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립도서관 명예관장 정영오

주민과 함께하는 지방자치 이야기④

지난 호에서는 주민이 행정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적 지방자치제도의 개념과 필요성 등에 대하여 알아보았고, 이러한 제도들 중 선출직 공무원을 임기 중에 그 직을 그만두게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이고 강력한 제도인 ‘주민소환제’에 관하여 논의해 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주민발의제’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주민발의제(住民發議制)는 주민의 조례 제정·개폐 청구권과 주민감사 청구권 두 가지 방법이 시행되고 있다. 첫째로 조례 제정·개폐에 관한 권한은 지방의회의 고유 권한이었으나 1999년 8월부터 주민의 조례 제정·개폐 청구권이 신설됨으로써 주민도 자치법규 제정 및 개폐에 직접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15조는 청구의 절차와 방법 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시·군·자치구의 기초자치단체에서는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1/50 이상 1/20 이하의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는 주민 수 이상의 연서(連署)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조례 제정 및 개폐를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함평군의 경우 ‘함평군 자치법규의 입법에 관한 조례’ 제25조에서 조례의 제정이나 개폐를 청구하는 연서 주민의 수를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1/50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청구할 수 없는 사항도 규정하고 있다. 법령에 위반하는 사항, 지방세·사용료·수수료·부담금의 부과·징수·감면에 관한 사항, 행정기구의 설치·변경에 관한 사항, 공공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조례 제정·개폐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청구인의 대표는 조례의 제정안, 개정안, 폐지안을 작성하여 제출하여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장은 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조례의 제정안 또는 개·폐안을 지방의회에 부의하여야 하며, 그 결과를 청구인의 대표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5조의2는 청구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의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의 주민의 조례 제정·개폐 청구권은 청원권적 성질일 뿐이지 지방의회의 고유권한인 입법권을 뛰어넘는 권한이 아니며 주민이 직접 제정·개폐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주민의 직접투표에 부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매우 번거롭고 행정의 전문성 등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어 채택되고 있지 않다.

 

둘째는 주민 감사청구제이다. 주민의 감사청구권은 주민의 힘으로 위법·부당한 행정행위를 직접 시정하고자하는 것으로 상급기관이나 감사 전문 기관에 감사를 청구하는 주민발의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제16조에서 감사청구의 방법과 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와 그 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시·군·자치구의 경우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19세 이상 주민 수 200명을 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조례로 정하는 주민 수 이상의 연서로 시·도지사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함평군의 경우 ‘함평군 주민감사청구에 관한 조례’ 제2조에 전라남도지사에게 감사를 청구하는 경우 연서하여야 하는 주민의 수는 150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민 감사청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은 수사 또는 재판에 관여하게 되는 사항,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항, 다른 기관에서 감사하였거나 감사 중인 사항, 그러나 감사 중인 사항이라도 새로운 사항이 발견되거나 중요 사항이 누락된 경우와 주민소송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감사 청구가 가능하다. 감사청구를 접수한 주무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감사청구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청구된 사항에 대해 감사를 종료해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장에게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이를 성실히 이행하고 그 조치결과를 당해 지방의회와 당해 감사기관인 주무 장관이나 시·도지사에게 보고하여야 하며, 감사기관은 조치 요구내용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조치결과를 청구인의 대표자에게 서면으로 알리고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민감사 청구제도가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및 신뢰를 확보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넘어 주민소환제에서처럼 정치적으로 남용되거나 집단 이기주의에 의해 오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보완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와 같이 주민이 선정한 감사위원이 감사를 담당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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