈등이 있다. 수직적 갈등은 대개 적절한 통제 수단을 통해 해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수평적 갈등은 비슷한 권한을 가진 자치단체 간의 갈등구조로서 해결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번 호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 원인과 조정 방안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지방정부 간 갈등의 원인도 사회적 갈등과 마찬가지로 희소한 사회적 자원과 가치 배분의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권한갈등, 경제갈등, 환경갈등 등으로 유형화하여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권한갈등은 어떠한 문제를 둘러싼 권한의 배분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으로 권한이 중복되거나 모호한 경우에 발생될 수 있다. 예컨대 건설교통부가 추진하는 주택정책과 광역 시·도에서 추진하는 주택정책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라든지, 도지사가 시행하는 개발정책과 시장·군수가 추진하는 개발정책 사이에 생성되는 갈등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경제갈등은 경제적 이해(利害)관계의 상이함에서 오는 갈등으로 유치 갈등과 비용분담 갈등 등이 있다. 유치(誘致)갈등을 핌피(PIMPY, Please In My Front Yard)현상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지역에 유리한 산업시설이나 공공시설을 유치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비용(費用)갈등은 주로 인접 자치단체 간에 생성되는 비용 분담에 관한 갈등이다. 예컨대 상수도 보존지역으로 설정된 지역의 주민들은 하류 지역의 주민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함으로 이러한 보상과 관련된 갈등이라든지, 쓰레기 공동소각장이나 화장장과 같은 시설의 이용에 따른 비용 분담의 문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 환경갈등은 혐오시설을 다른 지역에 떠넘기려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주로 쓰레기 소각장, 화장장, 공설묘지 등의 설치를 반대하는 기피(忌避)갈등으로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현상이라고 부른다.

갈등은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잠재기, 표출기, 분쟁기, 전환 및 종결기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① 잠재기는 하천 등 자원을 인접 지역과 공유하고 있는 경우 언제든지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을 안고 있다. 이해 대립의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갈등을 형성할 만한 사건이나 집단이 형성되지 못한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갈등이 표출되기 이전에 적절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② 표출기는 잠재되어 있던 어떤 요인이 정책 발표나 계획 과정에서 하나의 의제(Agenda)로 떠오르는 단계이다. 요즘 사드(THAAD,고고도 마사일 방어체계) 설치계획 발표와 더불어 정치권과 설치지역 주민의 갈등이 뜨겁게 표출되고 있음이 그 예이다. ③ 분쟁기는 갈등이 표출되어 적절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상호간 적대적 관계에 이르게 되며, 급기야 실력 행사가 이루어지는 단계이다. 집단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치적 압력, 집단 시위, 언론을 통한 논쟁, 폭력 등이 등장하기도 한다. ④ 전환 및 종결기는 분쟁이 전환점을 거쳐 종결되는 단계이다. 상호간에 이해의 접점을 찾아 완전하게 해결되는 경우도 있고,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수면 밑으로 일단 잠복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언제든지 갈등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

갈등이 생성되면 해결을 위한 상호간 조정이 시도되는데,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당사자들이 상호 합의를 통한 공존의 이익을 찾아내는 것이다. 지방자치 시대에는 어느 한편의 일방적인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의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상호 간에 비용 분담과 편익 등 상호주의 원칙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지방자치단체 서로가 시설이나 자원을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관리함으로써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2003 ~ 2004년경 필자가 환경보전과장으로 일할 때의 일이다. 무안군이 함평군 엄다면 경계 인근 지역에 무안군 종합 폐기물 처리장 건립을 추진함에 있어 함평군 주민들의 반대로 두 지역이 심각한 갈등을 겪은바 있다. 이 때 함평군도 독자적인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처럼 심각한 갈등을 조정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함평군의 생활폐기물도 무안군의 처리장에서 소각하는 공동이용 방안을 도출함으로써 양 자치단체가 상생(相生)의 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상생은 어느 한쪽의 희생이 있어서는 성립될 수 없으며,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약점)을 건드려서도 해결할 수 없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양 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 간에 시설의 공동 이용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여 상호 비용 부담을 통한 계약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 또 다른 해결 방안으로는 상호간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고통을 분담하는 경우도 있다. 양 자치단체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시설을 서로 교차하여 사용하는 방법으로 예를 들면 쓰레기 소각장과 화장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다.

갈등은 표출되기 이전인 잠재기 때 적절한 예방조치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2000 ~ 2001년 필자가 신광면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일 것이다. 영광군에서 함평군 신광면 경계인 군남면에 영광군 종합쓰레기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 있었다. 이 지역은 함평천의 발원지로 동정저수지와 신광천을 거쳐 함평천의 원류인 대동저수지로 흘러드는 수계를 이루는 곳이다. 계획대로라면 함평군이 고스란히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할 판이었다. 부지선정에 참여한 전문가, 교수, 영광군수 등을 찾아가 부당성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신광면민들은 불같이 분개하였다. 결국 영광군은 더 큰 갈등이 표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우리의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주장을 받아들여 그 계획을 철회하였다.

위에서 예를 든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사명감을 갖고 앞장섰던 동료 직원들과 행정을 믿고 성원해 주신 각급 기관단체 회원들 그리고 고통을 감내하고 동참해 주신 주민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당시 수고했던 모든 분들에게 새삼 감사드린다.

갈등은 일단 표출되면 해결하는데 많은 인적·물적·시간적인 노력과 자원이 투입되며 공존과 상생의 해결 방법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당사자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제3자의 개입과 조정 과정을 거쳐 해결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자치권 침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방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앙 또는 지방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통한 해결, 헌법재판소의 분쟁심판에 의한 조정 등을 통한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최후의 방법으로 바람직한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 지역 모두에게 자원의 손실은 물론 주민들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져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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