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군이 위기다. 어떤 정치적 수사나 과대포장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객관적 지표에 의해 드러난 현실로서의 위기다. 한국고용정보연구원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전남의 22개 시군 중 고흥군과 신안군에 이어 세 번째로 우리 군이 계속되는 인구감소로 인해 인근 시군과 통합될 수 있다는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20세부터 39세의 가임여성 비율이 7.5%에 불과하고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32%인 우리 군의 경우, 인구증가 요인이 없이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30년 후에 함평군이 사라질 수 있다는 보고다. 그런데 현 위기상황을 짚어보면 어쩌면 30년 후가 아니라 그 이전에 파국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위기의 징후들은 현재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제일 먼저 기관들이 빠져나간다. 국민연금공단 함평지사는 2014년도에 나주로 통합됐으며, 농어촌공사 함평지사도 지난 5월 한국농어촌공사의 지방조직 효율화에 따른 전국 12개 지사 감축 계획에 따라 장성지사와 통합될 예정이다.

또 지난 달 교육부는 학생수 3,000명 이하의 소규모 지자체는 교육지원청을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했다. 올 3월 기준 학생수 3,200여명인 함평군의 경우 현재 학생수 감소 추세로 보면 곧 통폐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들이 빠져나가면 자연스럽게 금고 역할을 하는 금융권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현재 광주은행 함평지점은 존치를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이 축소되면 지역에 돈이 돌지 않아 소비도 위축되고 상가들은 더욱 큰 불황을 맞게 될 것이다. 실업이 늘고 경제인구 중 일부는 돈벌이를 위해 타 지역으로 전출나가야 할 것이다. 지역경제 전체가 악순환에 빠지게 됨에 따라 파국은 더욱 앞당겨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절박한 마음에서 홍영민 부군수는 지난 달 공무원들에게 두 번째 편지를 보냈다. 군민들과 함께 위기의식을 느끼고 현실을 직시하며 소통하자는 것이다. 함평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일상에서도 군민의 이익을 생각하는 함평사랑의 전도사가 되어 함평미래를 견인하자고 직원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면서 안병호 함평군수의 지시로 ‘함평비전21 위원회’를 조직해 종합대책과 대안을 마련할 계획임을 알렸다. 위원회에서는 역동적 기업도시, 체험형 교육도시, 국제적 골프스쿨타운, 지역산업기반 인프라구축, 지역경제활력화 융복합 기반구축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추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함평군의 운명을 결정지을 마스터플랜이 성공적으로 진척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군민들이 화합해야 한다. 몇몇 유력 인사의 대리전처럼 군민이 편이 갈리고 서로 반목과 갈등을 반복한다면, 30년이 아니라 20년, 아니 10년이 채 가기도 전에 함평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한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군민이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감찰관이 되어 주위를 살피고, 사사로운 목적으로 지역분열을 일삼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에게 철퇴를 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산적해 있는 현안들을 지혜롭게 풀기 위해서는 군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합리적인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건전한 비판과 합리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시급해 보인다. 거기에 언론의 역할과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갈 길이 멀지만 그런 기본적인 것들은 반드시 전제가 되어야 한다.

최악의 경우 함평군이 타 지역에 통폐합된다고 해도 함평군의 산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름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정체성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함평이라는 이름으로 600년 이상 쌓아온 모든 가치들이 일순간 박제화되고 역사의 저편으로 유폐된다는 말이다. 국내외의 정세를 세심히 살피고 우리 지역이 함께 살아나갈, 그리고 지역민이 공존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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