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지방자치단체가 독립 법인체로서 독자적인 의사결정권에 의하여 자치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다. 중앙집권시대에는 중앙정부의 의사결정에 따라 상의하달의 조정·통제 방식으로 지방의 문제도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방자치 시대에는 법인격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그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지역마다 특성과 매력을 살리고 개성과 다양성을 강조하게 되며,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간에 협력과 갈등이라는 상호 관계가 생성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존과 상생을 위한 상호 협력방안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일선 지방자치 행정을 추진하다보면 자연·지리적 여건과 인문·사회적 환경의 공유 등을 통해 인접 지방자치단체 간에 사무를 공동으로 처리하거나 상호 협력함으로써 행정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사무처리 방식에 대하여 살펴본다.

첫째, 사무의 위탁 처리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자치법 제147조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무의 공동처리에 관한 요청이나 사무처리에 관한 협의·조정·승인 또는 지원의 요청이 있는 때에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이에 협력하여야 한다.”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151조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장은 소관 사무의 일부를 다른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장에게 위탁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관계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에 따라 사무위탁에 관한 규약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하며, 사무 위탁의 당사자가 시·도나 그 장이면 행정자치부장관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시·군 및 자치구나 그 장이면 시·도지사에게 이를 보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지방자치단체는 서로 필요한 경우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라 할지라도 국가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상호 처리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광역행정 처리 방식이다.

지방자치단체가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 관련된 사무의 일부를 공동으로 처리함으로써 공동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행정의 능률성을 도모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법 제152조부터 제165조까지 광역행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그 제도로는 행정협의회, 지방자치단체조합,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의 협의체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먼저, 행정협의회는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 관련된 사무의 일부를 공동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하여 규약을 정하고 각각 관계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구성·운영할 수 있다. 협의회는 사무처리를 위하여 필요할 경우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자료 제출, 의견 개진, 그 밖의 필요한 요청을 할 수 있다. 협의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조정(調整)을 요청하면 시·도 간의 협의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자치부장관이, 시·군 및 자치구 간의 협의사항에 대하여는 시·도지사가 조정할 수 있다. 다만 관계되는 시·군 및 자치구가 2개 이상의 시·도에 걸치는 경우에는 행정자치부장관이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협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나 행정자치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조정한 사항은 그 결정에 따라 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다음은 지방자치단체조합이다. 이는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사무를 공동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상호 규약을 정하고 그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친 후 시·도는 행정자치부장관의, 시·군 및 자치구는 시·도지사의 승인을 받아 지방자치단체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다만, 자치단체조합의 구성원인 시·군 및 자치구가 2개 이상의 시·도에 걸치는 경우에는 행정자치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조합은 승인권자의 지도·감독을 받으며, 행정자치부장관은 공익상 필요하면 지방자치단체조합의 설립이나 해산 또는 규약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 한편,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지방 직영기업의 경영에 관한 사무를 광역적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광역공기업으로 지방자치단체조합을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자치단체조합의 성격은 법인(法人)이며,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의원이나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해당 조합의 위원이나 조합장을 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겸직 제한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 다른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의 협의체이다. 지방자치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고, 공동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하여 4개 종류의 전국적 협의체나 연합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것은 시·도지사 협의회, 시·도의회 의장 협의회, 시장·군수·자치구의 구청장 협의회, 시·군·자치구의회의 의장 협의회이다. 이러한 협의체에서는 지방자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령 등에 관한 의견을 행정자치부장관에게 제출할 수 있으며, 행정자치부장관은 제출된 의견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하여 2개월 이내에 타당성에 대하여 검토를 받아 협의체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협의체는 지방자치와 관련된 법률의 제정·개정 또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국회에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도 있도록 하는 등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관계 법령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방자치단체조합과 사무위탁 방식은 많은 자치단체들이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주로 광역행정협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장 협의회 등을 통하여 광역행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함평군이 소속되어 있는 광역행정협의회는 ‘영산강유역 행정협의회’로 목포, 나주, 담양, 화순, 영암, 무안, 함평, 장성 등 전남도내 영산강 유역에 해당하는 8개 시·군의 자치단체장들의 협약에 의하여 1999년 3월에 창립되어 영산강 살리기 정책 등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함평군은 2014년 구성된 ‘빛고을생활권 행정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인접한 전남의 5개 시·군과 광주광역시 및 5개의 자치구 등 11개 지방자치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여 장사시설에 대한 생활권 주민들의 공동 이용 등의 협력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또 다른 행정협의회는 2013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함평, 장성, 영광 등 3개 군으로 구성된 ‘전남 서북부 지역행복생활권’에 참여하여 ‘생활권 치매거점병동 사업’ 등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나 의장 협의체로는 전남 시장·군수 협의회 및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시·군·구 의장단 협의회에 역시 전남 단위 및 전국 협의회에 가입하여 참여하고 있다. 21세기 지방자치행정의 키워드는 상생(相生)과 공존(共存)이며 협치(協治거버넌스, Governance)일 것이다. 특히 자치단체 간의 공동사무는 상생과 공존과 협치의 취지를 잘 살려서 추진하여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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