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식당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음식테마거리인 함평천지 육회비빔밥 거리에 가면 보는 풍경이다. 우리 함평에서도 줄을 서서 먹게 하는 비빔밥. 비빔밥은 지역과 계층, 때와 장소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식재료를 ‘비벼서’ 먹는 음식이다. 같은 자리에서 함께 먹으나 각자 따로 먹는 음식이다. 공자가 <논어> 「자로」편에서 말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을 담은 음식이다.

비빔밥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먹었던 음식이다. 전주에서 먹었고, 안동에서 먹었다. 진주에서 먹었고, 평양에서 먹었다. 비빔밥은 누구나 먹었던 음식이다. 임금님과 나인이 먹었고, 장수와 병졸이 먹었다. 스님과 속인이 먹었고, 양반과 평민이 먹었다. 주인과 객이 먹었고, 어른과 아이가 먹었다. 비빔밥은 어느 곳에서나 먹었다. 궁궐에서 먹었고, 들판에서 먹었다. 사찰에서 먹었고, 전장에서 먹었다. 일하며 먹었고, 잔치하며 먹었다. 제사지내며 먹었고, 한 해를 보내며 먹었다. 수저를 들어서 말하자면 ‘금수저’도 먹었고, ‘은수저’도 먹었고, ‘흙수저’도 먹었다.

이처럼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비빔밥의 기본 재료는 이렇다. 밥과 나물에 고기, 고추장 또는 간장에 참기름이다. 비빔밥이 되는 과정을 구분하자면 그릇에 담긴 밥과 나물과 고기를 섞고, 거기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치고 비비는 것이다. 밥과 나물과 고기는 섞여야 되고, 고추장과 참기름은 스며들어야 한다. 섞인 식재료들이 재 맛을 내는 가운데 고추장과 참기름이 스며들어 새로운 맛을 내게 하는 것이다. 비빔은 ‘섞음’과 `스밈'을 통한 `창조'다. 화합과 융화를 통한 상생이다. ‘섞음’과 `스밈'의 미학을 구현하고 있는 비빔밥 맛은 원재료보다도 고추장이 좌우하며, 참기름은 화룡점정하는 역할이다. 그렇기에 재료는 같아도 비비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은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비빔밥은 재료로 보면 대표적인 오행음식이다. 오방색 음식이다. 오행은 목, 화, 토, 금, 수다. 오방색은 청, 적, 황, 백, 흑색이다. 목인 청색은 시금치나 상치, 호박이다. 화인 적색은 소고기와 고추장이다. 토인 황색은 달걀노른자와 콩나물이다. 금인 백색은 밥이나 도라지다. 수인 흑색은 김과 참기름이다. 이처럼 비빔밥 한 그릇에 오행을 담음으로써, 오상(五常)을 담는다. 오방(五方)을 담는다. 오음(五音)을 담는다.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 내 몸의 오장(五臟)을 배려한 음식을 ‘원샷’으로 먹게 한다.

근래에 불고기와 더불어 세계인이 주목하면서 대한민국 대표음식이 된 비빔밥은 종류가 다양하다. 주재료에 따라 나누기만 해도 소고기 비빔밥, 낙지 비빔밥, 멍게 비빔밥, 꼬막 비빔밥, 전어 비빔밥, 산채 비빔밥 등 손으로 꼽기 힘들다. 비빔 재료는 지역과 계절, 전통에 따라 다르지만 장류와 참기름은 빠지지 않는다.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함평비빔밥은 주재료가 소고기육회다. 70년대까지도 명성이 자자했던 ‘해동식당’이 함평육회비빔밥의 원조라고 한다.

이제 비빔밥은 국민음식이 되었다. 이런 비빔밥 중에 우리 함평의 육회비빔밥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상품을 판매하되 상품에 담긴 문화와 정신, 스토리를 판매해야 명품이 된다고 한다. 그런 만큼 시민단체 명명에서 인기 있는 무슨 무슨 포럼식으로 하자면 ‘비빔밥 포럼' 하나쯤은 생길만도 한데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비빔밥의 정체성은 섞음과 스밈에 있다. 섞어야 한다. 기타를 섞고 등등을 섞어야 한다. 부록을 섞고 별책을 섞어야 한다. 갑을을 섞고 자축을 섞어야 한다. 섞어야 하나가 된다. 섞어야 강해진다. 섞어야 살아난다. 섞어야 새로워진다. 스며들어야 한다. 상하로 스며들고 좌우로 스며들어야 한다. 흑백으로 스며들고 손발로 스며들어야 한다. 동서로 스며들고 남북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스며들어야 대화가 된다. 소통이 된다. 수렴이 된다. 변화가 된다.

비빔밥, 섞음과 스밈의 미학은 비빔을 통해 완성된다. 비빔을 통한 군민 화합과 융화로 기산을 푸르게 하자. 영수를 맑게 하자. 주고받는 말에서 난향이 나게 하자. 함평천지가 사람천지가 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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