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기기가 넘쳐나는 시대, 불통을 말한다. 집에서 미국에 있는 아들과 소통을 하고, 프랑스에 있는 딸과 소통을 하는 시대, 불통을 말한다. 사무실에서 러시아 바이어와 소통을 하고, 영국 주재원과 소통하는 시대, 불통을 말한다. 카페에서 서울 친구와 소통을 하고, 부산 이모와 소통을 하는 시대, 불통을 말한다. 혀를 차면서 아예 ‘불통시대’라고 한다. 그러면서 넌지시 한 수 가르친다. ‘경청하라’고.

맞다. 경청(傾聽). 몸을 기울이고 듣는 것이다. 마음을 기울이고 듣는 것이다. 소통기기만으로는 유쾌한 소통, 상쾌한 소통, 통쾌한 소통이 되지 않는다. 소통기기로는 경청을 수행하기 어렵다. 만나야 경청할 수 있다. 한 자리에 앉아야 경청할 수 있다. 대화를 나눠야 경청할 수 있다. 경청은 소통을 위한 고속도로다. 그러나 정체된 구간이 많은 고속도로다. 양방향 막힘이 없는 소통은 경청보다 관(觀), 보는 것이다. 관음(觀音), 소리를 보는 것이다.

〈주역〉의 스무번째 괘가 풍지관, 관(觀)괘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을 뜻하는 한자는 볼 견, 볼 시, 볼 간, 볼 람 등이 있다. 그러나 볼 관은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마음으로 보는 것까지로 확장된 ‘봄’이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관광’이란 말도 관괘의 효사인 ‘관국지광이용빈우왕’에서 나왔다. 관국지광(觀國之光). 나라의 빛을 본다. 빛은 정치다. 문화다. 문물이다. 삶이다. 그렇기에 관광(觀光)은 다스림의 빛남을 보는 것이었다. 관한다는 것은 본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보고, 코로 맡아보고, 입으로 먹어보는 것이다. 이목구비로 보는 것이다. 손을 잡아 보고, 발을 잡아보고, 등을 밀어보고, 뺨을 비벼보는 것이다. 접촉해 보는 것이다. 눈물을 보면서, 웃음을 보면서, 행동을 보면서 마음을 보는 것이다. 소통의 시작이다.

불교도가 아니어도 ‘관세음보살’을 들어봤을 것이다. ‘관세음(觀世音)’을 문자대로 풀면 세상의 소리를 본다는 것이다. 마음으로 본다는 것이다. 관세음보살은 세상 사람들의 모든 소리를 보고, 사람들 소리를 들어준다 해서 ‘구세보살’이라고도 한다. 불전에 가면 미소를 머금고 있는 관세음보살이 있다. 관세음보살의 미소는 추임새다. 포옹이다. 동행이다. 세상 만물의 소리에 대한 화답이다. 그 미소를 보고 불자들은 염불을 한다. 소리가 없다. 아무런 소리도 없다. 침묵. 어떤 때 우리는 침묵 하는가? 말할 수 없을 때 침묵 한다. 기가 막힐 때 침묵한다.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때는 소리를 보아야 한다. 관음(觀音)이다. 얼굴을 보고, 눈짓을 보고, 손짓을 보면서 마음이 하는 소리를 본다. 침묵으로 하는 소리를 본다. 소통의 시작이다.

관음은 기미다. 눈치다. 낌새다. 이심전심이다. 염화시중, 석가모니의 연꽃이다. 가섭존자의 미소다. 불통의 시대. 소통을 말한다. 소통을 주문한다. 소통을 노래한다. 불통인 개인은 스트레스와 친하다. 화병과 친하다. 불통인 단체는 불화가 배경이고 다툼이 실세다. 불통인 사회는 갈등이 몸통이고 불안이 꼬리다. 그래서 경청을 요청한다. 결의한다. 소통의 유통을 위해 경청을 포장한다. 리더에게 경청의 리더십을 권유한다.

왜 들으라고만 하는가. 왜 들으려고만 하는가. 보라고 하자. 보려고 하자. 소리를 보라. 우리의 소리를 보아라. 당신에게 하는 소리는 꾸밀 수 있으니 하지 못한 소리를 보라. 교언영색에 눈 먼 당신, 꾸밈없는 소리를 보라. 감언이설에 마음 준 당신, 내면의 소리를 보라. 눈치코치보면서 하는 소리를 듣는가. 안달봉달하면서 하는 소리를 듣는가. 이때는 소리를 듣고 보아야 한다. 그 사람의 말을 듣는다. 얼굴의 소리, 눈빛의 소리, 몸짓의 소리를 보아야 한다. 소리를 듣는 경청만이 아니라 소리를 보는 관음이 있어야 소통이 된다. 노래를 품고 있지 않은 풍경은 없다. 말 못하는 사람들, 말 없는 사람들, 더듬거리는 사람들의 말은 보아야 한다. 내면의 소리를 봐야 한다. 관음을 해야 소통이 된다. 그래서 소통을 위한 워밍업이 경청이라면 스타트는 관음이다.

함평군의회가 제7대 후반기 원구성을 마쳤고, 함평군은 민선 6기 후반기 시작과 맞추어 9개 읍면을 순회하며 군민과의 만남을 가졌다. 군민들은 기대가 크다. 관음은 소통의 시작이다. 관음은 자치단체 정책의 주춧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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