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 배치문제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으로 연일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이를 대하는 대통령의 독선과 불통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비난에도 굴하지 않아야 한다.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사드배치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 비판여론에 개의치 않고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참모들에게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여야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감싸고 재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경우, 매일 추가되는 의혹들을 보고 있자면 거의 의혹 백화점 수준이다. 우 수석 부인은 수백억원대 골프장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단지 3억여원의 재산만 신고하는가 하면 법인차량을 개인차량으로 사용한 의혹도 있다.

입지조건이 좋지 않은 우 수석 처가의 1300억원대 건물을 게임회사 넥슨이 구매한 것은 진경준 검사장이 중간다리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넥센으로부터 126억 가량의 뇌물 주식을 받아 현재 구속 중인 진경준 검사장은 민정수석실 검증실무팀에서 부적절 의견을 냈음에도 우 수석이 무리하게 승진시킨 인사다. 우 수석은 처가의 부동산 매매 의혹이 일자 처음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했다.

또 의경으로 있는 우 수석의 아들이 2개월 반 만에 소위 ‘꽃보직’으로 간 것도 특혜라는 비판이다. 경찰 내부 규정상 최소 4개월이 지나야 이동할 수 있는데 규정을 어기고 우 수석의 아들이 총경의 수행비서로 간 것. 그 총경의 인사권을 사실상 우 수석이 쥐고 있기 때문에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사검증과 공직기강을 책임지고 있는 민정수석의 자격에 의문이 제기 되는 상황으로 여야로부터 거센 사퇴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드배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무수단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한 대비로 사드배치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사드배치 장소가 경북 성주로 결정되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과 함께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가의 반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전자파 유해성 등 환경안전에 대한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를 둘러싸고 국론분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미 양국 정부가 사드배치에 대해 물밑접촉을 해왔으면서도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고 진행한 점도 비판을 자초한 부분이다. 올 초까지도 정부는 “공식 협의는 없다”면서 “미국 정부의 공식 요청이 오면 그 때부터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관련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로 논의가 시작된 뒤에도 모든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문제가 이러함에도 대통령은 국민의 비판여론을 반애국주의로 바라보고 이를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민정수석 비리의혹과 사드배치와 같은 국가적 관심사에 대한 국민의 합리적 비판까지도 대통령 흔들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통령이 결정한 일이면 무조건 따르고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면 무조건 봐줘야 한다는 독선의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대통령이 안보위기론을 들먹이며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국가안위가 걸린 문제에 혼란이 가중되면 북한에만 이롭다”거나 “모든 문제에 불순세력이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는 등 국가안보를 정략에 이용하고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국민을 불순세력으로 몰아가는 등 보수언론의 ‘외부세력론’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들은 국민과 맞서 싸우겠다는 선언이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아집과 불통, 전횡과 폭주, 비타협적인 대결정치는 정권 후반기 레임덕만 더욱 가속화시킬 뿐이다. 민심을 이기는 지도자는 없다. 지도자가 리더십을 잃으면 국민 모두가 불행해진다. 대통령의 독선과 불통이 진짜 위기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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